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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경앤 Oct 27. 2022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좋은 어른

댜경앤 가족

끝나지 않을 거 같던 코로나가 지나가고 있다. 오랜만에 친척들과 함께 맞이하는 추석이었다. 정겨운 가족과의 만남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힘든 코로나 시기에 어떻게 지냈는지를 무용담인 듯 얘기하고 들으며 공감했다.

보름달 보며 소원도 빌었다.

구름 사이로 자꾸 숨는 보름달 찾느라 색다른 재미를 느낀 추석이었다.


얼마 전만 해도 추석은 많은 음식과 손님들 때문에 힘들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추석이 많이 편해졌다. 코로나로 인해 친척들이 많이 모이지 않기 때문인가? 그전부터 풍성하게 했던 음식들이 많이 간소화된 이유도 있는 거 같다.


결혼 후 처음 맞이했던 추석이 생각났다. 

새댁이었던 시간으로 잠시 시간여행을 떠났다..


결혼 후 첫 추석!

신랑과 함께 시댁에 도착했을 때의 몹시도 당황스러웠던 순간이 떠올랐다.

식탁 가득 식재료가 쌓여있었다.

좀 많이!

아니다. 정말 정말 많이였다.

연근, 고구마, 피망, 고추......

오징어, 갈비, 생선전, 생선.......

당면, 꼬치, 튀김가루, 부침가루, 기름.....

6인용 식탁에 빼곡히 겹겹이 식재료가 쌓여 있었다.  정말 누가 봐도 깜짝 놀랄 풍경이었다


아버님이 식탁 앞에 서 있는 며느리를 한번 쳐다보고,

식탁 위에 놓인 재료들을 한번 쳐다보고, 시어머님을 한번 쳐다보고 하셨다.


아버님은 며느리를 쳐다보며 겸연쩍은 듯

껄껄껄 웃으셨다.

그리고, 어머님에게 "며느리 길들이려다 네가 죽겠다"라고 하셨다.

며느리 편들어 주시는 아버님이 든든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어머님은 본인 편이 되어주지 않은 아버님이 섭섭했을 거 같다.


만약 내 신랑이 그랬으면 완전 부부 싸움 감이다.

아마 우리가 간 다음에 아버님 어머님은 부부 싸움하셨을 수도....


집안에서 제일 막내며느리셨던 어머님은 일을 많이 하신 분이 아니었다.

어머님이 시집오셨을 때 큰집 질부가 벌써 있어서 부엌에 거의 들어갈 일이 없었다고 하셨다. 그런 큰일을 해 보시지 않은 어머님이 며느리 길들이려고 하신 것이다.

많은 음식을 혼자 해본 적이 없는 어머님이셨다. 본인도 잘 모르니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새댁인 다경앤의 눈에도 보였다.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힘들어서 짜증도 났다. 일 잘하시는 분이 시키는 것만 해도 힘든 일이다. 그런데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이 시키는 일을 한다는 건 더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어머님 모습이 싫지 않았다. 뭔가 엄청 노력하시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었던 거 같다. 아버님 말씀처럼 어머님은 며느리와의 첫 추석 후 엄청 아프셨다. 그리고, 그 후로 두 번 다시 그런 명절은 없었다.


맏며느리인 다경앤과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던 어느 날 어머님은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어머님도 시어머니를 어떻게 해야 하지 몰랐다고..  주위 사람들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하셨단다. 본인이 일을 잘 못하시니 며느리에게 가볍게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만 했다고 하셨다. 시어머니로서 위엄 있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고. 음식 못하는 모습을 며느리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어머님은 그때는 미안했다 고 하셨다. 그런데, 본인이 더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다며, 쑥스럽게 웃으셨다. 그 순간 마음이 뭉클했다. 그때의 어머님 모습도 싫지 않았던 다경앤이었지만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이제 본인이 만든 것보다 며느리가 해주는 음식이 훨씬 맛있다고 하신다.  어머님 이 한마디에 또 열심히 음식을 맛나게 만들게 된다. 역시 어머님이 인생의 고수이신 것이다.


요즘은 그 당시 시어머님 생각이 많이 난다. 신랑이 장남이라서 지금 내 나이쯤이었을 거 같다. 난 그때만 하더라도 어머님 나이에는 세상 모든 걸 다 아는 줄 알았다.


다경앤이 그 나이가 되고 보니 그때의 어머님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하나도 모르겠는데....

지금 며느리가 들어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어머님은 어른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셨을까?

지금도 어머님은 어른이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신다.  좋은 어른이고자 노력하시는 어머님이 이제 눈에 들어오며 이해가 된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어머님의 모습이 보이는 건 내가 나이가 들어서 일까?

나도 좋은 어른이고 싶다. 어머님이 노력하셨던 것처럼...  좋은 어른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어머님처럼 실수도 할 것이다.

하지만, 실수도 인정하면서 사과하는 용기도 낼 것이다.

그리고, 더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끓임 없이 노력할 것이다.


몸도 마음도 많이 편해진 올해의 추석 연휴가 끝났다. 어머님과의 추억으로 가슴 따뜻한 시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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