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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gbok Jan 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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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우리는 독일에서 유학 중인 부부입니다.

 ‘되고 싶어 이렇게  나라까지 오게 되었지만, 이곳에서 깨닫게  것은 정작 커리어를 쌓는 일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빠르게 흐르는 일상의 속도를 따라가기 급급해 실내에 종일 있는 일이 많았습니다. 바깥 공기를  때는  곳에서  곳으로 회색빛 건물 사이를 오갈  뿐일 때가 많았고요. 잠시라도 공원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일은 사치로 여겨졌습니다. 비교적 여유를 가지고 자연과 가까이 지내는데 익숙한 독일 사람들을 보면서도 그동안 살아온 습관 때문인지 이러한 마음가짐은 섣불리 바뀌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휴식을 취하는 방식은 집에 틀어박혀 네모난 화면을 들여다 보는 것이 전부일 정도였습니다.  모두에게 번아웃 증후군이 찾아왔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어느 , 알고리즘에 의해 우연히 보게된  영상이 우리의 삶을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스위스로 캠핑을 다녀  백패커의 영상이었는데, 쨍하게 파란 하늘과 초록빛 산맥의 비현실적인 풍경에 단숨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처음엔 그저 대자연을 바라보며 밥을 먹고 잠을 잔다는 것에 반했을 뿐이었습니다.  


그 해 여름, 우리는 화면 속에서 보았던 그 곳에 직접 두 발을 딛었고, 뒤이어 이탈리아의 돌로미티, 노르웨이의 로포텐까지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아웃도어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우리의 마음이 이토록 움직인 것에 아직도 스스로 놀라곤합니다. 단순히 여행을, 캠핑을 다녀왔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우리도 모르게 ‘이런 건 할 수 없을거’라고 한계 지어놓았던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며 마음의 크기가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투적인 표현일지 모르겠으나, 자연 그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과 생명력은 내내 스스로를 옥죄고 있던 불안함, 답답함, 좌절감, 패배감 등 부정적인 감정들로부터 잠시라도 해방시켜 주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삶의 방향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해가 뜨고 지고, 계절이 변화하며 모습을 바꾸는 모든 것들을 관찰하며 하루하루 맛있는 음식을 지어 먹고, 그것에서 얻는 생각과 영감을 표현하는 일들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우선 그동안의 여행을 이곳에 기록하며 조금씩 우리가 바라는 삶에 가까이 가보려고 합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일도, 일단 너무도 다른  사람이 하나로 마음을 모으는 일도 녹록치 않음을 매순간 실감하고 있으므로, 아마도 온갖 시행착오를  겪고, 우당탕탕 고군분투  모습이 눈에 선하지만, 최대한의 진심을 담아보고 싶습니다.




*dagbok: 노르웨이어로 '일기',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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