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이란 무엇인가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

by 다결


시제품을 만들고, 초기 고객을 확보하고, PMF를 찾았다. 이제 스타트업은 새로운 질문과 마주한다. "어떻게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제품이 작동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고객이 돈을 낸다는 것도 확인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경쟁자가 보인다. 기존 강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자원은 제한적이다. 여기서부터는 운이 아니라 전략이 필요하다. 많은 스타트업이 이 단계에서 실패한다. 좋은 제품을 만들었지만 시장에서 밀려난다. 열심히 일했지만 경쟁에서 진다. 왜 그럴까. 전략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략이란 무엇인가

전략(Strategy)이라는 단어는 남발된다. 마케팅 전략, 성장 전략, 채용 전략. 모든 것에 전략이 붙는다. 하지만 진짜 전략은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우리는 어떻게 이길 것인가?"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는 전략을 이렇게 정의했다. "전략이란 의도적으로 다른 활동을 선택하거나, 비슷한 활동을 다른 방식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략은 차별화다. 남들과 다른 것을 하거나, 같은 것을 다른 방식으로 하는 것.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아니다. 다르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착각한다. "우리가 더 열심히 하면 이긴다"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그것은 운영 효율성(Operational Effectiveness)이다.

포터는 명확히 했다. 운영 효율성은 전략이 아니다. 더 빠르게,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좋은 품질로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만들 수 없다. 왜냐하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전략은 선택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만큼,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다.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 모든 시장에서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선택이 필요하다.



전략의 두 가지 길

가격과 차별화

전략에는 본질적으로 두 가지 길이 있다. 포터는 이를 "본원적 전략(Generic Strategies)"이라고 불렀다.

하나는 비용 우위 전략(Cost Leadership)이다. 같은 가치를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것. 규모의 경제, 효율적인 운영, 프로세스 최적화를 통해 비용을 낮춘다. 그리고 그 낮은 비용을 바탕으로 낮은 가격으로 경쟁한다. 대표적 예로 월마트, 이케아,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있다.


다른 하나는 차별화 전략(Differentiation)이다. 다른 가치를 제공하는 것. 더 좋은 품질, 더 독특한 디자인, 더 나은 서비스로 경쟁한다. 고객은 그 차별화된 가치에 대해 더 높은 가격을 기꺼이 지불한다. 대표적 예로 애플, 벤츠, 스타벅스가 있다.

중요한 것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 다 하려고 하면 둘 다 실패한다. 포터는 이를 "중간에 끼임(Stuck in the middle)"이라고 불렀다. 가격도 비싸고 차별화도 안 되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파괴적 혁신: 아래에서 위로

여기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파괴적 혁신 이론이 등장한다. 크리스텐슨은 전략의 두 가지 길을 시간의 축으로 재해석했다. 기존 강자들은 차별화 전략을 쓴다. 더 좋은 품질, 더 많은 기능, 더 높은 성능. 그들은 지속적 혁신(Sustainable Innovation)의 길을 간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듣고, 그것을 더 좋게 만든다. 이것은 합리적이다. 고객은 만족하고, 매출은 늘어나고, 마진도 높아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강자들은 점점 시장 위쪽으로 올라간다. 더 비싸고, 더 복잡하고, 더 과한 제품을 만든다. 대부분의 고객에게는 과한(overserved) 제품이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시작된다.

파괴자는 시장의 맨 아래에서 시작한다. 품질은 낮다. 기능은 적다. 기존 고객들은 관심이 없다. 하지만 가격이 훨씬 싸다. 또는 접근성이 훨씬 좋다. 파괴자의 첫 번째 고객은 두 부류다. 기존 제품을 살 수 없거나 안 샀던 무소비자(Non-consumers), 그리고 기존 제품이 너무 비싸거나 복잡하다고 느끼는 과소비 시장(Overserved market)이다.

파괴자는 이 시장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빠르게 개선한다. 품질이 올라간다. 기능이 추가된다. 어느 순간 "충분히 좋은(good enough)" 수준에 도달한다. 이제 기존 시장의 고객들도 "이 정도면 되는데?"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특히 가격 차이가 크다면. 그 순간 시장이 뒤집힌다. 파괴자가 주류가 되고, 기존 강자는 밀려난다.



사례

현대자동차의 파괴적 혁신

1980년대 후반,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 처음 진입했을 때 아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엑셀(Excel)이라는 차는 품질이 낮았다. 고장이 잦았다. 자동차 전문지들은 혹평했다. 기존 강자들(GM, 포드, 도요타, 혼다)은 무시했다. 하지만 현대는 압도적인 가격 우위로 승부했다. 엑셀은 $4,995에 팔렸다. 당시 미국 시장에서 가장 싼 새 차였다. 그리고 10년/10만 마일 워런티라는 파격적인 보증을 제공했다.

초기 고객은 누구였나? 기존 자동차 시장의 주류 고객이 아니었다. 새 차를 살 여유가 없던 사람들, 중고차를 사려던 사람들, 첫 차를 사는 젊은이들. 즉, 무소비자들이었다. 현대는 이 시장에서 출발해 점진적으로 품질을 개선했다. 1990년대에는 쏘나타, 2000년대에는 제네시스를 출시하며 점점 상위 시장으로 올라갔다. 오늘날 현대는 미국 시장에서 5위 안에 드는 자동차 회사다. 제네시스는 럭셔리 브랜드로 렉서스, BMW와 경쟁한다. 하지만 시작은 시장 맨 아래, $4,995짜리 "싸구려" 차였다.

만약 현대가 처음부터 도요타, 혼다와 품질로 경쟁하려 했다면 실패했을 것이다. 그들은 다른 게임을 했다. 그것이 전략이다.


스타트업의 전략적 선택

그렇다면 PMF를 찾은 스타트업은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가? 기존 시장이 과하게 비싸거나 복잡하다면, 더 싸고 단순한 대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드롭박스는 FTP의 복잡함을 단순함으로, 줌은 웹엑스의 비싼 가격을 무료 플랜으로, 노션은 여러 도구의 구독 부담을 올인원으로 해결했다. 이것이 비용 우위로 파괴하는 전략이다.

반대로 기존 시장과 완전히 다른 가치를 제공하여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 수도 있다. 아이폰은 전화가 아니라 "주머니 속 컴퓨터"였고, 테슬라는 자동차가 아니라 "달리는 소프트웨어"였으며, 에어비앤비는 숙박이 아니라 "현지인처럼 사는 경험"이었다. 이것이 차별화로 새 시장을 만드는 전략이다.

가장 위험한 것은 "좋은 품질을 합리적인 가격에"라는 중간 지점이다. 가격으로 경쟁하기엔 비용 구조가 높고, 차별화로 경쟁하기엔 독특함이 부족하다. 결국 "그저 그런" 제품이 된다.



전략의 일관성

전략을 선택했다면, 모든 의사결정이 그 전략과 일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용 우위 전략을 선택했다면 기능 추가 요청은 거절해야 한다. 복잡도는 비용을 높인다. 프리미엄 고객을 타겟하는 것도 우리 전략이 아니다.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필수가 아니다. 차별화 전략을 선택했다면 가격 할인 요청은 거절해야 한다. 가치를 깎아내린다.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려는 시도는 타겟을 흐린다. 빠른 성장보다 품질이 우선이다.

전략의 힘은 일관성에서 나온다. 한 번의 선택이 아니라, 수백 번의 작은 선택이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전략은 작동한다.



마치며

PMF를 찾았다는 것은 제품이 작동한다는 증명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경쟁자는 있고, 자원은 제한적이며, 시장은 끊임없이 변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전략이다. 어떻게 이길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 그리고 그 답은 차별화에서 나온다.

현대자동차는 $4,995짜리 차로 시작해서 럭셔리 브랜드를 만들었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파괴적 혁신의 전략. 그들은 도요타, 혼다와 같은 게임을 하지 않았다. 다른 게임을 했다. 그리고 이겼다.

전략이란 선택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누구를 위할 것인가, 누구를 포기할 것인가. 이 선택이 명확하고 일관될 때, 스타트업은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image.png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파괴적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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