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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해도 괜찮아

완벽하려 애썼던 나에게

by 다은

퇴근 후 남편과 하루의 피로를 풀며 술 한잔 하는데 남편이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해. 실수해야 살아.

완벽한 사람은 없어”


생각이 많아진다. 요즘 나 자신에게 실수를 허락하지 않고 살았구나. 또 틀렸어, 난 왜 자꾸 실수하지, 몰아 붙였구나.


남편에게 물었다.


“왜 실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야 내가 살아.

그렇게 안 하면 내가 나를 옭아매거든.”


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멈칫했다. 또 생각이 많아진다.


완벽하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한 사람의 몫을 해내야 된다고 생각해서, 민폐끼치면 안된다고 나를 얼마나 조이고 있었는지.


3년 넘게 마케팅을 하다, 이제 막 회계 일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되었다. 겨우 6개월이 지났는데, 그 시간은 누구나 충분히 실수를 하는 시간인데, 5년, 10년 다닌 사람들도 실수를 하는데 왜 나는 실수를 허락하지 않았을까.


남편의 말을 다시 되새겨본다.


그래, 누구나 실수를 하며 살아간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평생 살면서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사실 생각해보면, 실수는 내가 뭘 배우고 있는지, 어디쯤 와 있는지를 알려주는 친절한 신호였는지도 모른다. 그 신호를 애써 외면하고, 틀렸다는 자책으로 덮으려 했던 시간들이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라도 알아차렸으니, 조금은 다정하게 나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실수 하나에도 마음이 무너졌던 예전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 실수는 네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네가 지금 배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배우는 사람은 넘어질 수 있다고. 넘어져도 괜찮다고.


실수해도 괜찮다며 스스로를 다독여줄 때, 비로소 내 삶에 숨통이 트인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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