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가 궁금한 건 다른 데 있었다

냠냠서랍 유튜브 성장일기 #3

by 다희희

"원조를 이길 수 있을까?" 야심 차게 기획했던 대결 포맷


채널을 처음 기획할 때만 해도, 나는 단순한 간식 리뷰 채널로 가고 싶지 않았다.

그냥 먹어보고 맛있다, 맛없다를 말하는 것보다 조금 더 이야기 구조가 있는 채널을 만들고 싶었다.

그때 떠올린 것이 바로 ‘신상 과자 vs 원조 과자’라는 대결 구도였다.


새로 나온 제품이 오래 사랑받아온 익숙한 맛을 이길 수 있을까.

이 질문에는 나름의 긴장감이 있었다.

신상은 늘 화려하게 등장하지만 결국 살아남는 건 원조일 때가 많으니까.

시청자 입장에서도 “과연 누가 이길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것 같았고, 어쩌면 댓글에서 신상파와 원조파가 은근히 갈릴 수도 있겠다고 기대했다.


무엇보다 내 입장에서는 그 포맷이 꽤 마음에 들었다.

단순 리뷰보다 한 단계 더 기획한 느낌이 있었고, 수많은 간식 리뷰 채널 사이에서 나만의 확실한 차별점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부푼 마음을 안고 대결 방향으로 콘텐츠를 하나둘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괜찮아 보였다...!

오히려 ‘이거 꽤 괜찮은 포맷인데?’ 하고 스스로 만족하기도 했다.

영상이 열 개쯤 쌓이기 전까지는 말이다.


만들수록 선명해지는 두 가지 한계


그런데 만들면 만들수록, 설명하기 어려운 회의감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부딪힌 건 콘텐츠 수급의 문제였다.

신상 간식은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걸 매번 자연스럽게 대결시킬 수 있는 적절한 ‘원조’가 늘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비슷한 결의 제품이어야 하고, 비교했을 때 보는 사람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어야 하는데 그 기준을 만족하는 짝을 찾는 일이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다.

억지로 짝을 맞추면 기획자인 나조차도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포맷을 계속 밀고 가려면, 영상을 만드는 것보다 먼저 비교 대상을 찾아 헤매는 일이 더 큰 숙제가 되어버릴 판이었다.


게다가 짧은 러닝타임으로 승부 보는 숏폼 안에서 영상의 구조도 점점 무거워졌다.

신상을 보여주고, 원조를 보여주고, 둘의 차이를 말하고, 마지막에는 누가 더 나은지 승자까지 정해야 했다. 처음에는 그 과정이 재미의 일부라고 생각했지만, 짧은 영상 안에 너무 많은 걸 욱여넣으려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길이가 늘어지고 흐름은 복잡해졌다.


숏폼을 보는 사람에게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영상이 더 편한데, 나는 자꾸만 좁은 화면 안에 무거운 ‘기획 구조’를 세우려고 했던 셈이다.


데이터가 날린 팩트 폭행: 시청자가 진짜 원하는 것


이쯤 되면 포맷의 한계를 감으로 느낄 법도 했지만, 결국 나를 가장 확실하게 설득한 건 역시 유튜브 스튜디오의 냉정한 데이터였다.

시청 지속 시간 그래프를 보다 보니 꽤 분명한 패턴이 보였다.

신상 간식이 처음 등장하는 구간은 비교적 잘 보는데, 원조 간식이 나오는 시점부터 시청 지속 시간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 데이터를 보고 솔직히 조금 허탈해졌다.

‘원조를 이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내 채널의 핵심이라고 굳게 믿었는데, 실제로 사람들은 정작 그 거창한 승부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제야 아주 단순한 사실을 깨달았다. (깨달음은 끝이 없고...!)

사람들이 숏폼에서 진짜 궁금한 건 대결의 승자나 거창한 승부가 아니었다.

그냥 저 신상이 지금 당장 사 먹을 만한지, 맛있는지, 내 취향일지 아닐지.

편의점 매대에서 신상 간식을 집어 들 때 사람들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이거 괜찮을까?" 하는 그 단순한 호기심 하나뿐이었다.


"원조랑 붙으면 누가 이길까?"는 오직 기획자인 나에게만 중요한 질문이었던 것이다.


덜어내기의 미학: 루프를 버리고 직구를 던지다


그 순간부터 방향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는 신상 간식 리뷰라는 채널 주제 자체를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문제는 주제가 아니라 형식이었다.


그래서 채널의 큰 방향은 그대로 두고, 포맷만 대결에서 '신상 단일 리뷰'로 과감하게 또 바꾸기로 했다.


더 단순하게, 더 직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신상의 핵심만 딱 짚어 보여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한 영상 안에 너무 많은 걸 담으려 하기보다, 보는 사람이 가장 궁금해하는 한 가지에만 집중해 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이 변화가 본진인 유튜브에서 곧바로 드라마틱한 떡상을 만들어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의외의 곳에서 아주 작은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미미하지만)


조용하던 틱톡에서 구독자가 30명 이상 늘었고, 늘 200~300 뷰 안팎에 머물던 인스타 릴스에서는 천 뷰를 넘는 영상이 생기더니, 급기야 1만 회 가까이 터진 영상도 나왔다.


왜인지 인스타 릴스에서 갑자기 1만 회 뷰가 터진 콘텐츠 (찍먹 오감자 버터갈릭맛)

https://youtube.com/shorts/8S2FSWrah24?si=IVWQWyiBL5FaE1EC


물론 이 귀여운 수치만으로 "드디어 정답을 찾았다"라고 말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내가 재밌다고 굳게 믿는 포맷과 시청자가 실제로 궁금해하는 포인트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채널을 오래 끌고 가려면, 내 고집을 내려놓고 사람들이 왜 멈춰서 보는지, 어디서 뒤로 가기를 누르는지 끊임없이 지표를 읽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돌이켜보면 대결 구도는 참 애정이 갔던 포맷이었다.

그래서 그걸 내려놓는 일이 전혀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대결을 내려놓고 나니 오히려 가야 할 길이 더 선명해졌다.

내 채널에 정말 필요한 건 복잡한 설정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15초 만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명쾌한 리뷰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포맷을 바꾼 뒤, 나에게는 또 다른 재미있는 고민이 시작됐다.

같은 영상을 올렸는데도 유튜브와 틱톡, 릴스 플랫폼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대체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그 흥미로운 플랫폼 별 분석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서 써보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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