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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막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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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흐름 Apr 30. 2023

겸손의 똥




호주는 가을이다, 지금.

군고구마, 군밤, 약밥이 땡긴다.


창틀에 앉은 선인장을 돌아본다.

있는 흙에 있는 흙밥만 먹는데도

어쩜 저리 건강하게 잘 자라냐.


겸손하게 먹어야겠다.

그럼 겸손한 똥을 싸는 건가?


겸손한 똥이 거름이 되고

겸손 거름을 먹고 자란 생명들의

겸손한 생태계를 상상한다.


아니지. 그들의 생태계는 이미 겸손하다.

사람이 싸는 오만한 똥을 먹고 자라도 그러하다.


그들은 우리 손에 오염되면서도 어째서

우리의 오만함에는 오염되지 않는 걸까?

왜 우리처럼 오만해지지 않는 걸까?


우리가 그들의 육체는 어찌해 볼 수 있어도

그들의 영은 건드리지 못하는갑다.


겸손의 영들이여.

혹시 영도 똥을 쌉니까?

내 당신들이 싸는 겸손똥에 머드팩이라도 하고

오만   벗길라니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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