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반려인들에게 보내는 물음표
작년 12월에 여행을 가며 직접 집으로 방문해 고양이를 돌봐주는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한 시간 남짓 아이들과 지내며 사진을 찍어 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그날의 식사, 간식, 용변, 놀이 그리고 환기까지 리포트를 남겨줘서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명절 때면 사료를 잔뜩 주고는 며칠이고 그냥 집을 비운다는 지인이 생각나서, 이 업체를 소개해줬다. 그러나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남자 친구와 데이트하며 먹은 것과 즐긴 것들, 산 것들을 SNS에 올리고, 가끔은 고양이 사진도 올리며 '사랑하는 우리 OO' '너무 귀여운 OO'라는 글을 쓰는 사람인데... 하루에 3만 원 혹은 4만 원, 남자 친구랑 저녁식사 한 끼 하는 정도의 돈일 텐데, 본인의 반려묘를 위해 쓰기엔 부담스럽다니 화가 나고 실망스러웠다. 평소에도 집을 장기간 비울 때 지인이나 호텔에 맡기지 않고 고양이를 혼자 두는 게 맘에 걸렸는데, 한편으론 '역시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6평 남짓한 작은 원룸. 방 한구석엔 먼지 쌓인 물과 말라비틀어진 사료 몇 조각이 그릇에 담겨있다. 그리고 그 옆에 웅크리고 앉은 고양이 한 마리. 낮이 되어도 볕이 잘 들지 않아 어두컴컴하고, 저녁엔 그마저도 없어 깜깜한 어둠만이 함께한다. 하나뿐인 화장실엔 똥과 오줌이 가득해, 이젠 더 눌 곳도 덮을 모래도 없다. 고양이는 그렇게 혼자서 며칠을 더 보내야 한다.
어떤 이는 고양이를 베란다에서 키운다. 일명 베란다 고양이. 성묘는 보통 몸길이가 40cm를 넘고, 34평 아파트 기준 베란다는 폭 10미터에 4.2평 정도의 크기이다. 170cm의 인간으로 보면 18평이 조금 안 되는 방에서 평생을 사는 것이다. 18평이면 혼자 살기 딱 좋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라면? 반려묘에게 집은 그냥 집이 아니다. 세계고, 삶이다.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추운데, 창 너머 방에는 들어갈 수 없는 삶. 반려인은 가끔 나와 나를 예뻐해 줄 뿐이고,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을 그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거나 잠을 자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고양이는 혼자서도 잘 지내니까 괜찮다는 말이 있다.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환경에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호기심을 충족시킬 새나 벌레, 혹은 그걸 닮은 장난감이 있어야 하고, 불은 어느 정도 켜져 있어야 한다. 야행성이라는 건 그저 밤눈이 밝다는 것이다. 밥과 물은 물론이고, 화장실도 깨끗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화장실이 더러우면 바닥이나 침대에 볼 일을 볼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관심을 받아야 한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자꾸 얼굴을 갖다 댈 때, 바로 얼굴과 몸을 애정으로 쓰다듬어줄 손이 있어야 한다.
P.S. 요 며칠 통계를 보니 고양이만 혼자 며칠간 둬도 괜찮은지 검색해보다 이 글을 보게 되는 분들이 좀 있는 것 같다. 일전에 2박 3일 정도 집을 비우게 되어 아이들을 호텔에 맡기려고 한 적이 있는데, 그곳을 운영하시는 분이 말씀하시길 '고양이들이 새 환경에 적응하려면 2-3일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그 정도 기간이면 집에서 지내도록 하는 게 더 낫다'고 한다. 단, 화장실을 평소의 두배로 늘리고(화장실을 급하게 구하기 힘들다면 박스로라도 간이 화장실을 만들어줘야 한다), 음식과 물을 넉넉히 준비해둬야 한다고. 이 첨언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