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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Apr 13. 2023

배부른 힐링, 매일이 새로웠던 오사카 2박 3일

여행 에세이


3년 전 칭다오 여행을 앞두고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제 막 시작단계였고 칭다오는 괜찮다는 말에 여행을 망설였다. 하루하루 여행 날만 기다리고 버텨온 탓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코로나19가 무서워서 비행기와 호텔 예약을 취소했다. 아쉬움에 네스트호텔을 예약한 뒤 호캉스하며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봤었다. 그 뒤로 여행은 처음이다. 물론 해외여행. 여행의 재미를 뒤늦게 알아서인지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꽤나 우울했다. 다들 국내 여행을 가라고 했지만, 해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새로움과 호기심은 국내에서 해소하기 어려웠다.



일하면서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기 때문에 재미와 성취감이 느껴지지 않을 때마다 답답함에 몸부림치곤 했다. 회사에서 재미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딘가 꼭꼭 숨어있을 수 있을 거란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믿음은 점점 작아졌고 이상과 현실과의 간격이 벌어졌다. 알 수 없는 답답함, 무료함에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거나 한숨을 쉬지 않으면 답답함이 쌓이는 기분이었다.


난 끈기가 부족하다. 업무가 재미없다고 느낄 때마다 이직을 한 탓에 오래 근무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을 제대로 맛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하고 싶지 않은 일에도 끈기 있게 버텨보자고 다짐했다. 그럼에도 알 수 없는 감정이 올라오곤 하는데, 이런 마음이 들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카페에서 일기 쓰기, 책 읽기, 친구 만나기 등. 잠깐 행복할 수 있어도 일하는 시간만 되면 가슴이 턱 하고 막혔다. 나라면 하지 못할 끈기를 부렸다. 그렇게 매달 다른 취미가 생겼고 일기 쓰면서 나를 달래 왔다. 하지만 달래는 것도 들을 준비가 됐을 때만 가능하다.



일단 한국, 내가 있는 자리에서 잠깐 벗어나 보자고 생각했고 바로 일본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 여기서 찾지 못한 답이 여행지에 있을 수 있고 잠깐의 즐거움으로 나의 고민과도 멀어질 수도 있으니까. 드디어 그날이 왔다. 일본 가는 날. 하루 전 모바일 체크인 하는데 친구가 나를 여자가 아닌 남자로 등록한 것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빨리 공항에 도착했다. 덕분에 공항은 한산했다. 역시 여행 시작부터 문제가 있어야 짜릿하고 쫄깃한 재미가 동반하는 것 같다. 친구의 착오였고 다행히 문제없이 비행기에 탔다.


오랜만인데 마치 처음 비행기를 타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두근거림은 잠시, 바로 잠들었다. 일어나지 못할까 봐 밤을 새웠는데 이렇게 바로 잘지 몰랐다. 원래 아무 데서나 잘 못 자는 편인데. 비행기에 내려서 마스크를 살짝 내렸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공기가 한국이랑 큰 차이 없었다.



친구가 가져온 교통카드를 충전해서 바로 지하철을 탔다. 전철표 살 때 IC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고 이름까지 새길 수 있나 보다. 편의점이나 공항 안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니 다음 여행엔 내 이름으로 발급받아야지. 노선이 다양하고 사전 예약으로만 갈 수 있는 전철도 있기 때문에 잘 살펴봐야 한다. 홈페이지 내 전철 시간을 보고 난바역 급행열차를 탔다. 구글앱 지도에서 열차 시간과 노선 정보, 게이트까지 확인할 수 있어서 편했다.  


일본 전철 의자가 너무 푹신했다. 시몬스인 줄. 전철 안이 조용하다는 말과 다르게 조금 분주했고 다시 한산해졌다. 열차 밖 풍경을 봤다. 건물이 하나같이 낮고 평화로워 보였다. 집마다 빨랫줄이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빨래하고 싶어졌다. 섬유유연제 향이 날 것만 같고 여유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관광지고 뭐고 그냥 종일 동네를 거닐고 싶었다.



내리자마자 호라이 551을 갔다. 일본 음식은 대체로 짜다고 하는데 역시나 짰다. 근데 묘한 중독. 다른 맛도 먹고 싶었는데 난바역 551은 줄이 길어서 포기했다.


친구의 배려 덕분에 내가 가고 싶은 여행으로 계획했다. 좋을 때도 있었지만 친구가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할지 걱정도 됐다. 부모님과 함께 하는 기분이랄까. 내가 어떤 말을 하든 일단 '좋아'라고 해준 덕에 나도 친구를 좀 더 살펴보고 분위기를 맞추려고 했다. 서로 조심스러워하면서 '괜찮아, 너는'이라는 안부도 빠짐없이 물었다. 그래서 싸우지 않고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온 것 같다.



우리가 도착한 첫날엔 비가 오고 있었다. 어떤 여행이든 내겐 비를 몰고 가는 무언가가 있긴 한데, 여기까지 비가 올지 몰랐다. 그래도 괜찮다. 비 오는 대로 운치 있으니까. 호텔에 짐을 내려놓고 밥 먹으러 갔다. 천천히 걸으면서 길을 눈에 익혔다. 첫끼. 토미타 큐카츠. 먹는 순간 입에서 사라졌다.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을까. 글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침이 절로 나온다. 웨이팅 30분 정도 있었는데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짭짜름한데 부담스럽지 않고 고기를 살짝 익혀 바로 먹는데 아사히 생맥주까지 마시니 기분이 알딸딸하다.



밥을 먹었으니 커피를 뺄 수 없지. 일본은 전통을 이어온 곳이 많았다. 2023년을 살지만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88년이 된 마루후쿠 커피 센니치마에 본점에 갔다. 카페에도 웨이팅이 있었다. 커피를 포기할 수 없어서 기다렸다 마셨는데 너무 쓰고 진해서 많이 마시지 못했다. 친구는 콜드블루에 우유를 살짝 더한 맛이라며 맛있어했다. 핫케이크는 조금 뻑뻑했다. 좀 더 부드럽고 촉촉했으면 하는 아쉬움. 역시 꼭 가야 하는 곳이라고 해서 나와 맞는 건 아닌가 보다.



아마 구로몬 시장이었던 것 같다. 거리를 지나가는데 조개구이 냄새가 너무 향긋했다. 회와 조개구이를 먹으려면 여기로 와야 할 듯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개구이 먹는 시간도 만들걸. 냄새가 나를 자극했다. 밥 먹은 지 한 시간밖에 되지 않아서 포기했다. 아쉬움이 남아있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으니까. 아쉬운 건 아쉬운 대로 둬야지.



원래의 나라면 꼭 가고 싶은 식당 몇 개만 메모하고 나머지는 여행하면서 가고 싶은 곳을 가는 편이다. 반면 친구랑 가는 여행은 미리 여행 계획을 세운다. 여행스타일이 다를 수 있고 괜한 다툼도 생길 수 있으니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랄까. 블로그와 구글맵을 확인하면서 사람들이 맛집이라고 인정한 곳 위주로 봤다. 하지만 일본에 오니 골목에 있는 매장에 눈이 갔다. 일본은 음식 실패가 없을 것 같으니 다음엔 여행 계획을 따로 세우지 않아도 될 듯하다.


건물이 낮고 한적하고 비도 오고. 뭔가 내가 예상했던 일본 분위기와 비슷했다. 사진을 많이 찍고 싶었지만 비가 와서 쉽지 않았다. 대신 눈으로 담으려 노력했다. 까르르 웃으며 걸어가는 커플, 유모차에서 엄마를 찾는 아이, 우산 쓰지 않고 자전거 타는 아저씨까지. 평화로운 일상에서 평화로움을 찾을 수 있었다.



가는 길마다 로숀,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가 있었다. 편의점마다 다른 간식, 특히 푸딩 보며 야식 메뉴를 찜했다. 생각만 해도 배가 터질 거 같지만 이렇게 맛있는 걸 눈앞에서 놓칠 수 없지. 갑자기 짱구가 생각났다. 막국수인가? 원하는 국수를 먹기 위해 아빠랑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겨우 가게를 발견했는데, 먹으려던 메뉴가 아닌 다른 메뉴를 찾는 모습. 원하는 게 달라져도 아쉬움 없는 그 마음. 나 같으면 손해 보는 기분이 들 텐데 그러지 않은 여유로움이 괜히 부러웠다. 다 못 먹으면 못 먹는 거지. 해석은 필요 없는데.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되어 있는 간판, 두 걸음이면 건너는 신호에도 초록불이 켜질 때까지 질서를 지키는 일본인이 신기했다. 비 온 덕분일까 건물과 사람이 좀 더 선명하게 나온다.



쓰텐카쿠. 전망대에 올라가진 않았다. 줄이 많기도 했고 많이 걸어 다닌 탓에 다리도 아팠다. 가기로 한 곳이 있어도 현재의 마음과 몸의 상태에 따라 일정을 조금씩 바꿨다. 사진 속에서 보던 쓰텐카쿠가 눈앞에 있을 땐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했다. 현실을 참고하여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서일까. 어떤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면 인사이트 가득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걸까. 나는 다른 걸 봐도 같은 생각만 하는데. 역시 난 창의력 없는 사람인가.



여긴 100년 정도 된 오므라이스 가게, 훗쿄쿠세이 신사이바시본점이다. 일본인이 많았다. 다행히 우리 다음으로 웨이팅이 생겨 기다리지 않고 오므라이스를 먹을 수 있었다. 맛있었지만 조금 느끼해서 김치가 너무 먹고 싶었다. 결국 둘 다 남기고 쇼핑하러 갔다.



친구의 바람은 오직 하나, 쇼핑. 근처 쇼핑몰을 다 검색해 코스에 넣었다. 그래서 찾은 신사이바시 스지와 파르코백화점 6층 짱구 지브리 스토어. 8시까지밖에 운영하지 않아서 빠르게 눈으로 쇼핑했다. 원하는 게 별로 없어서 편하게 구경했다. 짱구와 지브리 코너에서 눈이 돌아갔지만. 샌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컵을 샀는데 너무 마음에 든다.



오사카 하면 도톤보리가 빠질 수 없지. 밤낮 할 거 없이 사람으로 가득했다. 어두워지니 간판의 불이 더 선명해졌고 강에 비친 조명의 은은함 역시 하나의 풍경으로 보였다. 근처에 있는 라멘과 타코야키 등 맛집에 줄 서 있는 사람도 많았다. 여행객과 일본인 할 거 없이 웨이팅 하는 걸 보니 정말 찐 맛집임이 틀림없다. 맛이 궁금했지만 기다릴 체력은 없었다.



간판 하나하나 개성 있다. 이렇게 많은 상점에서 눈에 띄려면 독특함은 필수인 걸까. 많은 사람을 지나쳐 아까 봐둔 편의점 간식을 사서 숙소로 갔다. 둘 다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온 탓에 피로감은 배로 쌓였다.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새벽에 깨지 않고 푹 잘 수 있었다. 늘 일하는 삶은 싫다며 자고 싶은 마음과 자기 싫은 마음과 싸우다가 새벽 늦게 잠들고 했는데. 오랜만에 느껴본 개운함이다.


2일 차


일본엔 라멘 맛집이 많다고 한다. 원래 하나마루켄에 가려고 했는데 가는 길에 킨류라멘에 사람 없는 걸 보고 발길을 돌렸다. 자판기로 주문하고 직원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은 뒤 셀프로 반찬을 덜어가면 된다. 김치가 너무 반가웠다. 김치보다 부추무침이 더 맛있다. 라면에 싸서 먹으면 느끼함을 줄일 수도 있고. 친구가 챙겨 온 비타민 먹고 바로 다음 코스로 출발!



자동으로 열리는 택시에 놀라고 친절한 기사님에게 좋은 에너지를 얻고 어제보다 풀린 날씨에 좋은 기분을 얻고 사람 없는 거리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오사카성은 도톤보리만큼이나 사람이 많았다. 앞쪽으로 가면 주유패스 줄이 따로 있어서 현장 티겟 줄보다 빨리 들어갈 수 있었다. 오른쪽에서 코난과 닌자 굿즈 샵과 식당, 카페도 있다. 관광지에도 애니메이션이 빠지지 않은 것이 괜히 신기하다.



오사카에서 벚꽃으로 예쁘다는 곳, 오사카성과 나시노마루정원이다. 오사카성에 있는 벚꽃은 만개까지 아니었고 걷다가 만난 공원에서는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사람들은 벚꽃 아래에서 돗자리 펴고 도시락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일인데도 여유를 즐길 수 있다니. 회사원은 아닐 거야, 대학생일 거야. 제일 예쁜 벚꽃 찾아 사진 찍었더니 뒤에 그새 줄 서는 사람이 생겼다.



일본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게 몇 개 있다. 일단 질서를 잘 지킨다는 점. 두 걸음만 걸으면 건널 수 있는 신호등 앞에서도 초록불이 켜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다음엔 기계가 할 수 있는 일도 사람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엘리베이터 타는 줄, 계단 줄'이라고 안내판만 써붙이면 될 것 같은데 사람이 안내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만 해도 먹고살 수 있다는 일본. 정말 그럴 것만 같다.


챗 GPT 보며 곧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사라질 거란 묘한 불안감이 생겼었다. 계산하는 직원 대신 키오스크를 도입하고 로봇이 서빙하는 매장도 요새 많이 볼 수 있으니까. 그런데 여긴 그러지 않아서 뭔가 안심됐다. 사람이 살기 좋은 건 도입하되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는 뺏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벚꽃보다 흩날리는 벚꽃 아래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어떤 대화를 나눌지, 이 시간에 어떻게 오사카성에 오게 되었을지 상상하며 말이다.



오사카성과 다르게 골목은 한적했다. 킥보드 타는 아이들도 보고 옆 운동장에서 테니스 하는 아이들도 보고 말이다.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나니 괜히 여유가 생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일본 영화에서 보던 분위기를 잘 담아낸 기분이랄까. 뿌듯하다.



블로그에도 잘 나오지 않는 'asakara good store'에 갔다. 커피, 햄버거, 토스트를 파는 매장이다. 피크닉세트를 구매하면 샌드위치와 바구니가 제공되고 공원에서 시간을 보낸 뒤 바구니를 반납하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더라도 일본 주민이 주로 이용하는 듯싶었다. 블로그를 찾지 않고 구글 맵에서 찾은 보람이 있었다. 심지어 커피랑 햄버거가 맛있어서 신나게 먹었다.



햅파이브 대관람차를 타러 갔다. 쇼핑몰이 모여 있어서인지 약간 명동 같았다. 대관람차에서 블루투스를 연결할 수 있었는데 연결에 실패해서 멜론으로 음악을 틀어놓고 오사카 시내를 봤다. 여행과 음악의 조합이 좋다. 음악을 들으면 이날의 순간을 떠올릴 수 있을 것만 같달까. 참고로 '카더가든- 로맨틱선데이, 잔나비- 외딴섬 로맨틱'을 들었다.



근처에 있는 하나다코에서 타코야끼를 먹고 우메다 공중정원에 갔다. 맛있는데 끝에 생강 덩어리가 씹힐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생강은 빼줬으면 좋겠다. 어제 비 온 덕분에 하늘이 붉게 물들이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레전드 일몰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 여행 오면 일몰은 꼭 챙겨본다. 이번 오사카 여행에도 일몰을 꼭 보고 싶었다. 하지만 웬걸 다들 우리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우메다 공중정원 엘리베이터 줄이 꽤 길었다. 똥줄 타는 사이에 붉었던 색깔이 어두운 색깔로 변했다. 해가 지고 나서야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야경은 예뻤다. 하늘에 별이 있다면 땅에는 수많은 조명이 있다. 불빛을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냥 불빛만 보게 된달까. 그래서 사람들이 불멍불멍하는 건가. 날씨가 추워서 오래 보지는 못했지만 장난감처럼 작아 보이는 사람과 그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보니까 기분이 묘했다. 켜진 불빛만큼이나 오늘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도, 같은 시간도 다른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우오신 본점에서 초밥 먹으러 왔다. 다행히 여기도 웨이팅은 없었다. 먹고 싶은 초밥을 아이패드로 주문하면 바로 초밥을 만들어 주신다. 크기가 어마어마했는데 그게 한입에 먹는 순간 녹아버렸다. 너무 맛있었다. 계속 다른 초밥도 먹고 싶은 마음에 주문하고 또 주문했다. 기분 좋게 배를 만지며 가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바로 쿠시카츠 다루마 꼬치집에 갔다. 저녁과 야식은 다른 배니까.



원래 가려던 곳은 웨이팅이 많아서 골목에 있는 다른 지점으로 왔다. 튀김을 많이 못 먹는 나조차도 추가 주문할 정도로 맛있었다. 하이볼은 너무 세서 많이 못 마셨지만. 꼬치집 간판에 보인 캐릭터가 강렬하다고 생각했는데 계산할 때 보니 사장님 얼굴이랑 똑같아서 놀랐다. 본인 얼굴을 본터 만든 캐릭터라니. 가게에 걸려 있는 사진을 보니 동네에서 알아주는 인싸일 듯하다.


3일 차


첫날에 먹으려다가 재료 소진으로 실패한 아지노야에 갔다. 오픈 전부터 줄 섰는데 한 시간 뒤에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오코노미야키, 야키소바. 둘 다 짰는데 계속 손이 갔다. 한국 사람이 많이 가는 매장인지 한국어 메뉴판도 있었다. 대기할 때 주문을 받는데, 추가 주문이 어려우니 한 번에 주문해야 한다.



스타벅스는 나라마다, 지역마다 시그니처 메뉴가 다르다. 여기선 콜라 스무디 같은 걸 먹었다. 너무 달았지만 맛있었다. 본격 쇼핑하려고 했는데 오지상 치즈케이크 줄이 별로 없는 거 보고 바로 구매했다. 진짜 케이크 너무 촉촉하고 맛있다. 보관이 걱정됐는데 냉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무사히 한국까지 데려왔다. 막날 운이 조금 좋은 것 같네.



교통카드에 남아있는 돈으로 샌드위치와 음료까지 알차게 먹었다. 배부른 힐링이 콘셉트이었는데 완벽했던 것 같다. 많이 걸으며 동네도 살피고 먹고 싶은 음식도 먹고 보고 싶은 여행지도 둘러봤으니. 길 건너편에 있는 일본이라 여행하는 느낌은 별로 없었지만 연차 쓰고 비행기를 탄다는 것에 설렘을 느꼈던 것 같다. 다들 일하는데 나는 놀러 간다! 천천히 거닐면서 사람 사는 걸 봤다. 비가 와서 혹은 비가 개서 특유의 일본 감성을 마음껏 즐기지 않나 싶다. 체력이 부족해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팠지만 눈은 여전히 거리에 있었다. 무언가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이 순간이 조금만 천천히 지나가길 하는 마음. 2박 3일밖에 되지 않은 시간에 다리가 부을 정도로 걷는 여행에 별말 없이 잘 따라와 준 친구가 너무 고마웠다. 근데 왠지 다음엔 나랑 안 가려고 할 듯. 그럼에도 훗날 꺼낼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서 좋다. 아리가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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