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2월 설 명절, 양가 방문
우진이와 결혼 이야기가 나온건 언제였지 특별히 기억나는 계기가 있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각자의 인생을 살며 다른 사람도 만나본 결과 서로와 함께 할 때에 가장 재미있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그렇기에 아마 남은 여생을 함께 한다면 서로일 것이라 서로 막연히 의견을 모은 상태이기는 했다. 하지만 동시에 서로(는 아니고 주로 내가) 싸우면 죽자고 달려들었기 때문에, 갈등 상황이 수월하게 해결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동거동락하며 죽을 것처럼 싸우는 경우가 점차 줄어들고, 서로 갈등을 원만히 풀어갈 수 있게 되어 가면서 앞으로도 같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결혼식은 우리의 관계를 선언하는 일에 가까웠다. 이미 함께 지낸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실혼 관계에 가까웠고, 법적인 부부로서 누리는 법제도의 이점을 누리기 위해 혼인 신고를 하는 단계만 남아있었을 뿐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양가에 소식을 알리기로 했다. 마침 설명절을 눈앞에 두고 있었기에, 양가에 인사를 드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결혼 준비는 찬찬히 하기로 하고, 우선 인사부터 드리기도 했다. 어차피 10년 전에 이미 인사하고 알고 지내던 사이였으니 굳이 결혼식 준비를 본격화할 때 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설 명절에 양가를 방문하고, 결혼 소식을 알렸다.
# 2024년 9월 결혼식장 예약
개인적으로는 결혼식은 하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예식은 별 의미없은 허례허식이라고 생각하던 나로써는 결혼식은 너무나 귀찮은 일이었다. 시댁에서는 너희 뜻 대로 하라고 했지만, 우리 엄마 생각은 달랐다. 그렇지만 엄마는 항상 논리도 없이 자신의 맹목적인 믿음을 나에게 강요했기에, 엄마의 뜻에 따르는게 영 내키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남편의 의견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결혼식을 치르기로 했다. 남편은 남들이 하는 것은 다 한 번즈음 해보고 싶어하는 주의였다. 평소에 남편은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기 싫은 것을 많이 존중해주니 이번 기회라도 남편의 뜻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과거에는 혼사가 부모의 일이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신랑신부의 몫이 되었다. 결혼식 한다고 하니 다들 봄에 하는게 좋지 않느냐고 했다. 하지만 나는 선선한 가을에 결혼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결혼식 준비는 여유있게 하고 싶었다. 안그래도 하기 싫고 귀찮게 여겨지는 일인데, 시간에 쫓겨 준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결혼식 날짜는 일년 후로 잡게 되었다. 막연하게 내년 봄이 되면 준비를 시작하면 되겠거니 하며..
플래너는 따로 고용하지 않았다. 애초에 학교 교우회관 웨딩홀 말고 다른 선택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저렴했다. 그리고 웨딩 촬영 스튜디오, 본식 메이크업과 드레스 샵를 통틀어 일명 스드메라 부르는 결혼 준비 기본 패키지는 웨딩홀에서 제휴한 곳으로 계약했다. 거기에 신랑 턱시도 역시 스튜디오에서 제휴한 곳으로 했다. 웬만하면 선택에 들어가는 노고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업계 지형을 파악하고, 내가 원하는 선택지를 찾아내는 일이 언제나 제일 번거로우니 말이다.
# 2025년 3월 스튜디오 상담
원래 계획은 스튜디오 상담은 5-6월이 되어서야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당시 상황으로는 4월부터 바빠질 것 같아 3월에 상담을 다녀오게 되었다. 4월부터 바빠지는 일정은 아쉽게도 취소되었지만, 그래도 3월에 스튜디오 상담을 다녀온 것은 아주 적절한 시기였다. 예식 날짜가 그러하듯이 스튜디오 촬영도 보통 주말에 몰려있고, 또 웬만하면 날씨 좋을 때 그러니깐 너무 춥거나 덥지 않을 시기에는 예약이 어려웠다. 게다가 스튜디오 사진으로 청첩장을 만들고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할 일정을 고려하면, 보통 예식 3달 전에는 웨딩촬영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뒤늣게 알게 되었다. 우리가 스튜디오에 상담을 갔을 때에는 다행히도 너무 더워지기 전 6월초 일정이 비어있었기에, 알맞은 시기에 웨딩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 2025년 6월 웨딩촬영
결혼식에 관심이 없던 나는 결혼 준비를 하며 별 생각이 없었다. 그냥 뭐 알아서 해주시겠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 소식을 들은 친구가 웨딩촬영에 놀러가도 되냐고 물었다. 나는 그게 되는거였나며,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으니 와주면 고맙겠다고 했다. 마침 친구는 얼마 전 결혼한 사촌언니를 가까이서 지켜보았기에, 나보다도 더 결혼식을 준비 과정을 잘 알고 있었다. 친구는 부케도 선물해주고, 짐도 들어주며 도와주었다. 그리고 다행히 웨딩촬영할 때 날씨도 좋아서, 좋은 사진을 많이 건질 수 있었다.
# 2025년 7월 청첩장 제작
신경쓰이는 일이 있으면 미리미리 끝내놓는 편이다. 그렇기에 웨딩촬영을 끝내고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받자마자 청첩장을 제작했다.청첩장은 저렴하게 하려고 하면 아주 저렴하게도 가능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다가 웨딩 포스터를 예쁘게 만들어주는 계정을 발견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해당 업체에서 웨딩포스터를 제작하고, 웨딩포스터를 활용한 종이 청첩장도 계약했다. 디자인이 예쁘다는 것 하나 떄문에 작업을 맡겼는데, 예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다. 덕분에 청첩장을 제작하며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래도 사람들이 청첩장을 받아보면서 예쁘다는 말을 해줄 때에 가장 뿌듯했고, 또 내 고생이 빛을 발한 듯 하여 기분이 좋았다.
모바일 청첩장에도 웨딩 포스터를 활용해서 제작했는데, 모바일 청첩장이 처음 나왔을 때에는 D-day가 100일 넘게 남아있었다. 남편이 이렇게 D-day 길게 남은 청첩장은 처음 본다고 했다 ㅎㅎ
# 2025년 9, 10월 청첩장 모임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우선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며 소식을 전하고 날이 선선해지면 만나기로 했다. 덕분에 9월부터 시작해서, 추석 연휴까지도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결혼식 준비하면서 특히 8월에 상견례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래도 9월이 되고 사람들을 만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면서 결혼식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많이 중화되었다.
# 2025년 9, 10월 예식 순서 구성 및 예식 관련 결정들
추석 연휴가 지나면 결혼식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을테고, 거기에 추석 연휴에는 관련해서 일처리를 할 수 없으니, 웬만하면 추석 연휴 전에 모든 결혼 준비를 끝내놓고 싶었다. 다 끝냈다고 생각했지만 또 내가 결정하고 확인할 일이 계속 생겨났다. 그래도 9월부터 미리 준비한 덕분에 문제없이 결혼식을 준비한 듯 하다. 결혼식을 1주일 남기고서야 정말로 최종에 최종에 최종까지 모든 준비가 끝마쳐진 기분이다.
사실 주말 아침에 먼길 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거기에 나는 다른 사람들 결혼식은 잘 안갔던 사람이기에, 결혼식에 와주시는 한 분 한 분께 너무나도 감사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하객분들이 결혼식에 와서 즐거웠으면 좋겠는 마음으로 이것 저것 준비했다. 결혼식 당일에 차질없이 또 별다른 소동 없이 무탈히 하루가 지나가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