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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쓰다

생선가시

by 최다은

살면서 생선가시가 목에 걸렸을 때와 같은 일을 너무 많이 겪었다. 침을 삼켜도 삼켜도 뻐근히 내 목을 건드는 생선 가시처럼 눈물을 흘려도 흘려도 따끔히 내 마음을 건드는 일들 말이다. 예전엔 그런 일을 겪으면 생선가시가 목에 걸렸을 때처럼 '왜 생선을 먹었을까?', '생선이 아닌 다른 걸 먹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바보같이 생선을 꼭꼭 씹어 먹지 않아서는'과 같은 수많은 물음과 자책들로 나를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그걸 하지 말고 다른 걸 했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바보같이 왜 그렇게 행동해서는'과 같은 물음과 자책들.


왜 그런 물음과 자책들로 나를 옭아맸는지에 대한 물음에 지금은 어렸기 때문이라고도 몰랐기 때문이라고도 대답할 수 있을 거 같다. 지금은 생선가시가 목에 걸리는 일과 같은 일이 내게 일어나면 예전과 달리 나는 목에 걸린 생선가시를 어떻게든 삼켜내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내가 수많은 물음과 자책을 되뇌든 말든 생선가시가 내 목에 걸린 사실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내게 벌어지는 일 하나하나에 내 속을 시끄럽게 하는 감정 하나하나에 온갖 물음과 해답을 갈구하기엔 난 너무 연약하고 피로하다. 이렇게나 복잡하고 정신없는 세상에서 그나마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건 나 자신 하나뿐인데. 그것마저 괜히 어렵게 어지럽히고 흐트러트릴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정말 가끔은 아무것도 묻지 말고 아무것도 들춰내지 말고 일정한 시간이 흐를 때까지 묻어놓는 게 필요한 것 같다. 그 대상이 혹 나 자신일지라도. 나는 나를 내버려 둘 시간이 필요하다. 그게 혹 생선가시가 목에 걸려 잘 내려가지 않는 상태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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