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마세요,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구정 연휴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이맘때면 명절 특선영화와 함께 항상 같이 등장하는 기사들이 있다. "이번 설엔 버리지 마세요"…명절이 두려운 반려동물, 명절 급증하는 유기동물…보호대책 세워야... 사람들이 떨어져 지냈던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에, 그동안 함께 지내던 또 다른 가족을 버리는 것이다. 둘도 없는 단짝으로 함께 울고 웃었던 반려(伴侶) 동물을 거리로 반려(返戾)하는 것이다.
2017년 한 해 동안 버려진 동물은 총 10만 2593마리로, 365일 동안 매일 280마리 이상의 동물이 버려졌다. 명절이 다가오면 그 수는 1.5~2배로 증가한다. 일부는 보호소에 들어가지만 그중 약 50%는 자연사로 죽거나 공고기한 만료로 인해 안락사당한다. 남은 동물들 중 30% 정도가 새 주인을 찾아가지만, 버림받은 데 대한 마음의 상처로 정신질환을 앓는다.
그리고 이런 일은 종종 연휴기간에 긴 여행을 떠나며 장기간 동물을 돌보지 못한다는 이유에서 비롯된다. 고작 며칠간의 해외여행 때문에 몇 년을 함께한 생명을 기꺼이 사지로 내몰다니... 백번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다. 하지만 백 한 번째 시도로 가끔 집을 비우면서도 동물과 반려(伴侶)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1. 함께 여행하기
- 반려동물을 케이지에 넣으면 버스나 지하철을 같이 탈 수 있다. 서울시내버스와 서울교통공사 운송약관에서는 장애인 보조견과 전용 운반상자에 넣은 애완동물을 예외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해외로 여행을 간다면 비행기에 태우는 것도 가능하다. 광견병 예방접종증명서, 건강증명서 등 필요서류를 미리 준비해야 하지만,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여러 국내 항공사들이 반려동물의 기내 반입을 허용한다.
- 물론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운전석에서 반려동물을 안은 채로 이동하면 4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고 하니, 안전을 위해서라도 케이지에 넣은 후 안전벨트로 고정시킨 상태에서 이동하는 게 좋다.
2. 호텔이나 동물병원에 맡기기
- 호텔은 반려인들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곳이지만, 연관 검색어에 '비용'이 꼭 붙을 정도로 가격 문제로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하루에 2~4만 원 정도가 되는 이 금액은 우리가 인증샷을 찍으러 가는 소위 핫플에서 먹는 밥 한 끼 가격이다.
- 동물병원에 딸린 호텔은 건강에 이상이 있을 경우 빠른 조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체로 호텔 공간이 그리 넓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3. 방문 서비스/펫 시터 이용하기
- 반려동물이 다른 동물들과 같이 지내는걸 힘들어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라면, 혹은 호텔에 보내자고 고양이가 원래 쓰던 모래며 장난감까지 이것저것 챙기기가 힘들다면? 펫 시터가 직접 집으로 방문해 돌봐주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가격은 호텔에 맡기는 것과 비슷하지만, 반려동물이 평소와 같이 넓은 공간에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남을 집에 들이는 것이 신경 쓰인다면 홈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업체를 이용하거나, 인터넷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직접 펫 시터를 구할 수 있는데, 펫 시터의 경력(ex. 관련 전공자)이나 실제 후기를 잘 살펴 신중히 결정하는 게 좋겠다.
4. 지자체 서비스 활용하기
- 마지막으로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을 서비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요즘은 지자체에서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이번 설에 노원구는 4일부터 6일까지, 서초구는 2일부터 6일까지, 전문 지식을 갖춘 전공자들로 구성된 돌봄 서비스를 운영한다. 위탁비도 단돈 5000원으로 비용 부담이 전혀 없으니, 호텔도, 방문 서비스도 비용 부담으로 포기했던 반려인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 하지만 노원구와 서초구 모두 관내에 등록된 반려견만을 대상으로 하며, 노원구는 20마리, 서초구는 12마리로 수용 가능한 수가 턱없이 적다는 것이 아쉽다. 어서 다른 지자체들도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물론 위의 모든 방법은 어느 정도 수고를 요한다. 하지만 잠깐의 수고를 통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린다면, 당신의 삶은 지금보다 적어도 2배는 더 좋아질 것이다(반려동물을 입양하자 우울증 환자들의 우울증상이 서서히 줄었다). 전적으로 믿어야 한다(동물 매개 치료는 알츠하이머 치매, 자폐증, ADHD, 우울증, 심장질환, 뇌성마비 등에도 폭넓게 시도되고 있다).
벌써 초록 창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엔 '고속도로 교통상황'이란 단어가 오르내린다. 민족 대 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동시에 지난 30일 군산 유기동물보호소의 이정호 소장은 "오전 10시인데 유기견을 벌써 4마리나 구조했다"라고 말했다. '설'은 새해 첫 달의 첫날, 즉 한 해의 처음을 의미한다. 지금 곁을 지키는 반려동물과 새해 첫 날을 함께하며, 같이 따뜻한 한 해를 기약하기를 진심으로 빈다.
<참고자료>
"이번 설엔 버리지 마세요"…명절이 두려운 반려동물(http://www.edaily.co.kr/news/read?newsId=01312006622386256&mediaCodeNo=257&OutLnkChk=Y)
명절 급증하는 유기동물…보호대책 세워야(http://www.jjan.kr/news/articleView.html?idxno=2031912)
항공사별 반려동물 운송기준 반려동물과 여행하기(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2166678&memberNo=36210823&vType=VERTICAL)
누원구, 설 연휴 반려견 쉼터 운영..."마음 편히 고향 다녀오세요"(http://news1.kr/articles/?3520072)
"설 연휴, 서초동물사랑센터에서 반려견 돌봐드려요"(http://news1.kr/articles/?3526013)
또 하나의 가족, 반려동물과 정신건강(http://www.kbsm.net/default/index_view_page.php?idx=231991&part_idx=300)
표지 사진 by Alexis Chloe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