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대부분의 친구들이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할 때 나는 조금 다른 준비를 시작했다. 컴퓨터 워드 자격증. 누군가에게는 쉬운 목표일 수 있지만, 뇌병변장애를 가진 나에게는 하나의 도전이었다.
처음 키보드 앞에 앉았을 때가 기억난다. 내 손은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ㄱ'을 누르려다 'ㅋ'을 누르고, 'ㅏ'를 찾다가 'ㅓ'를 누르기 일쑤였다. 한 단어를 완성하는 데도 몇 분이 걸렸다. 그럴 때마다 모니터 화면에 엉망으로 쓰인 글자들이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지우개로 지울 수도 없는 디지털 화면 속에서 백스페이스 키를 누르는 횟수만 늘어갔다.
학원 선생님은 처음에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셨다.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라고 말씀하셨지만, 그 목소리에는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묻어났다. 같은 반 학생들은 이미 문서 작성 실습으로 넘어갔는데, 나는 여전히 자판 배열을 익히는 중이었다. 쉬는 시간마다 다른 학생들이 수다를 떨 때, 나는 빈 교실에 남아 키보드와 씨름했다.
어느 날은 너무 답답해서 울었다. 왜 나만 이렇게 어려운지, 왜 남들처럼 쉽게 할 수 없는지. 엄마는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씀하셨다. "네가 하루에 한 글자씩만 더 정확하게 칠 수 있어도, 그게 발전이야." 그 말이 위로가 되었다. 그래, 남과 비교할 필요 없다.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면 되는 거다.
그런데 '도전'이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처음으로 나는 진짜 도전이라는 것을 해보고 있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나는 늘 조심스러웠다. 못할 것 같은 일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실패가 두려워서,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서, 그리고 무엇보다 내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하지만 키보드 앞에 앉은 순간, 나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 이것은 나 자신과의 정면 대결이었다.
매일 연습하면서 나는 내 몸의 한계를 명확하게 알아갔다. 30분 이상 집중해서 타이핑을 하면 손목에 경련이 왔다. 아무리 노력해도 분당 타자 수는 다른 학생들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특정 키 조합은 내 손가락이 절대 빠르게 누를 수 없었다. 'ㅃ'이나 'ㄸ' 같은 쌍자음을 칠 때는 키를 두 번 눌러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어느 날 밤, 연습을 하다가 손이 너무 떨려서 키보드를 칠 수 없게 되었다. 마우스조차 제대로 잡을 수 없을 만큼 손에 힘이 빠졌다. 그때 깨달았다. 아, 이것이 내 몸의 한계구나. 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아무리 노력해도, 내 몸은 나의 열정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을. 그날 밤 나는 책상 앞에 앉아 한참을 울었다. 억울했다. 화가 났다. 왜 나는 남들처럼 쉽게 할 수 없을까. 왜 내 몸은 내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을까.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매일 조금씩 연습했다. 손가락의 떨림을 조절하는 법을 배웠고, 키보드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에는 한 줄 쓰는 것도 벅찼지만, 한 달이 지나자 한 문단을, 두 달이 지나자 한 페이지를 완성할 수 있었다. 틀린 글자는 여전히 많았지만, 그 숫자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한계를 알았지만, 그 한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법도 배웠다. 30분마다 손목 스트레칭을 했다. 빠르게 치려고 무리하지 않고, 정확하게 치는 것에 집중했다. 어려운 키 조합은 따로 연습 시간을 만들어 천천히 익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그렇게 준비한 필기시험 날이 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장에 들어갔다. 문제지를 받아들고 하나씩 풀어나갔다. 워드프로세서의 기능, 단축키, 편집 방법들. 머릿속으로 수없이 반복했던 내용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시험 시간 내내 집중했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합격 발표일. 내 수험번호가 합격자 명단에 있었다. 필기 합격! 그 순간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엄마와 함께 기뻐했고, 학원 선생님도 진심으로 축하해주셨다. "정말 잘했어요. 이제 실기만 남았네요." 선생님의 말에 나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필기에 합격했으니 실기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기 준비는 전혀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었다. 필기는 머리로 이해하고 암기하면 되는 것이었지만, 실기는 온전히 내 손이 해내야 하는 일이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문서를 완성해야 했고, 표 만들기, 그림 삽입, 글자 서식 변경 등 복잡한 작업들을 정확하게 수행해야 했다.
첫 모의시험에서 나는 시간 내에 절반도 완성하지 못했다. 표를 만드는 데만 20분이 걸렸고, 마우스로 그림을 정확한 위치에 옮기는 것은 내 떨리는 손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글자 크기를 바꾸려고 메뉴를 클릭하는데, 손이 떨려 엉뚱한 메뉴를 누르기 일쑤였다.
"시간이 부족하면 장애인 시간 연장 제도를 신청할 수 있어요."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하지만 시간이 문제가 아니었다. 두 시간을 줘도, 세 시간을 줘도 내 손은 요구하는 정밀한 작업을 해낼 수 없었다. 표의 선을 정확하게 그리는 것, 그림을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배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