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한 종목이 아니라며?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다. 나는 낮에는 한국 주식 밤에는 미국 주식을 주어 듣는다. 프롬 남편! 남편은 주식을 진지하게 하지만 나는 아주 띄엄띄엄하는 중이다. 백수가 될 예정이니 식비라도 벌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동학 개미라기보단 동학 애기 개미 수준의 작고 부스러질 쿠크다스 실력이다. 그래서 남편 옆에서 서당개처럼 풍월을 읊으려 하는 편이다. 이런 나에게 새해 운명처럼 다가온 주식이 있었으니 바로 요즘 핫하였던 이항과 HLB다.
# 이항
작년 12월이었다. 남편이 여의도에서 드론 택시가 나는 영상을 보고 있더라. 신기해서 보나 보다 했는데 몇 주가 지나서 드론으로 수익을 봤다고 했다. 그 주식이 바로 이항이라고 했다. 오호라! 나는 조용히 내 관심 주식에 이항을 추가 해 놓았다. 남편이 판 이후에도 이항의 주가는 하늘을 날았다. 몇 주 지켜보다 보니 이것은 제2의 테슬라가 아닌가 싶은 환상에 빠졌다. 나는 거시적 관점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앞으로 어떤 수단들은 날아다닐 일만 남았다. 지구가 좁아서 우주까지 보는 마당에 아직도 땅 위를 달린다는 것이 말이나 되나. (이것은 꿈돌이 대전엑스포 때부터 꿈꿔온 미래) 투자는 심플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날아다니는 기술이 디폴트인 세상이 올 것이야. 그래! 이항! 너는 날 놈이다. 재무제표는 볼 줄 모르는 주린이의 정신승리다. 주린버핏.
# HLB
1월 2일이었다. 지인 집에 방문했는데 직장동료가 주식을 추천해주었다고 한다. 나는 그게 모냐고 물어봤더니 HLB라고 했다. 나는 재빨리 남편에게 카톡으로 종목명만 보내주었다. 남편에게 어떨지 한번 물어봤는데 남편의 반응이 쏘소했다. 제약은 어렵다고만 했다. 사실 나는 종목명만 보고 MLB와 연관된 회사인 줄 알았다. 남편은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추천해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라도 사볼까? (귀가 코끼리 점보급)
나의 두 번째 정신승리가 시작되었다. 앞으로 코로나가 사라지려면 백신이 당연히 필요하고 따라서 제약 섹터가 계속 관심을 받을 것이다. 셀트리온은 이미 날아갔으니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하는 주식이 있을 것이야.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나라도 사볼까? (과한 도전정신) 그러다 남편의 마지막 한마디가 떠올랐다. 모르는 건 하지 마. 흠.. 이것도 맞는 말인데. 어쩐다.
며칠 전이다. HLB는 약 30%가 하락했다. 그리고 다음날 눈을 뜨고 나서 확인한 미국장에서 이항은 약 62% 하락했다. 분명히 주식인데 왜 코인을 하는 것 같지? 다행스럽게도 둘 다 관심종목까지만 올려두고 매수는 하지 않았다. 천만다행이다. 이항의 경우 매수를 못한 이유가 환전 해 둔 달러도 없었고 원화 주문하는 법도 몰랐다. 이래저래 못 사고 있었다. HLB 역시 남편의 반응이 못내 맘에 걸려 사지 않았었다. 나의 추진력 없음에 매우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안도를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뮤다 삼각지대 같은 원리인데 이렇게 관심종목에 올려두었다 하락하게 되면 그다음 매수가 선뜻 잘 안되었다. 심지어 사지도 않았으면서 말이다. 해당 종목뿐만이 아니라 실행 자체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그 이유라 함은 내가 풍월만 읊으려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모르기 때문에 담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주식은 모르면 안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참여하지 못한 소외감에 눈팅한 주식이 날아가면 손해를 봤다고 착각하지만 현실은 안 사는 것만으로도 돈을 버는 것이다. 정확히는 지키는 것이다. 이제 운명같은 주식은 쿨하게 보내줘야겠다. 공부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