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단상
글 : 여름날 고배에서
그림 : 불온한 초상_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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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계절을 옮겨 다니는 이에게 무얼 바라냐만, 뙤약볕에 벼린 마음으로 냉정을 깎으려거든 아파할 각오쯤 해두는 게 좋겠다. 상처투성이 몸을 보살피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이야. 하다못해 데인 몸에 톱질은 하지 않았으면 싶다.
숨 쉬는 법 잊고 캑캑대는 당신을 본다. 몸이 끓어도 식은 맘 데우지 못하기에 바람일랑 불지 않는 곳에 가둬두고 대신 울고팠다. 속된 구원을 바라다가도 조각난 이를 해칠 자신이 없어 포기하기 일쑤였다. 이렇듯 나는 마음 쓰는 일 어리운 까닭에 사랑 대신 침묵을 배우기 시작했다. 들추지 말고 뭇사람들 말처럼 지독히 슬프긴 하나 시시한 욕망일 뿐이었다고 여기면 그만인 것이다.
정념들 모두어 여름밤 행인들의 소란 틈에 흘려보내려는데 당신은 무어 그리 정이 많은지…. 사랑과 증오, 절망과 희망 중 어느 하나 놓을 수 없단다. 나 그런 당신께 쓴다. 피어나는 고통이 죽음과 먼 것임을 잊지 않길 기도하며 지운 것들 꾹꾹 눌러 아로새긴다.
오늘도 어김없이 피고 지는 것들 있다. 거기 남은 온기가 스러지기 전까지 아쉬우면 족하니 애써 끌어안지 말도록 하자. 동정이니 애정이니 하는 꼴사나운 것들로 뒤범벅된 흙탕물에 구르며 서로를 미워하는 일 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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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2업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