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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탐험가 황다은 Oct 22. 2020

김해에서 일주일살기, 낯선 도시가 내 일상이 될 때

"김해에서 일주일동안? 할 게 있어?"


김해에서 일주일을 보낼 예정이라는 말을 하면, 하나같이 저렇게 물어봤더랬다.

하지만, 전혀 길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울로 올라오는 날 너무 아쉬웠고, 아직도 김해에서의 일상이 종종 생각날 정도.


한적한 김해 봉황동 골목


휴학을 하고, 김해에서 일주일간 머무르며 살아보기와 여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김해 도시생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사실 처음에 나는 국내 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해외탐방의 대체 정도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김해에서 보낸 일주일은 기대 이상이었다. 해외여행과 비교해서 '괜찮네' 정도가 아니라,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알차고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나는 국내를 너무 몰랐구나

나는 6개월의 프랑스 교환학생 생활을 제외하고 계속 서울에서 살았었다. 국내여행이라고는 제주, 강릉 정도.

그런 내게 낯선 도시인 김해에서의 일주일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왜, 서울 사람들은 다 지방이라고 생각한다는 자조섞인 인터넷 유머(...) 도 있지 않은가. 정말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김해를 비롯한 많은 도시들에 대해 어느정도 규모인지, 한적한지 붐비는지, 분위기는 어떠한지 정말 잘 모르고 있더라.

김해에 내려갔을 때 공기가 너무 좋다는 것에 깜짝 놀라며, 서울에서는 공기가 안좋다는 것도 모르고 살았다는 것... 에 약간의 충격을 받기도.


여타 다른 여행과 다르게, 일주일동안 숙소인 한옥체험관에서 내리 일주일을 보냈다. 일주일동안 한 장소에서 머무르니, 나도 친구도 저절로 숙소를 '집'이라고 부르고 있더라.

"우리 그럼 다원 이동하기 전에 집 들렸다 갈까?"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했던 내가, 아침에 눈이 번쩍 떠질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잠이 많은 친구와 내가 약속이라도 한듯이 새벽 6시에 일어나, 툇마루에 앉아 차가운 아침 공기를 느끼며 오랫동안 앉아 있기도 했다.


정말 내 동네처럼
 


정감 넘치는 골목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김해 봉황동 일대 봉리단길을 매일같이 걷는 시간도 너무나 특별했다. 김해 시내보다 인구가 10분의 1정도 수준이라 너무 한적해 밤에는 무섭기까지 했던(?), 하지만 정겹고 옛 모습 가득한 거리를 걷는 게 좋았다. 안 그래도 정감 넘치는 곳이기 때문에, 매일같이 걸으니 얼마나 내 동네처럼 정이 들던지.



이번 여행에서는 매일 체험비가 지원되어 다도, 도예 그리고 다양한 공방 체험을 해볼 수 있었다.

산 속에 위치한 도예카페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도자기를 빚고, 다원에서 장군차를 음미하며 오직 차에만 오감을 집중하는 경험을 해보기도. 그런 과정에서 김해 분들과 만나며 김해를 알아갈 기회를 얻기도 했다. 또한 노인 일자리 지원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는 카페 회현당에서는 김해 토박이 할머니와 대화하며 김해에서의 삶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다.


산 속에 위치한 도예카페에서의 오후


알차지만 절대 바쁘지 않게, 때로는 아무도 없는 봉황대공원에서 전세낸 듯 피크닉을 즐기기도 하고.

발길 닿는 데로 들어간 빈티지숍에서 마음에 드는 옷 한 벌씩 구매해 다음날 입고 다니기도 하는 여유로운 시간.


오히려 김해가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 아니라서, 남들 다 가는 곳이 아니라서 좋았다.

정말 일주일동안 낯선 동네가 '내 동네'가 되는 경험을 하고, 나만의 가을방학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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