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를 뿐
항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모든 것은 항상 처음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루카스가 말했다.
그리고 나는 말없이 생각했다.
“응 우리가 만난 첫날도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지.
우리가 몇 번이고 헤어질 때도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사실 매번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
이번 헤어짐도 아마 무언가의 시작이겠지.
다만 그때처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를 뿐“
2024.02.27
오랫동안 여행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
그곳에서 만난 친구와 헤어지는 일이다.
하루이틀이야 괜찮다고 해도 일주일 넘게 알게 된 친구들과 헤어지는 일은 나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시아르가오에서는 그런 친구들을 더 많이 만났다.
나도 2주가 넘는 시간을 그곳에서 지내며 사람들과 매일 같이 함께 밥을 먹고 수다를 떠는 여행 같지 않은 평범한 일상을 공유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헤어짐의 순간들. 나는 어느새부터인가 친구와의 모습을 작은 드로잉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이제 내가 떠날 차례
친구들이 떠나기 전날마다 파티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념처럼 무언가를 더 하거나 특별한 곳에 가곤 했다.
나의 차례가 되었을 때, 독일 친구인 ‘루카스’는 물었다. 너는 마지막날 무얼 하고 싶으냐고.
나는 말했다.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그냥 그동안처럼 보통의 하루를 보내고 싶어.
그리고 나는 이어 말했다. 오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번에 안 왔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지 뭐야.
매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순간을 즐겼어. 후회가 없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헤어질 것을 생각하니 너무 아쉽다.
잠시 적막이 스치다가 그가 덧붙였다.
”매일이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지 “
아차 싶었다. 맞아. 매일은 항상 새로운 시작이었지. 나는 왜 마지막이라고만 생각했을까.
예전에 친구와 헤어지던 그 길이 진짜 영영 마지막이 되어버린 후로 나에게 헤어짐의 순간은 영원한 이별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 루카스‘를 만나고 많은 것을 배웠다. 나보다 5살 어린 친구지만 10년은 더 산 것 같은 얼굴을 이제는 보지 못한다니.
우리의 5개월의 여정이 이렇게 끝을 보이고 있었다.
아니 이제는 새로운 시작을 보이고 있었다고 해야 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