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가 무거워야 성공한다는 어른들 말은 틀렸다!
회사생활이 다 그렇겠지만 원치 않는 것을 해야만 할 때가 있고, 너무 원하지만 그만해야 할 때도 있다. 프로그램을 하나 론칭을 하고, 다시 접고. 그동안 함께 했던 사람들과 쉼표 찍듯 안녕을 고하고. 그러고 나니 한동안 무기력했다. 모든 열정을 쏟아내서 그런가. 쏟아냈으면 다시 차올라야 하는데, 이번 프로그램이 끝난 뒤로는 어쩐지 마음에 여유가 생기질 않았다.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또 다른 방향의 일을 진행시켜야 하는 것을 알지만 너무 강렬하게 하기 싫은 마음이 차올랐다. 반항하듯이 긴 휴가를 내고 쉰 지 이제 사흘. 입사 이래 처음으로 어떤 일을 내팽개치고, 회사에 나가지 않고 있자니 마음 한편은 홀가분한데 또 한편은 불안함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무언가를 하는’ 행위로써 나의 존재를 증명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무언가를 ‘하지 않겠다’며 쉬고 있는 이 상황이 익숙하지는 않다. 잠시 멈춰 서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 새로운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할까 봐 불안하다. 빨리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마음? 그런데 뭔가를 하려면 숨을 들이쉬고 끙차 하고 일어나야 했다. 체력이 떨어진 탓인 것 같기도 하다.
공부를 잘하려면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고 했던가? 우직하게, 오래 버티는 사람이 남는 거라고 이야기하는 어른들의 말은 틀렸다! 훌쩍훌쩍 엉덩이를 들고 옮겨 다니는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치를 쌓는다. 다양한 경험들이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그것이 한 사람의 아이덴티티가 되기도 하는 시대다. 한 직장에서 평생을 다니는 것이 미덕도 아니거니와 적절한 시기에 더 좋은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 능력이라고 여겨진다. (그게 직장인으로서 몸값을 올릴 수 있는 길이기도 하고...) 툭툭 어디론가 떠나거나 툭툭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일단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면 두 발로 어떻게든 걷게 마련인데, 나에게는 그 첫 발이 참 무겁게 느껴진다.
훌쩍 다녀온 강릉. 앞으로 다른 무언가도 훌쩍훌쩍, 해낼 힘이 나에게 다시 차오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