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것 같다. 누구에게나 쉽게 마음을 주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 사랑은 마치 시골의 버스 배차 간격 같다. 버스를 한 대 떠나보내고 나면 언제 올 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내내 기다려야만 하는 시골의 버스 배차 간격. 예전엔 몸소 느껴지는 외로움에 버스를 자전거로도 대체해보고, 자전거로도 안 되면 택시로도 대체해보았지만 딱 그뿐이었던 것 같다. 자전거로는 먼 거리를 가지 못 하고, 택시로는 바깥의 풍경을 충분히 감상하지 못하듯 딱 그 시간만큼의 사랑이 채워지고 비워질 뿐이었다.
나에겐 버스가 딱 제격이다. 봄엔 하나 둘 만개하는 꽃들을 구경하면 되고, 여름엔 쏟아지는 햇살에 보기 좋게 살을 태우면 되고, 가을엔 떨어져 있는 낙엽들을 세어보며 언제 올 지 모르는 나의 버스를 기다리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독한 추위를 몰고 오는 겨울이란 계절엔 나는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코트의 앞섬을 여미고, 칭칭 둘러맨 목도리에 얼굴을 한껏 욱여넣어봐도 시도 때도 없이 나를 할퀴고 가는 고독함과 외로움에 나는 매 겨울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그럴 때마다 나는 사랑이란 감정이고 뭐고 도로 위를 쌩쌩 달리는 아무 택시나 얻어 타 꽁꽁 언 몸을 녹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기도 한다.
아무에게나 마음을 열지 않고 쉽게 눈길을 주지 않는 나라는 사람은 그렇기 때문에 매번 버스를 탈 때마다 진심일 수밖에 없다. 내가 탄 버스엔 그 누구보다 하나부터 열까지 정성을 들일 수밖엔 없는 것이다. 그 버스에서 내려야만 하는 순간에도 무척 뜸을 들이고, 쉽게 미련을 떨쳐 보내지 못하는 데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늘도 나는 빈 버스 정류장에서 점점 겨울을 담은 바람을 맞으며 나를 위한 버스를 기다린다. 이번에 내가 탄 버스는 부디 목적지가 영원에 가깝길 바라면서. 다시는 다른 버스를 기다리는 일은 없기를 바라면서.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