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는 이제 그냥 뜁니다

내 생애 달리기를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by Dahi


마지막 러닝이 언제였지.


그런 나에게 치앙마이를 떠나기 전, 독일 친구 ‘루카스’가 함께 공원까지 조깅을 다녀오지 않겠냐고 물었다. 2023년 12월 중순, 그 당시 운동화도 없던 나는 샌들에 양말을 신고 길을 나섰다. 달리는 움직임 자체가 굉장히 어색했고, 언제부터 어떻게 힘들어질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그 새벽의 첫 조깅. 체력 하나는 자신 있던 나였고 함께 달려주는 친구가 옆에 있어서 시작은 어렵지 않았다. 치앙마이 올드타운의 거의 중앙쯤에 있었던 우리의 숙소에서 공원까지 달려간 뒤에 공원을 두 바퀴 돌아 나오는 코스였다. 뭐가 힘든지도 모른 채 숙소가 다다를수록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숙소 앞에 도착하니 밀려오는 땀방울과 거친 숨소리. 이게 내가 맞이한 러닝의 첫인상. 힘들었으나 성취감이 있었고, 그렇다고 성취감을 느낄 만큼의 긴 거리는 아니었다. 약 30분 남짓한 시간에 내 안에서 온갖 감정들이 휘몰아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와 약속을 했다. 한 달 뒤쯤, 이곳에서 다시 만날 때는 운동화를 준비하겠노라고, 그 시간 동안 나도 달리기를 연습하겠노라고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두 달 만에 다시 만났다


나는 친구에게 자랑했다. 운동화를 샀노라고. 그리고 나는 새벽에 일어나 공원까지 조깅을 다녀오곤 했고, 그가 일찍 일어난 날에는 함께 가기도 했다. 이제 공원까지의 러닝은 나에게 어려울 것이 없는 코스로 여겨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물었다.


10km에 도전해 볼래?


두 달 전쯤 달리기를 조금씩 시작해서 가장 많이 뛰어본 것이 4km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나에게 10km는 전혀 엄두가 나지 않는 숫자였지만, 그 친구는 그런 매력이 있었다. 나의 어떤 오기를 불러일으키는. 해보자라며 치앙마이의 외곽에 있던 한 러닝 트레일에 갔다. 10km를 뛸 수 있고 없고 가 아니라 뛰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3바퀴를 돌면 거의 10km라던 그 트레일. 겨울의 치앙마이는 여전히 덥긴 하지만 저녁 5시 즈음에는 해가 조금씩 넘어가면서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그렇게 함께 뛰기 시작하고 나는 어느새부턴가 말이 없어졌던 것 같다. 그리고 바닥만 바라보며 뛰었던 것 같다. 러닝을 즐길 틈도 없이 나는 나만의 도전에 그렇게 흠뻑 빠져들었다.


10km를 뛰었는데 왜 숨이 하나도 차지 않는 거지?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한 번도 쉬지 않고 10km를 완주했다. 달리기가 멈춘 후에도 내 다리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었고, 그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다리 근육통 이외에 나의 숨은 하나도 가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달리기가 끝난 이후에 몰려오는 성취감은 대단했다. 이것은 공원을 한 바퀴 돌아 완주를 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기쁨으로 다가왔다.


필리핀에서 다시 만난 우리

필리핀에서 다시 만난 우리는 새벽에 일어나 선셋브리지까지 약 3km 정도 되는 거리를 자주 뛰었다. 그리고 가끔 주말에 시간이 날 때면 저녁 즈음 내리는 노을을 바라보며 옆 마을의 옆 마을까지 10km를 달렸다. 아직 속도도 느리고 함께 뛰는 친구와 웃으며 대화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체력은 아니지만 이제 10km는 기본값이 되어버린 듯하다. 이렇게 삼십 대 중반을 향한 나의 인생에 첫 러닝의 기쁨을 안겨 준 친구. 앞으로 달릴 때마다 생각이 날 것 같다. 나의 다음 목표는 하프마라톤. 언젠가 그 친구의 옆에서 함께 마라톤을 할 날을 기약하며 오늘 저녁에도 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