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하는 나에게

by 다희사랑

# 괜찮다고 말하는 나에게 - 감정을 숨기는 법을 배운 날들

## "괜찮아"라는 거짓말

"괜찮아?" 누군가 내게 물어볼 때마다, 나는 습관처럼 대답한다.

"응, 괜찮아."

하지만 정말 괜찮은 걸까? 진심으로 괜찮은 걸까? 아니면 그냥 괜찮다고 말하는 게 편해서 그러는 걸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자주 내 감정을 속인다. 아프지만 아프지 않은 척, 힘들지만 힘들지 않은 척,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척. 그렇게 살아왔다.

누군가는 "솔직해지는 게 좋다"고 말한다. "감정을 숨기지 말고 표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솔직해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가슴 아픈지.

##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감정을 숨기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아마도 처음 재활원에 갔던 날부터였던 것 같다. 평행봉을 잡고 서려고 할 때, 온몸이 떨리고 무서웠다. 하지만 나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

엄마의 걱정 어린 눈빛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이미 엄마는 나 때문에 너무 많이 걱정하고 계셨으니까. 내가 무섭다고, 하기 싫다고 말하면 엄마는 더 힘들어하실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괜찮은 척했다. 무섭지만 괜찮다고, 아프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 친구들 앞에서의 가면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너 다리 아프지 않아?" 친구들이 물어볼 때마다, 나는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야, 안 아파. 괜찮아."

사실은 아팠다. 보조기를 차고 하루 종일 있으면 다리가 쓰라렸고, 목발을 짚고 계단을 오르내리면 팔이 아팠다.

하지만 그 진실을 말하면 어떻게 될까? 친구들이 나를 불쌍하게 볼 것 같았다. "어머, 그렇게 아파?" 하며 동정 어린 눈빛을 보낼 것 같았다.

나는 동정받고 싶지 않았다. 그냥 평범한 친구로 대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괜찮은 척했다.

체육 시간에 친구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벤치에 앉아서 바라볼 때, 정말 슬펐다. '나도 저렇게 뛰어놀고 싶다.' 마음속으로는 울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웃었다.

"나는 여기 앉아있는 게 더 좋아. 쉴 수 있잖아." 거짓말이었다.

## 아빠 앞에서 강한 척

아빠 앞에서는 특히 더 강한 척했다.

아빠가 매일 아침 나를 학교까지 데려다 주시고, 재활원까지 함께 가시고, 온갖 노력을 다 해주시는 걸 보며 나는 생각했다.

'나까지 힘들다고 하면 안 돼. 아빠가 더 힘들어하실 거야.'

재활 치료가 너무 힘들어서 울고 싶은 날도 있었다. 평행봉 연습을 하다가 자꾸 넘어지고, 보조기가 다리를 쓸어서 아프고, 다른 아이들은 잘하는데 나만 못하는 것 같아서 좌절할 때.

하지만 아빠 앞에서는 웃었다. "오늘도 열심히 했어요. 재밌었어요."

아빠가 "정말? 힘들지 않았어?"라고 물어보시면, "네, 괜찮았어요"라고 대답했다.

집에 돌아와서 혼자 방에 있을 때만 조용히 울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 솔직해지려고 했던 날

한번은 정말로 솔직해지려고 했다.

재활원에서 유독 힘든 날이었다. 몸 상태도 안 좋았고, 연습도 잘 안 됐고, 기분도 최악이었다.

"오늘 어땠어?" 아빠가 평소처럼 물어보셨을 때, 나는 용기를 내서 진심을 말하려고 했다.

"사실은... 오늘 너무 힘들었어요."

그 순간 아빠의 표정이 변했다. 걱정과 안타까움이 가득한 얼굴.

"어디가 아파? 뭐가 힘들었어? 선생님께 말씀드려야 하나?" 아빠의 목소리에 불안이 섞여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후회했다. '차라리 말하지 말 걸.'

"아니에요, 그냥 조금 피곤했던 거예요. 별거 아니에요." 나는 재빨리 말을 바꿨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아빠는 그날 밤 엄마와 오랫동안 이야기하셨고, 다음날부터 더 세심하게 나를 관찰하셨다.

'봐, 솔직하게 말하면 이렇게 되잖아. 모두가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조심스러워하잖아.'

그 이후로 나는 더욱 조심스럽게 감정을 숨겼다.

## 엄마의 눈물

엄마는 나보다 더 많이 참았다.

어느 날 밤, 화장실에 가려다가 거실에서 엄마가 혼자 울고 있는 걸 봤다. 소리 없이, 조용히.

나는 몰래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우는 걸 봤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다. 엄마도 나 앞에서는 항상 웃으시니까.

그때 깨달았다. 엄마도 나처럼 감정을 숨기고 있었구나. 힘들지만 힘들지 않은 척,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척.

우리 가족은 모두 서로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있었다.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

## 솔직함이 가져온 고통

중학교 2학년 때, 한 번은 정말로 솔직해졌던 적이 있다.

반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는데, 주제가 '나의 고민'이었다. 나는 용기를 내서 진심을 말했다.

"저는... 사실 매일 힘들어요. 다리가 아프고, 친구들처럼 뛰어놀지 못하는 게 슬프고, 제 자신이 다른 것 같아서 외로워요."

교실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날 이후, 친구들의 태도가 변했다.

너무 조심스럽게 대했다. "괜찮아?" "도와줄까?" "힘들지?"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좋은 의도였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게 더 힘들었다. 나는 그냥 평범하게 대해지고 싶었는데, 솔직해진 후로는 '배려받아야 할 사람'이 되어버렸다.

'차라리 말하지 말 걸. 예전이 더 편했어.'

## 솔직함의 무게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솔직해지면 편해진다"고.

하지만 그건 진실의 반만 말하는 것이다. 솔직해지면 편해지는 사람도 있지만, 더 힘들어지는 사람도 있다.

내가 힘들다고 말하면, 그 감정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 그 감정이 엄마에게 전달되고, 아빠에게 전달되고, 친구들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그들도 힘들어한다. 나 때문에.

'내가 조금 참으면 여러 사람이 편안해진다면, 참는 게 맞는 거 아닐까?'

## 가면 뒤의 진짜 나

가끔 생각한다. 진짜 나는 어떤 모습일까?

항상 괜찮다고 말하는 나, 밝게 웃는 나, 강한 척하는 나. 그게 진짜 나일까? 아니면 가면을 쓴 나일까?

어쩌면 둘 다 진짜 나인지도 모른다. 힘들지만 버티는 것도 나고, 속으로 울면서 겉으로 웃는 것도 나다.

사람들은 "진정한 자신"을 찾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진정한 자신이라는 게 정말 하나일까?

나는 여러 얼굴을 가진 사람이다. 아빠 앞에서의 나, 엄마 앞에서의 나, 친구들 앞에서의 나, 혼자 있을 때의 나. 그 모든 나가 진짜 나다.

## 그래도 괜찮다고 말하는 이유

그렇다면 왜 나는 계속 감정을 숨기는 걸까?

약해서? 겁이 나서?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어서 감정을 숨긴다. 그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싶어서, 그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싶어서.

엄마가 나 때문에 밤에 혼자 우는 걸 보고 싶지 않다. 아빠가 내 걱정에 잠 못 이루는 걸 보고 싶지 않다. 친구들이 나를 대할 때 불편해하는 걸 보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괜찮아"라고 말한다.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 솔직함이 능사가 아닌 이유

세상은 솔직함을 미덕으로 여긴다. "감정을 숨기지 마라", "진실을 말하라", "있는 그대로의 너를 보여줘라."

하지만 솔직함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때로는 침묵이 더 따뜻할 수 있고, 거짓말이 더 친절할 수 있고, 감정을 숨기는 것이 더 사랑스러울 수 있다.

나는 배웠다. 모든 진실을 말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모든 감정을 표현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어떤 진실은 말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다. 어떤 감정은 혼자 삭이는 것이 더 현명할 때가 있다.

그게 약한 거라고? 아니다. 오히려 그게 더 강한 것이다. 자신의 고통을 견디면서도 다른 사람의 평안을 지키는 것. 그게 진짜 강함이다.

## 언젠가는

언젠가는 솔직해질 수 있을까?

아빠에게 "오늘 정말 힘들었어요"라고 말하고, 엄마 앞에서 소리 내어 울고, 친구들에게 "나도 외로워"라고 고백하고.

그리고 그들이 걱정하지 않고, 불편해하지 않고, 그냥 안아줄 수 있다면.

하지만 그런 날이 올까? 아니, 그런 날을 바라는 게 맞는 걸까?

어쩌면 지금 이 모습이 나의 사랑 방식인지도 모른다. 감정을 숨기는 것이,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나만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인지도.

## 가슴 아픈 솔직함

솔직해지는 것은 가슴 아프다.

내 고통을 말하는 순간, 그 고통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전달된다. 그들의 얼굴에 비치는 아픔을 보는 것이 내 아픔보다 더 견디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괜찮아"라고 말한다.

정말 괜찮은 건 아니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믿으면서.

그리고 밤이 되면, 혼자 방에서 조용히 눈물을 닦는다. 아무도 모르게.

## 나에게 하는 말

자기 감정을 속이며 사는 나에게.

너는 약하지 않아. 거짓말쟁이도 아니야. 너는 단지 사랑하는 방법이 남들과 조금 다를 뿐이야.

네가 "괜찮아"라고 말할 때, 그 말 속에는 "너희들은 걱정하지 마"라는 사랑이 담겨있어. 네가 웃을 때, 그 미소 속에는 "나 때문에 슬퍼하지 마"라는 배려가 숨어있어.

솔직함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아는 너. 때로는 침묵이 더 큰 사랑이 될 수 있다는 걸 아는 너.

그게 잘못된 게 아니야. 그것도 하나의 용기야. 혼자 버티는 용기, 혼자 견디는 용기.

언젠가 네가 정말로 힘들 때, 그때는 솔직해져도 괜찮아. 그때는 "힘들어"라고 말해도 돼.

하지만 지금은 네가 선택한 대로 살아도 괜찮아. 네 방식대로 사랑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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