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면접은 1차 합격 발표 후 4일 뒤였다. 2차 면접도 전과 동일하게 면접 20분 전, 이름이 적힌 명찰을 나눠 받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호명하는 이름 순서대로 줄을 선 뒤 차례대로 면접장으로 입장한다. 1차 면접에서 떨림의 절대량을 채운 덕일까. 지난 면접만큼 떨리지는 않았다.
정해진 면접 시간에 맞춰 면접장 안으로 들어섰다. 스윽- 면접관들을 살폈다. 1차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면접관들이 기다란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면접실 바닥, 초록색 선으로 테이핑 된 위치에 열을 맞춰 바르게 섰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눈 앞의 한 명 한 명을 살폈다. 이윽고 면접 도우미분께서 에이포 용지 반 정도 크기의 코팅된 종이를 나누어주셨다.
"어허, 아직 보시면 안 돼요."
정체불명의 종이를 사수하는 면접관의 목소리. 종이의 정체는 기내방송문이었다. 자신의 순서가 되면 손에 쥐어진 방송 내용을 빠르게 파악한 후, 방송톤을 살려 읽어내야 했다. 어떤 내용의 방송문이 내 손에 들려있는지 알 수 없기에 말 그대로 복불복 중국어 읽기 테스트인 셈이었다. 내 차례가 되어 종이를 뒤집어 보았다. 중국어로 된 착륙 후 택싱 방송이었다. 눈으로 빠르게 전체 내용을 훑은 뒤 짐짓 여유 있는 어투로 방송문을 읽어나갔다. 내가 뽑은 방송문은 비교적 간단한 축에 속했으므로 큰 문제없이 읽어낼 수 있었다. 마지막 지원자까지 기내 방송문 읽기를 마치고 나자 개인 질문이 이어졌다.
첫 질문은 영어 질문이었다.
"학회에 통역으로 참여했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어떤 활동이었나요? 누가 참여했죠?"
"참여자는 한중일 대학교의 교수진과 IT 대학원생들이었습니다. 학교별로 본인들의 IT 관련 연구 내용을 소개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다 함께 이야기해보는 활동이었습니다. 저는 그중 중국인 교수진과 학생들의 통역을 담당하였습니다.”
예상 안에 있던 무난한 질문과 무난한 대답이었다. 취준생이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본인이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언어로 본인의 자기소개서에서 튀어나올 칼을 막아낼 100가지 방패를 만들어두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므로.
영어 질문 타임이 한 차례 지나간 후, 어김없이 중국어 질문이 들어왔다.
-당신은 화를 잘 내는 편인가요? 화가 난 승객들에게 어떻게 대응할 건가요?
-자원 봉사상은 어떻게 받은 건가요?
-통역 봉사 외의 다른 봉사활동 경험이 있나요?
-양로원에서는 주로 어떤 봉사를 했나요?
-말동무가 되어드린 것 외에 또 무슨 일을 했나요?
한 고개 넘었나 하고 한 숨 돌리고 나면 또다시 끈질기게 따라붙는 꼬리 질문들. 면접관의 질문의도를 생각하며 달라붙는 꼬리를 덩숭덩숭 잘라냈다. 마지막 대답을 끝으로 질문의 과녁은 다음 지원자에게 넘어갔다. 남은 것은 다른 이들을 향해 질문이 쏟아지는 동안 면접관들을 향해 온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미소를 보이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곧 면접은 끝이 났다.
이틀 뒤, 2차 면접 합격 메일을 받았다.
2차 발표 4일 뒤에 치러진 3차 면접.
3차 면접은 이전과는 달리 간단한 검진이 추가되었다. 명찰을 배부받은 뒤, 면접장 옆 작은 쪽방에서 검진을 먼저 받았다. 팔에 흉터가 있는지 체크하고 시력 확인용 책을 읽어내고 혈압을 측정했다. 그 후에 면접 시간 순서에 따라 조별로 면접장으로 이동했다.
3차 면접에 또 한 가지 추가된 것이 있다면 사진 촬영이었다. 면접장에 입장하니 바닥에 초록 테이프가 두 줄로 테이핑 되어 있었다. 면접관들에게서 더 멀리 위치한 테이프 라인에 일렬로 서서 사진을 먼저 촬영한 후, 가까이 위치한 테잎 라인으로 이동해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관 수는 면접이 거듭될수록 점점 더 많아졌다. 덕분에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면접이 시작되었다.
3차 면접의 첫 공통 질문은 영어 자기소개였다. 무난한 시작이구나. 한중영 자기소개는 하도 연습해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줄줄 욀 수 있었다.
영어 자기소개가 끝나자 ㄹ자 워킹이 진행되었다. 첫 순서 면접자를 따라 면접장을 ㄹ자로 걸은 후 제자리로 돌아오는 식이었다. 그다음은 360도 돌기. 오른쪽으로 90도씩 돌아 앞, 옆, 뒷모습을 보는 어피어런스 체크였다.
그 뒤로는 다시 개인 질문이 이어졌다. 나는 3차에서 한 가지 질문을 받았다.
“심폐 소생술 자격증을 취득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동방항공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항공사라 알고 있습니다. 동방항공에 걸맞는 승무원이 되기 위하여 개인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생각했고 위급 상황에 도움이 되고자 심폐 소생술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대답을 마치고 나자 질문을 던졌던 면접관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꿀꺽, 침이 넘어갔다. 뭐지, 내가 말을 잘못했나. 너무 아첨꾼 같아 보였나. 원하던 대답이 아니었던 건가.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던 영원 같던 찰나도 잠시,
“오직 동방항공을 위해 자격증을 취득했단 말입니까?”
하고 되묻던 면접관 도리어 파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당황스러운 기색을 슬쩍 감추며 “그렇다” 답하곤 면접관을 따라 웃었다. 느낌이 좋았다.
면접이 끝났다. 면접장 밖 복도에 선 일곱 명의 지원자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면접 도우미분께서 5분 뒤 합격한 지원자의 이름을 알려주시겠다 했다. 듣자 하니 3차부터는 이렇게 당일 바로 결과를 알려준다고.
5분 뒤, 너무나 다행히도 내 이름이 불렸다. 합격이었다.
면접이 끝난 지 겨우 5분 만에 불합의 소식을 접한 또 다른 누군가는 결국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간절한 그 마음은 모두가 똑같을 것을 알기에 합격자들은 합격했음에도 마냥 기쁠 수 없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와 응원의 말을 나눴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때 도우미 면접관께서 다가오셨다.
오늘 합격자를 대상으로 내일 마지막 4차 면접이 있을 예정입니다.
카더라로 떠돌던 동방항공의 4차 비밀 면접이 진실임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 편의상 한국어로 바꾸어 놓았지만 면접장 안에서의 모든 질문은 제가 영어 질문이었다고 말했던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중국어로 진행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하늘을 걷는 여자, 하자입니다 =)
최근 들어 개인적인 사정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글이 (많이) 늦었습니다. 바쁜 나날에 쫓기느라 사실 글태기가 살짝 오기도 했다지요.
못난 변명은 이쯤 해두고 오래 기다려주신 만큼 또다시 부지런히 써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