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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함 Jul 10. 2022

두 눈을 의심한 반전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1998년작 [비밀]


스포와 불만이 있습니다.


1998년에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은 1999년에 영화와 2010년에는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작품이다. 리디 셀렉트를 통해 지난달에 읽게 되었고, '버스 사고로 인해 아내를 잃은 주인공 헤이스케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딸의 몸에 아내의 영혼이 들어갔음을 깨달은' 이후의 전개를 흥미롭게 보다가 소설 후반부터 자세히 등장하는 사고를 낸 버스기사의 가정사를 읽으며 두 눈을 의심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어느 리뷰나 기사에서도 언급하지 않고 '아빠-남편과 딸-아내'의 '감동적인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길래 답답한 마음이 들어 풀어내 보았다.


우선 인물에 대해 정리하자면


1. 주인공 가족

헤이스케 : 주인공

나오코 : 부인 (사망, 영혼이 딸인 모나미의 몸에 들어감)

모나미 : 딸


2. 사고를 낸 버스기사 가족

가지카와 : 버스기사 (버스 사고를 내고 사망)

세이코 : 사망한 버스기사의 재혼한 부인

이쓰미 : 사망한 버스기사의 양녀

네기시 노리코 : 가지카와의 전 부인

후미야 : 노리코가 가지카와와 결혼 3주 전 가진 다른 남자의 아들


소설 초반, 사고의 원인은 버스기사인 가지카와에서 과로를 강요한 버스회사의 잘못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주인공은 꾸준히 돈을 번 가지카와가 항상 돈이 부족하여 힘들어했다는 것에 의구심을 갖는다. 소설 중반부에서야 그 이유가 버리고 온 전처와 아들에게 생활비를 보태기 위함이었음이 밝혀진다.


소설 후반부에 주인공이 가지카와의 전처와 만나면서 진실이 밝혀진다.


전처가 낳은 아들인 후미야는 클럽에서 일했던 전처가 결혼 3주를 앞두고 다른 남자와 관계하여 가진 아이였고, 가지카와는 후미야가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그 사실을 모르다가 회사에서 진행된 혈액검사로 알게 되었다. 충격을 받아 전처를 떠났지만, 생활고로 힘든 것을 알고 2년 가까이 월 10만엔에 달하는 생활비를 보내온 것이다.


내가 받은 충격 포인트는 이 모든 원인이 된 '노리코'라는 인물에 대한 것이다.


1. 결혼 전에 손님이었던 남자와 관계하여 후미야를 가졌지만, 후미야가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남편에게 진실을 밝히지 않음(본인은 짐작하고 있었음)

2. 남편과의 이혼에 대해, 남편이 변심하여 자신들을 버렸다고 후미야에게 알림(끝까지 진실을 알리지 않음, 후미야는 자신을 버리고 간 가지카와를 저주에 가까울 정도로 원망함)

3. 그러면서 전 남편에게 월 10만엔씩 2년간 지원 받음

4. 자신들의 복잡한 가정사에 얽혀 희생당한 주인공의 딸 모나미와 자신의 아들 후미야가 결혼하게 둠(여기서도 진실을 알리지 않음)

5. 가지카와의 사고에 대해 추궁과 욕설을 들으며 마음 고생하던 두 번째 부인인 세이코는 스트레스와 과로로 사망하고, 그녀의 딸인 이쓰미는 친척 집에 맡겨진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음


그럴 의도가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를 방관하는 점에서 웬만한 악녀 쌈싸먹는 인물이 아닐까 싶은데, 이 내용 어디에 감동과 희망과 위로가 있는지 모르겠다.


98년도 작품이니 그 당시의 감수성을 기반으로 봐야 하는 것인지, 딸의 몸에 들어간 아내가 딸로서 살아가길 원하는 것을 인정해 나가는 주인공에 집중하지 못하는 내가 이상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독자인 나 빼고 소설 속 인물들끼리 행복하게 끝나는... 참으로 이상한 이야기다.







히가시노 게이고 [비밀]

읽는 즐거움 ★ (중반부터 더 읽어야 되는지 고민되나 금세 읽겠지 싶어서 포기 못함)

가독성 ★★★★★ (빠르게 읽힘)

완결도 ★★★★ (읽는 사람이 황당해 하는 틈에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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