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편과 결혼을 결심한 이유

by 노다해

지난 번 글에서는 남편이 나와 결혼을 결심한 이유를 다루었으니, 이번에는 반대로 내가 남편과 결혼을 결심한 이유를 다뤄보려 한다.


내가 남편과의 결혼을 결심한 이유를 단적으로 말하면 '꼬인 데가 없'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하자면 나의 못되먹은 과거를 들춰야 한다.


나는 내가 관심있는 사람이 있으면 상대방의 내면 깊숙한 곳을 파고들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겉과 속이 다르거나 모순되는 지점이 있기 마련이다. 정말 못된 짓거리이지만, 그런 모순을 겉으로 끄집어내기를 좋아했다. 보통은 내면의 약한 부분을 모순으로 가지고 있기 마련이었다. 참 오만한 태도이지만 상대방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됐다는 생각이 들면 흥미를 잃었다.


상대방이 나를 믿고 자신의 내면을 내어보여주었을 때에 흥미를 잃는다니, 정말 못된 습성이었다.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존중하기 보다는, 탐사의 대상으로 보고 나의 인간탐구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대하는 태도였다.


그런데 남편은 어디를 파고 들어도 막히는 곳이 없었다. 나의 모든 파고듦에 자신만의 답이 있었고, 자신의 부족함은 순순히 인정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꼬일 대로 꼬인 사람이었지만, 남편은 나의 꼬임에 발이 걸려 넘어지지 않았다. 남편에게는 나의 부족함을 들킬까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었다. 남편은 자기 자신을 대하는 넓고 담담한 마음으로 나를 대해주었다.


물론 나의 못된 습성은 하루 아침에 사라지지 않았다. 남편을 상대로 혼자 오해하고, 자격지심으로 남편의 의도를 곡해했다.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이상한 시나리오를 적어 나갔다. 그럴 때면 남편은 지극히 현실적인 답변으로 나를 안심시켰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자, 이제는 남편에게 괜히 원망의 화살을 겨누다가도 스스로 나의 비뚤어진 마음을 다독이는 수준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남편이 나를 '사람 만들었다'고도 할 수 있다. 사실 남편은 이런 나를 못 견디겠는 나머지 헤어지자는 말도 몇 번 꺼냈었다. 정말로 진지하게 이제 너무 힘드니 자기를 좀 놓아달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남편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나도 알았기 때문이다. 남편 말고 내 성격을 받아줄 사람은 없었다. 나는 혼자서 무척 불안정한 사람이지만, 남편과 함께 있을 때에는 마음이 편해졌다. 게다가 남편은 나 없이도 잘 살 것 같았다. 그러니 아쉬운 사람은 내가 맞았다.


그래서 결혼식을 치르기 전에도 나는 몇 번이나 확인을 했다. 결혼식 하고 동네방네 소문내면 정말 되돌리기 쉽지 않아지는데, 그래도 나와 결혼을 할 것인지 말이다. 이제 못 도망가는데 괜찮은거냐며 말이다. 남편은 괜찮다고 했다. 내 성격 다 알고 결정한 일이라고 했다.


내가 결혼 소식을 전하자 나를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은 하나같이 '너는 결혼 안할 줄 알았다'고 했다. 한 친구는 '네가 관습의 굴레에 제 발로 걸어들어가다니 놀랄 일'이라고 했다. 그러게 말이다. 나도 내가 결혼하게될 줄 몰랐다. 그러니 나는 임자를 만난 셈이다. 내 불안을 잠재워주고, 나를 인격적으로 성숙하게 만들어 준 남편을 만났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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