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나와 결혼을 결심한 이유

by 노다해

요즘 유튜브에서 <이웃집남편들>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남편들이 모여 결혼과 출산, 육아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 이다. 영상에서 각자 아내와 결혼을 결심한 계기를 이야기 나누는 장면이 있다. 그걸 보고 있자니, 남편은 왜 나와 결혼을 결심했는지 궁금해졌다.


(참고 : https://youtu.be/Cn0lApHXPeA​)


우리는 사실 워낙 오래 알고 지내기도 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누구 보다도 서로가 함께할 때에 가장 재미있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 평생을 함께한다면 서로일거라는데에 서로 동의하고 있었다. 우리가 결혼해야겠다는 결심은 여러 단계를 걸쳐 이루어졌기에, 딱 한 순간을 꼽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기억나는 일이 있다고 했다. 작년 가을에 얼굴 한 쪽에 마비가 왔을 때라고 했다. 당시 나는 일주일동안 필리핀에서 열린 국제합창대회에 참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일요일 아침, 나는 한국에 도착해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편의 첫마디는 ‘얼굴 한 쪽이 안움직여서 응급실 가고 있어‘ 그리고 그에 대한 나의 답변은 ‘나 배고파, 어제 저녁 부터 아무것도 못먹었어’였다. 남편은 어이가 없었다.


남편은 며칠 전 부터 얼굴에 느낌이 이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 있는 나를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국 일요일 아침, 갑자기 얼굴 한 쪽이 움직이지 않았고, 어쩌면 평생 이대로 살아야 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서 응급실로 향하게 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 나는 남편에게 배고프고 비행기에서 잠도 편히 못 잤다며 칭얼거린 것이다.


남편은 무척 서운하기도 어이도 없었지만, 동시에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내 몸에 이상이 생겨도 얘는 나랑 함께하겠구나’라는 그런 확신 말이다. 그러니 나는 어쩌다 얻어걸린 셈이다. 남편의 얼굴 따위는 관심이 없고 내 안위만이 중요했을 뿐인데 말이다. 남편은 내게 종종 ‘지삐모른다’(너 밖에 모른다)며 이런 내 모습을 질책한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이유로 남편은 내가 자기를 떠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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