양파껍질은 일반 쓰레기라고 합니다.
사람이 살면서 숨 쉴 때마다 나오는 이산화탄소처럼 필연적으로 나오는 것 중 하나가 음식물쓰레기다.
결혼 전에는 친정집에서 5인 가족으로 살았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주로 저녁밥을 엄마가 해 주셨다. 요리를 안 하니 음식물 쓰레기는 말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였다. 버리는 것에 대한 디테일을 몰랐다. 결혼을 하고 내가 요리를 하면서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자잘 자잘하게 궁금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럴 땐 잠시 폰으로 정보를 찾아본 후 버렸다. 오늘도 다른 날처럼 똑같이 검색을 했는데 이 방식에 미쳐 생각지 못한 문제점이 발견됐다. 나름의 확신으로 정보를 찾아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잘못된 버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발견을 하게 해 준 것은 바로 양파껍질이다.
양파껍질은 일반 쓰레기다.
'모? 양파껍질이 일반쓰레기라고? '라며 나와 똑같이 놀라신 분들께 반가운 마음으로 도대체 왜 양파껍질이 음식물 쓰레기가 아닌지 말씀드려보겠다.
검색으로 찾은 몇몇 정보들을 종합 해 본 결과,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의 90%는 퇴비, 동물용 사료, 바이오가스로 재활용된다. 사료를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지자체마다 다르다) 동물들이 먹어도 되는지 안되는지 여부가 기준이 된다. 양파껍질에는 섬유질이 많아서 동물들의 소화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쓰레기로 분류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나는 이 몇 줄의 정보를 읽으면서 2가지 충격을 받았다.
첫 번째로 음식물 쓰레기 분리기준이 동물이 먹어도 되는가 여부라는 것이다. 설국열차의 단백질 바가 떠오른다. 사람이 버린 쓰레기를 갈아서 동물의 식량으로 바꾸는 것이다. 믿기지 않을 뿐이다. 당장 여름 같은 경우만 봐도 음식물이 잘 상하는데 언제 버렸는지도 모르는, 프레쉬(?) 하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를 한 생명체에 준다니. 사람과 가까이 살면서 진화해 온 강아지조차 사람들이 먹는 걸 같이 먹으면 안 된다. 사료를 먹는 동물에 적합하게 맞추어서 일일이 분류하고 음식의 부패 정도도 감별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 이 부분은 추후에 찾아보려 한다)
뿐만 아니라 '동물용' 사료의 범주도 정확히 모르겠다. 만약 '동물용' 사료의 범주에 우리가 밥상에서 만나게 되는 가축동물들로 한정되어있다면 결국 내가 버린 음식물 쓰레기는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어느 소는 내가 버린 양파껍질 때문에 배탈이 났을지도 모르고 어느 돼지는 매운맛에 눈물이 났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느 날은 내 식탁 위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로 음식물 쓰레기 분류 기준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동물이 먹어되는가란 기준에는 많은 해석이 개입될 수 있다. 나의 경우 양파껍질은 육수 낼 때도 사용이 되고 껍질도 얇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라고 생각했다. 궁금한 마음에 주변 지인들에게 양파껍질은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물어보았는데 정답률은 50% 였다.
정부에서는 올바른 분리배출에 대한 인식개선 및 정보를 다양하게 전달하려고 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현재의 구조나 시스템을 단순하게 했을 때 지속가능성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쉬운 실행은 쉬운 기준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기준에는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많고 또 실행에 대한 피로도가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실천을 위한 제도개선이 해당 정부 부처의 더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쓰레기라는 것은 봉투에 담기는 순간부터 내 것이 아니라고 여겨졌었다. 결국 모든 것들은 순환이 되기 마련이고 때문에 보이지 않더라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손끝을 통해 나가는 모든 것에 책임감을 가져야겠다. 그리고 내가 모든 것을 검색해보기 전에 정부에서 좀 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음식물 쓰레기 분류기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주시기를 바란다.
ps. 수박껍질은 잘게 썰어 음식물 쓰레기로, 달걀 껍질은 일반쓰레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