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며
나는 산책을 좋아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능한 근처 공원에 산책하러 간다. 산책이 좋은 점은 생각을 맑게 해 준다. 평소 복잡한 생각도 산책을 하면서 정리가 된다. 그리고 푸른 나무와 흙을 밟으면서 기분도 좋아진다. 또한 산책을 할 때마다 좋은 아이디어들이 떠오른다. 그것을 글로써 정리한다면 좋은 글감이 될 것이다.
나는 틈틈이 일상에 관한 글쓰기를 하곤 했다. 글들은 컴퓨터에 저장해 놓았다. 그러나 뭔가 아쉬움을 느꼈다. 개인적인 글로 사장되는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블로그를 접하게 되었다. 신세계를 경험했다. 우선 나만의 글쓰기 공간이 생겨서 좋았고 글이 세상밖으로 나올 수 있어서 신기했다. 그런데 문제는 직장일 핑계로 블로그 활동을 자주 하지 못했다. 블로그에 글을 자주 올리고 관리를 해야 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성실함과 인내심이 필요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글쓰기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가운데 브런치 플랫폼을 알게 되었다. 블로그 운영을 잘하지 못하던 죄책감으로 멈추어버렸던 마음이 요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작가들의 글을 읽다 보니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브런치와 블로그의 차이가 무엇일까?
나름 살펴보니 공통점은 글을 쓰는 플랫폼이었다. 그런데 중요한 차이는 글을 쓰는 자격에 있었다. 블로그는 특별한 과정 없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었다. 자유 글쓰기 공간이라고 할까?
브런치는 달랐다. 작가 신청을 해서 합격한 사람만이 글을 쓸 수 있었다.
블로그는 진입장벽이 없으나 브런치는 있었다. 단순한 차이지만 이상한 매력이 느껴졌다. 아무나 글을 쓸 수 있다면 그 글의 가치는 천자만별이다. 그러나 작가는 다르다. 나름 글쓰기에 전문가들이다. 그래서 공신력이 있다.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잘 쓰지는 못하지만 나름 기교를 부리려고 노력했다. 책을 읽을 때도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은 마음도 불쑥 들곤 했다.
그러나 평범한 직장인이 일을 하면서 책을 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을 읽을 마음에 여유가 없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책보단 스마트폰이나 TV를 보는 것에 익숙해있다. 시간이 주어져도 책을 잘 읽지 못한다. 그러다가 한 번씩 책을 읽게 되면 사고의 확장이 일어나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하지만 막상 쓰려고 하면 쓸 말이 별로 없다. 노트북 자판을 만지작거리다가 웹서핑을 한다.
이러한 생활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브런치를 알면서 달라졌다. 가슴속에서 조그마한 희망이 떠오르고 있었다.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작가라는 신성한 영역에 내가 진입할 수 있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 희망은 점점 커져갔다. 그래서 여유가 있을 때마다 브런치 작가 신청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여러 사람들이 합격후기를 읽어보았다.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작가 신청을 했다. 자기소개, 목차, 글 3편 항목을 제출했다.
특히 글 3편은 이전에 블로그에 써놓은 글을 제출했다. 나름 에세이 형식의 글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목차, 글 3편이 따로 놀았다. 일관성이 없었다.
작가 신청을 하고 난 후에도 마음이 찝찝했다. 왠지 불합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했던 대로 며칠 후 보기 좋게 불합격했다. 막상 불합격 안내문을 받고 나니 속상했다.
이건 뭐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갑자기 부끄러웠다.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거절을 당하고 나니 기분이 상했다.
그동안 나름 작가의 희망을 가졌던 순간들이 스쳐갔다. 그러나 이제는 시작도 못하고 끝이 나버렸다. "그럼, 그렇지"하면서 진입장벽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다시금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한 번씩 도전하고픈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분주한 일들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렇게 나의 꿈은 점점 사라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