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한다

by 최다함


일용직 단기사원 때까지 더하면 1년이 되었다. 나는 강원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대한민국 대표 영화번역가가 된 황석희가 99학번 과동기다. 1학년 마치고 군대에 갔고, 군대에서 조울증에 걸려, 조울증으로 방황하며 2030 청춘을 상실했다. 13년 반 만에 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대신, 초등학교에서 영어회화전문강사를 했다. 그걸 지금까지 계속했더라면 정규직은 아니고 무기계약직으로 초등학교에 계속 있었을 것이다. 오래 하지는 못했다. 다소 복잡한 과거사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1학년 여선생님이 예뻤고, 조울증이 재발했다. 아버지 친구분이 하시는 태백의 정신지체 생활시설에서 생활지도사를 하며 사회복지사 공부를 했고,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땄다. 자격증 이야기가 나왔으니 훗날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교원 2급 자격증도 땄다.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은퇴하신 아버지와 귀농해 왕대추 농장도 했다. 다시 도시로 돌아와 출판편집디자인 과정을 국비지원으로 이수했는데 취업에 이르는 데는 실패했다. 그 기술을 가지고 동생 회사에서 2년 정도 일했는데 동생 회사에서 일하는 게 쉽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다른 선택이 없으니 할텐데, 그때는 그게 나의 한계였다. 동생 직장을 나와서 난 전업 작가를 하려고 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겠지만, 돈이 없으니 글도 안 써졌다. 글쓰기에 올인하기보다 글 쓰는 환경 조성에 늘 더 마음이 갔다. 다시 국비지원 교육을 받아보려 했는데 그것도 안 되었다. 취업으로 돌려 주간보호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3개월 일경험을 했다. 정규직 연계였는데, 회사 사정으로 계약 종료로 끝났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회사는 3개월 국비지원만 따 먹고, 회사 사정을 핑계로 인력 한 자리를 줄인 거다. 그리고 1년 가까이 놀았다. 그 사이 할아버지께서 98세를 사시고 돌아가셨다. 2025년 1월 새해벽두부터 난 쿠팡에 나갔다. 4월부터는 계약직이 되었다.


세상 모두가 알다시피 지금 쿠팡이 어렵다. 쿠팡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지만, 쿠팡의 잘못 보다 더 매를 맞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난 쿠팡을 그렇게 사랑하지도 증오하지도 않는다. 쿠팡에 애사심도 없고, 그렇다고 쿠팡에 어떤 억하심정도 없다. 노동력과 임금을 교환하는 갑을 계약 관계일 뿐이다. 쿠팡에 감사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쿠팡에게 착취당하고 생각하지도 않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일 때와 쿠팡 소비자일 때와 인격이 다르다. 쿠팡을 쓰는 것은 노동자로서 애사심으로 쓰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 대로 있어서 쓰는 거다. 써 왔던 거니까 쓰는 거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유야 어쨌든, 회사가 위기니 솔직히 요즘 회사 힘들다. 정부에서 회사를 까고, 회사는 현장 관리자를 까고, 현장 관리자는 하부 노동자를 까고 조인다. 안전 안전 안전이 업무가 되었다. 안전이라는 무거운 일이 하나 더 생겼고, 성과와 효율은 또 그대로 내야 한다. 사실 그대로 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안전에 대한 책무는 무거워져 비용은 증가하는데, 매출은 떨어지니, 적은 인력으로 효율적으로 일해야 한다. 그 가운데 사람이 갈린다. 작년 1월에 부임했던 역대 최악의 센터장으로 평가받던 인물은 가고 새 센터장이 왔다고. 일은 빡세 졌고, 마음은 조금 편안해진 것 같다. 난 일이 힘들어지는 것보다 마음이 편해지는 편이 좋다.


2025년 12월 말 솔직히 난 내 꿈인 작가를 포기하려 했다. 글쓰기를 포기하려 했던 것은 아니고. 브런치에 1일 1글은 더 가열차게 하려고 했다. 목표는 1일 1글이었지만, 그 목표를 지켜가는 게 쉽지 않았다. 나의 바람이었던 것이지, 나에게 그런 역량이 없었던 것이다. 브런치의 1일 1글도 어떤 면에서 역량이다. 내가 살기 위해 현실에 안주해서, 쿠팡 다니고, 집에서는 아내와 아들과 시간 보내고, 취미로 브런치에 글이나 쓰자 그런 생각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그게 되간디? 내 인생의 글쓰기 전체가 아니라 그 일부인 현재의 글쓰기가 시작된 지만 해도 11년인데. 이미 내가 글을 포기할 수 없는 만큼 내 인생에서 글에 건 것이 너무 많다. 그보다 나 자신 스스로는 쿠팡은 그냥 돈 벌려 나가는 것이고, 글 쓰는 삶이 나의 본류요 정체성이다.


지금은 말년병장 같은 마음으로 다닌다. 쿠팡을 이제 졸업할 때가 되었다. 올해 난 글이 터졌다. 계기가 있었다. 글도 어떤 특이점이 있더라. 단계 단계 발전이 아니라 성장판이 멈춘 듯하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안에 거인이 깨어나 쑥쑥 자라는 날이 있더라 올해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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