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태생적으로 그랬지 싶다. 나는 외적인 것에 관심이 없었다. 어떤 옷을 입어야 내가 예뻐 보이고 어떻게 머리를 해야 내게 어울릴지(교내 반대항 대회나 축제가 열려서 친구들이 너 나할 것 없이 열을 올릴 때를 제외하곤) 고민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 어렸을 때도 머리는 걸거치지 않는 포니테일이 제일 좋았고 착장은 실용파 엄마의 안목이 그대로 반영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꼬마의 주요 관심사는 내일 친구들과 할 고무줄놀이 구상이나 디지몬 어드벤처 챙겨보기, 일기 쓰기 정도였던 듯하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던가, 세 살 성향도 여든까지 간다. 여전히 나는 외적인 것에 그닥 관심이 없다. 머리는 하나로 질끈 묶어버리는 게 제일 편하고 옷은 고르는 게 귀찮아 결국 제일 무난한 것으로 고르게 된다. 나중에야 머리 만지는 것에 관심이 좀 생겨 손재주 좋은 동기들에게 봉고데기 사용법을 배워보겠다고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었는지, 말도 마시라.
이런 내게 있어 승무원이라는 직종이 가지는 어마어마한 메리트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규격화되어있는 복장 및 화장 규정이다.
출근을 할 때면 나는 1초의 고민도 없이 회사 규정 화장을 하고 계절에 맞는 유니폼을 집어 든다. 일반 회사에 근무하는 우리 언니가 출근 전 아침, 옷장을 활짝 열어젖히고는 "아, 오늘은 또 뭐 입지? 옷이 왜 이렇게 없어!" 하며 악을 쓰는 모습을 익히 봐왔던지라 착장이 규격화되어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건지 안다. 우리 회사 유니폼은 타 항공사들과 비교해봤을 때 실용적인 축에 속하는지라 더더욱 그렇다. 만약 내가 일반 회사를 다녔다면 아마 똑같은 바지에 똑같은 셔츠를 7장씩 사놓은 다음 매일매일 같은 옷을 입고 다녔을지도. 유니폼의 존재에 감지덕지할 따름이다.
유니폼을 마지막으로 입은 게 벌써 9개월 전이다. 스탠딩 옷걸이에 걸린 투명 정장 케이스. 그 속에 깔끔하게 다림질되어있는 유니폼이 유난히 눈에 밟힌다. 고민 없이 유니폼을 집어 입곤 출근 버스에 몸을 싣던 그 날이 오늘은 조금 그리운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