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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다 Mar 29. 2016

버거운 세상에서

    나는 항상 세상이 버거웠다. 어딘가 안 맞는다는 생각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하고는 했다. 마치 잘못 끼워진 톱니바퀴 같았다. 나는 그 누구와도 맞물리지 못하고 계속 부딪혀 닳기만 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다. 물 위에 뜬 기름방울처럼, 자연스럽게, 그냥, 나는 이곳에 어울리지 않았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읽고 처음 알았다. 한 글자 한 글자를 읽어내리는데 마음을 콕콕 찔렸다. 결국 책을 덮고 울었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도 공감하지도 못하는 이 세상에서 얻은 첫 위로였다. 나는, 요조는 같은 별에서 떨어진 것이 틀림없었다. 설탕으로 만든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득한 별이 어딘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타인에게 완전한 기대를 걸어도 상처받지 않는 별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넬은 백색왜성에서 초록비가 내리고 파란 달이 빛나던 곳을 노래한다. 나는 아름다운 그곳이 아닌 아주 많이 조용한, 심장 소린 들리지 않고 서로의 안엔 서로가 존재하지 않는 삭막하고 슬픈 별에 이렇게 떨어지고 말았다.


    어찌 되었든 요조와는 다르게 나는 26년을 비교적 멀쩡하게 버텨내는 데 성공했다. 그럭저럭 잘 살았다. 세상 여기저기에서 숨어 살고 있었던 나 같은 사람들도 많이 찾아냈다. 그래서 혼자라는 생각은 덜게 되었다. 아니, 나는 여전히 처절하게 외로운 혼자지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나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마음을 조금은 편하게 만들어준다. 다들 이렇게 살고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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