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사소하지만 큰 것 들
집에서 1km 이내에 소방서가 있는 탓인지, 오며 가며 엠블런스를 참 자주 보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엠블런스의 삐융 삐융- 거리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아무 상관도 없는 내 심장은 빨리 뛰고, 곧 걱정스러운 마음이 튀어나온다. '사람들이 길을 잘 비켜주려나, 신호라도 걸리지 않아야 할 텐데...'
여느 때와 같이 집을 나서서 지하철을 타러 걸어가고 있었는데, 대로변으로 나오고 얼마 안 있어 사이렌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소리는 잦아지지 않았다. 엠블런스는 도로 중간에서 여느 때와 같이 신호에 맞춰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에 막혀, 부질없는 사이렌 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엠블런스를 보면 괜히 가슴을 졸이게 되었던 건.
당시에 몇몇 보행자는 그나마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인지 횡단보도를 뛰어서 건너기도 했지만, 그건 정답이 아니다. 지난 11월 아시아 뉴스 통신에 기고된 노종환 경장의 글(http://www.anewsa.com/detail.php?number=1410899&thread=04r02)을 빌리면,
횡단보도에서 긴급차량이 보이면 보행자는 잠시 멈춰야 한다
신호가 초록색 불로 바뀌었다고 해서 무조건 횡단보도를 건너도 되는 게 아닌 것이다. 물론 그런 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1분 1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긴급차량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생명이 걸린 일이다.
운전자의 경우 긴급차량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하는 건 물론이다. 일명 '모세의 기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엔 이런 길 터주기 문화가 자리잡지 못한 상황이라고 한다. 2015년에는 한 운전자가 차량 안에 응급환자가 있는지 확인하겠다며 길을 막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9346485&memberNo=37290264&vType=VERTICAL).
비단 긴급차량 길터주기뿐만이 아니다. 지하철에선 본인 자리를 넘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다들 두꺼운 패딩을 입고 다니는 탓에 각자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더 좁아진다. 커다란 털모자가 달린 아우터를 입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주위 사람의 얼굴에 닿아 불쾌감을 줄 수 있고 심지어 눈을 찌를 수도 있다. 이럴 땐 겉옷을 벗어서 작게 접은 다음 품에 안고 앉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리고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는 기침을 할 때, 항상 입을 가려야 한다. 타인의 기침은 단순 재채기인지 심각한 감기 증세인지와 상관없이 남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고, 종종 바이러스를 걷잡을 수 없이 퍼뜨린다. 그런데 공공장소에서 아무렇지 않게 입도 가리지 않은 채 큰 소리로 기침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즉시 팔로 입을 가리거나 감기 등의 병을 앓고 있다면 마스크를 쓰는 게 맞다.
횡단보도에서 건너지 않고 기다리기, 겉옷을 벗고 자리에 앉기, 그리고 입을 가리고 기침하기. 세 가지 모두 당사자에겐 다소 번거롭고, 귀찮은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이자, 시민의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는 너는 얼마나 잘 지키고 사느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No'다. 내가 불편해하는 것을 남들이 모르는 것처럼, 나에게도 그런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생각이 바로 대답을 'Almost yes'로 만들 수 있는 출발선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