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는 경제위기, 기후 위기, 인구 위기, 잔혹한 범죄, 세대 갈등 등 여러 위기가 있다. 과 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여러 위기 중에서도 과학과 관련되어 보이는 기후 위기에 집중해 보려 한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 삶은 편리해졌지만, 동시에 우리 삶에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 와 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화석연료의 사용은 18세기 중후반에 일어난 산업혁명의 실마리가 되 었지만, 지구는 빠르게 온난화되었다. 1880년 이래 지구의 평균 표면 온도는 10년마다 0.07도씩 상승해 왔으며, 온도변화율은 1981년 이후 0.18°C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1]. 지구의 역사 45억 년의 세월에서 산업혁명은 불과 마지막 200여 년에 불과한 시간 동안 일어난 일이다. 지구의 역 사를 24시간으로 나타내면, 이 시간은 1초에도 미치지 않는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이 짧은 시간 동안 지구의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 냈다.
그렇다고 해서 기후 위기가 과학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 산화탄소(CO2)는 주로 석탄, 석유 등 화석 연료를 사용할 때 배출된다. 석유회사들은 기후 위기의 위험성을 지속해서 부정해 왔다[2]. 그에 반해 올해 초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미 국의 석유화학기업인 엑손모빌은 1970년대부터 지구온난화의 위협을 정확하게 예측했다[3]. 이에 올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석유회사들을 상대로 기후소송을 제기했다[4]. 화석연료의 사 용이 기후 위기를 초래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축소 및 은폐하여 대중을 오도했다는 이유이 다. 과학의 발전이 지구온난화를 야기했을지언정, 기후 위기 수준으로 문제를 키운 데에는 자사의 이익만을 추구한 관련 기업들의 이기심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학이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명쾌한 답을 줄 수 있을까? 아마 대답은 Yes and No일 테다. 과학이 제시하는 해답은 분명하다. 단적으로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 된다. 하지만 이 간단 해 보이는 해답을 실현하기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2020년도 기준 탄소 배출량[5]이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30.6%), 미국(13.5%), 유럽연합(7.5%), 인도(7%) 등이다. 그런데 또 중국 입 장은 다르다. 산업화 이후 최근까지의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1750~2020년)을 기준으로 보면 미국(24.6%), 유럽연합(17.1%), 중국(13.9%) 순으로 배출량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모든 국가가 동의하는 기준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이고, 기준을 정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맞춰 실제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건 또 다른 문제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야기된 문제일지라도, 우리 삶에 위협이 되는 위기가 되기까지는 여러 사회 적인 요소가 얽혀있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과학의 문제라 고 생각하는 기후 위기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이 궁금증을 안고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 도 결국은 사회의 문제로 풀어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과학이 답을 줄 거라고, 과학자는 답을 알 거로 생각하곤 한다. 고백하자면 학창 시절의 나도 답이 명확해서 수학, 과학을 좋아했다. 답이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문제를 곧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어쩌면 과학이 답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문제들이, 사실은 답을 찾기 힘든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을 받아들이는게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참고자료
[1] https://www.weforum.org/agenda/2021/02/global-warming-climate-change- historical-human-development-industrial-revolution/
[2] https://www.yna.co.kr/view/AKR20230113025400009
[3]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k0063
[4] https://www.yna.co.kr/view/AKR20230916048400009
[5]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6599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