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에 꼼레떼라는 카페가 사라졌다. 수요일 오후 7시 15분, 사당역 11번 출구에서 조쉬를 만났다. 미리 알아놓은 식당에 가는 길, 모퉁이에 늘 처음처럼 익숙하게 자리 잡고 있던 꼼레떼의 간판이 보이질 않았다. 처음엔 잘못 봤나 싶어 카페 안을 밖에서 기웃거렸더니 인테리어가 완전 딴판으로 바뀌어 있음을 확연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우연히도 우리가 가려던 식당은 꼼레떼에서 몇 발자국만 떼면 되는 곳이었고, 나는 조쉬에게 내가 사당에서 가장 좋아하는 카페를 소개해준다고 말해놨던 터였다. 조금은 어안이 벙벙했다. 조쉬에게 우리가 가려던 카페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I feel weird 라고 말했다.
그곳은 그냥 단순히 내가 사당에서 제일 좋아하는 카페가 아니었다. 그곳은 내가 사당에서 제일 좋아하는 카페임과 동시에 전 남자 친구와 나의 관계를 상징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와 나는 그곳에서 사랑했고, 이별했으며, 또 재회했다. 여기서는 다 밝히지 못할 수많은 추억들이 잠든 곳이기도 했다. 말 그대로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그와 헤어지고 나서 그곳에 혼자 갈 용기가 없었다. 그리고, 그와 헤어진 지 1년이 더 된 이제서야 누군가와 동행한다는 전제 하에 그곳에 가 완벽한 정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그러려고 했던 곳이 온데간데 사라지고 만 것이다.
슬프지도 그립지도 아쉽지도 않았다. 단지 나는 조쉬가 옆에 있지 않았다면 한동안 그곳 앞에서 꿈쩍도 하지 못할 기분에 사로잡혔다. 이별을 형상화한다면 이런 기분일까. 때가 되면 밀물이 밀려오고 썰물이 빠져나가듯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는데. 왜 난 항상 스러져가거나 사라지는 것들을 보면 이리도 마음이 먹먹해지는 걸까. 왜 누군가의 슬픈 얼굴을 보면 늘 세게 껴안아주고 싶은 걸까. 이런 나에게 어떤 이별이든 힘든 건 당연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