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TV 프로그램 방송시간을 챙겨보았다. 각 분야 최고의 조력자들이 모여 퍼포먼스 합창단을 선발하는 '싱포 골드' 이다. 최종 선발된 팀 '헤리티지 매스콰이어' 는 대한민국 대표로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합창대회에 출전한다. 팝, 재즈, 가스펠 부문이다. 연습하고 선발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했다.
서로의 눈을 맞추면서 교감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행복한 표정으로 내는 화음의 소리는 천상의 소리였다. 목소리가 주는 힘은 마술을 하는거 같았다.
합창은 함께 노래하는 것이다.
20대 대학 시절의 한 순간이 떠올랐다. 신입생의 동아리 활동에 대한 부푼 꿈에 설레었다. 두 명의 친구와 같이 세 명이 각자 하고 싶은 동아리 따라가 주기로 했다. 학생회관에 도착 헤서 눈에 먼저 들어온 곳이 합창부였다. 합창반 하고 싶다는 친구를 따라 들어갔다. 노래도 못하고 합창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합창부를 희망하는 친구는 피아노도 잘 치고 노래도 잘하는 친구였다. 그 친구에게 딱 맞는 동아리였다. 나와 다른 친구 한 명도 합창부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친구가 합창부 선배들이랑 상담하는 동안 옆에서 같이 들으며 동아리방을 두리번거렸다. 피아노 옆에서 합창부 선배 몇 명이 모여 노래 연습을 하고 있었다. 연습이라고 하기보다 서로 화음 맞추며 노래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행복한 표정과 함께 눈을 맞추며 내는 화음의 소리는 천상의 소리였다. 목소리가 주는 힘을 나는 그때 이미 느꼈던 거 같다. 그때는 그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몰랐지만 말이다.
그 순간 뭔가 가슴을 강타하는 느낌이었다. 분명히 알고 있는 노래였는데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각자의 목소리에 서로의 화음이 맞춰지면서 내는 소리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뭔가 표현하지 못할 충격이었다.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었다.
그리고 바로 합창단이 되었다.
친구들과 같이 다른 동아리는 가보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세명 모두 합창단이 되었다.
원래 희망했던 친구는 물 만난 물고기 마냥 자신의 능력을 한껏 발휘했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함께 한 다른 친구도 힘들어했다. 노래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노래 못하는 사람이 함께 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함께 하며 합창을 들을 수 있는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는 못했다. 합창이 주는 매력에 풍덩 빠져서 지냈다. 목소리가 들려주는 감동에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듣는 감동에서 노래를 부르는 감동으로 넘어가지는 못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안타깝다. 열심히 배워서 부르는 감동을 함께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랜만에 합창으로 시간여행을 한 느낌이었다. 합창은 말 그대로 함께 노래하는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잘하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마법같은 사람의 목소리가 함께 만들어 내는 합창은 감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