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이 귀한 프로그램인 이유

음식과 건강 ep 28. 우리가 ‘진짜 음식’을 가진 것을 보여주기에

by 이대택



‘최불암 아저씨 특유의 낮으면서도 느릿한 말투가 편안하게 들리는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인의 밥상’.



2011년 첫 달에 시작했으니, 만으로 벌써 15년째입니다. 모든 에피소드를 시청한 것은 아니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여전히 ‘한국인의 밥상’을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꼽습니다. 작년부터는 최불암 아저씨가 아닌 최수종 씨가 호스팅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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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던 평범한 진짜 음식을 다루는 프로그램



토속 음식, 한식, 지역 맛집, 먹방, 쿡방, 요리 경연, 노포와 식당 소개, 세계적인 음식.



낯선 단어들이 아닙니다. TV나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먹는 것이나 음식은 빠지지 않는 콘텐츠이고요. 음식이 프로그램의 주제이든 출연진이 먹방과 쿡방을 하든, 공중파와 온라인 플랫폼에서 먹는 것과 음식에 관한 콘텐츠는 현재로서 아마도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주제이자 소재가 아닐까 합니다.



그럼에도, 그 많은 콘텐츠와 프로그램에서 진정한 음식, 그러니까 ‘진짜 음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은, 제 눈에는 하나뿐입니다. ‘한국인의 밥상’이죠. 최고의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은 뒤로하고 먼저 유일한 프로그램으로 말하는 것에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한국인의 밥상’ 외에 다른 어떤 프로그램도 ‘진짜 음식’을 소개하는데 미숙하니까요.



유일하다고 꼽는 이유는 간단하고 명확합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점, 계절이 허락하는 식재료와 양(quantity)만을 사용한다는 점, 식재료 낭비를 최소화한다는 점. 조리가 비교적 간단하고 빠르다는 점, 때론 시간이 해결해 주어야 하는 것과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 외에 특별한 비법이 없다는 점, 재료만 있다면 누구나 흉내라도 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일상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먹었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 어떤 먹방이나 음식 프로그램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적나라하고 완전하게 다루지 못합니다. ‘한국인의 밥상’만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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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음식’을 찾아 나서는 시대에



2026년에 들어서면서 ‘미국인을 위한 식이 지침 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 [1] 개정 소식을 알려드렸습니다.



이번 개정된 지침은, 지금까지는 건강하기 위해 ‘어떤 영양소’를 ‘얼마큼’ 먹으라는 식의 틀(frame)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진짜 음식(Real Food)’을 먹으라는 새로운 식이 지침 틀로 바뀌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 정부가 ‘진짜 음식’으로 정의하는 것은 자연에서 생산된 것이나 최소한의 가공을 거친 음식을 말하죠.



미국 정부의 이번 역사적 식이 지침 전환은 미국인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 충분하기엔 여전히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진짜 음식’을 정의하고 소개만 했지 ‘진짜 음식’을 먹기 위해 어떤 인프라와 문화가 필요한지 언급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사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미국인들과 미국 정부는 그것을 잘 모릅니다. 아니 모른다기보다 그 문화와 기술을 잃어버린 지 오래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지요. 남의 나라 걱정할 필요 없겠네요.



‘한국인의 밥상’은 미국 정부처럼 ‘진짜 음식’을 따로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게 우리는 이미 그러하고 있으며 먹는 방식까지 익숙하니까요. 물론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식들이라는 것쯤은 잘 알지만, 여전히 감각적으로 그 음식들에 대한 거부나 어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다행히도 우리는 우리 문화와 사회에서 잊지 않고 진짜 음식들을 살려가고 있습니다.



미국인과 미국 사회는 엄두를 못 냅니다. 제철 음식, 통째 음식, 날것으로부터의 조리, 낭비의 최소화 등은 단지 지식과 기술이 아닌 문화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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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음식’을 망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국인의 밥상’에서도 그러하지만, 우리는 모든 음식을 그냥 음식이라고 불렀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진짜 음식’이라는 조어가 가짜 음식이라는 반대급부적 상상을 가능케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건강한 음식, 나쁜 음식, 몸에 안 좋은 음식은 따로 없습니다. 영양학과 지식, 그리고 정책이 그렇게 음식을 구분했고 우리가 그 구분에 일정 부분 동참했을 뿐입니다. 제철에, 낭비하지 않고, 있는 대로 있는 만큼 신선하게 구해서, 빠르고 간단히 조리해서 먹을 수 있다면 음식이 어떻게 좋거나 나쁘겠습니까. 모든 음식은 우리를 적당히 건강하게 할 수 있는데 말이죠. 그러니 알량한 우리의 지식으로 음식을 구분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새롭게 미국 정부가 제시한 ‘진짜 음식’은 ‘한국인의 밥상’이 대표하는 보통의 그냥 음식을 다시 ‘진짜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으로 나누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그래왔듯이 ‘진짜 음식’의 틀을 이용해 또다시 건강한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으로 나누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진짜 음식’은 자연 그대로의 순수한 음식물로 정의하는 것으로만 충분하지 않습니다. 식재료를 어떻게 다루고 대할지에 대한 태도까지 함께 가져가야 온전한 ‘진짜 음식’이 완성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사랑을 끊이지 않고 받는 것이 매우 다행이고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 누군가 ‘진짜 음식’을 말할 때 언제든지 ‘한국인의 밥상’을 떠올리기를 바랍니다.






참고자료


[1]

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 2025-2030

https://www.dietaryguidelines.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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