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그 사실이 내 삶을 제약하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사랑은 물론이고 친척들 사이에서도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외동딸이었던 나에게 쏟아진 사랑은 그렇게 넉넉했다.
엄마는 나를 낳으신 후의 심경을 훗날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이 장애를 가졌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 절망하지 않기로 결심하셨다고. 대신 희망을 품고 키우기로 마음먹으셨다고. 그날 이후 엄마의 세상은 오로지 나였다. 동생을 낳을 계획도, 기대도 애초에 하지 않으셨다고 했다. 나 하나면 충분했다고.
엄마는 특히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좋아하셨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집 안에만 두는 대신, 엄마는 나와 함께 세상 곳곳을 누볐다. 봄이면 벚꽃 축제에 가서 꽃잎이 떨어지는 길을 함께 걸었고, 여름이면 바닷가에서 파도 소리를 들었다. 가을에는 단풍이 든 산을 올랐고, 겨울에는 눈 쌓인 공원을 산책했다. 방학만 되면 집에 있을 시간이 거의 없었다. 엄마는 항상 다음 여행지를 계획하고 계셨고, 나는 그저 신이 나서 따라다녔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엄마는 의도적으로 나와의 추억을 많이 만드셨던 것 같다. 여행지마다 사진을 찍으셨고, 그 사진들은 지금도 앨범 가득 남아있다.
특히 동물원에 갔던 날이 생생하다. 엄마는 내 손을 꼭 잡고 매표소부터 원숭이 우리까지, 코끼리 방사장에서 플라밍고 연못까지 함께 걸으셨다. 코끼리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체험 시간이 있었는데, 엄마는 사육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를 앞으로 데려가 주셨다. 내 작은 손에 당근을 쥐어주시고, 코끼리의 긴 코가 다가올 때 "무섭지 않아, 엄마 여기 있어"라고 속삭여주셨다. 코끼리의 코가 내 손에서 당근을 가져갈 때의 그 촉감과 엄마의 따뜻한 손길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사자 우리 앞에서는 한참을 서 있었다. 엄마가 "저 사자는 백수의 왕이래. 너도 네 인생의 왕이 될 수 있어"라고 말씀하셨다. 어린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엄마는 내게 당당함을 가르쳐주고 싶으셨던 것이다. 동물원을 나올 때쯤 해가 저물었고, 엄마는 기념품 가게에서 작은 코끼리 인형을 사주셨다. 그 인형은 지금도 내 방 책장 위에 놓여 있다.
유원지에서 회전목마를 타던 날, 박물관에서 공룡 화석 앞에서 신기해하던 날. 그 모든 순간들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엄마는 내가 세상을 경험하고, 느끼고, 기억하기를 원하셨던 것이다.
기억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면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학교 소풍날에도, 친구 생일 파티에도, 동네 축제에도 엄마는 언제나 내 곁에 계셨다. 때로는 어머니로서, 때로는 친구처럼 함께 웃고 떠들었다. 다른 아이들이 친구와 손잡고 걸을 때, 나는 엄마와 손을 잡았다. 그게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엄마는 내 가장 가까운 친구였으니까.
특히 방학 때의 일정은 빼곡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는 이미 그날의 계획을 세워두셨다. "오늘은 어디 갈까?" 하는 질문은 형식일 뿐이었다. 엄마는 이미 가방을 챙기고, 도시락을 싸고, 나갈 준비를 마치신 상태였다.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때로는 기차를 타고 이곳저곳을 다녔다. 엄마는 내가 불편해할까 봐 항상 신경 쓰셨지만, 정작 나는 그 모든 여정이 즐거웠다.
서점에 가서 함께 책을 고르고, 카페에서 핫초코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보던 날들. 평범해 보이는 그 일상들이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특별했는지 모른다. 엄마는 내게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뭔가를 포기하게 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주셨다.
어느 날 엄마가 말씀하셨다. "너는 특별한 아이야. 그리고 특별한 아이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필요하잖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어린 나는 잘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엄마는 내가 세상에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 힘을 주고 싶으셨던 것이다. 그 힘은 책에서 배우는 것도,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도 아니었다. 엄마와 함께 걷고, 보고, 느낀 그 모든 순간들에서 나온 것이었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장애가 아니라 사랑이었다. 엄마의 끝없는 사랑과 희망, 그리고 함께한 시간들. 나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엄마 덕분에 온전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었다. 앨범을 펼칠 때마다, 그 속에 담긴 엄마와 나의 미소를 볼 때마다, 나는 다시 한번 확신한다. 나는 사랑받는 사람이고, 그 사랑은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