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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Aug 22. 2023

말에는 왜 오해가 생길까

ENFP가 말하는 생각

 친구랑 메신저로 대화하다 오해가 생겼다. 평소에도 잘하던 말이었기에 메신저에서도 장난의 분위기가 느껴질 거라 생각했다. '서운하다고 했으면 갑자기 장난이라고?'라는 친구의 답변에 당황했다. 의도가 그렇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사과하며 오해가 풀렸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나도 상대의 의미 없는 말에 화낸 적이 있었다.

 얼굴을 보면 감정이 느껴지지만 대화창에는 현재 본인의 감정에 따라 다르게 읽히기도 하고 워딩 그대로 읽히기도 한다. 쓰고 지우는 말들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메신저로 대화할 때 조심스러워지고 대화의 텀이 길어지기도 했다. 안 그래도 피곤한 하루인데 그 피로를 누적시키고 싶지 않았다. 서로에게.


 예전에 많이 울렸던 대화 알람이 요즘엔 광고 알람으로 바뀌었다. 많은 메신저를 주고받고 관계를 이어가는 친구들도 있다. 원래 사람을 잘 챙기는 스타일이긴 해도 그 에너지가 여전히 남아있는 게 신기했다. 가끔 연락해도 편한 친구들도 있다. 각자 바쁘게 사는 걸 알고 있어서 연락을 하지 않아도 서운하지 않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함 없이 서로의 힘듦과 즐거움을 나누며 떠들 뿐. 이런 일에 묘한 안락함을 느낄 때가 있다. 안심에 가까운 걸까. 많은 친구는 없을 수 있지만 진짜 친구들은 있다는 것에.  


 그럼에도 가끔은 외롭다. 갑자기 삼겹살 먹고 싶을 때 같이 먹어줄 사람이, 울적한 날에 아무 말 없이 술잔을 기울여 줄 사람이 생각나니까. 이런 감정이 한때는 이기적인가 싶었다. 필요해서 상대를 찾는 거니까. 근데 다시 생각해 보면 필요할 때 찾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편하게 만나 얘기를 나누고 응원해 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한 것뿐이다. 말에 왜 오해가 생길까에서 여기까지 왔다. 역시 나는 N이다. (MBTI)


 이런 생각이 많아질수록 결혼하고 싶다. 평생 친구. 피곤한 상태로 집문을 열었을 때 나를 반겨줄 사람이 있다는 것.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오늘 힘든 일이 별거 아닌 것처럼 만들어 줄 친구가 있다는 것. 그렇게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고 나아가도록 돕는 사람 말이다. 물론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고. 표정 없는 대화창이 아니라 마주 앉아 표정을 보며 나누는 대화가 많았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이 아닌 내 사람에게만. 나를 꾸미지 않고 애써 감추지 않고 나와 상대를 지킬 수 있는 건강한 대화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글을 이어 써보자면. 말하는 게 점 점 어려워지고 설명하는 게 귀찮고 감정을 나누는 게 지치기 시작하면서 말을 생략할 때가 많다. 그렇게 오해가 생겼다. 가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는 채로 아무 말 대잔치를 할 때가 있다. 갑자기 상대방에게 묻는다. ‘나 이 얘기 왜 함?' 하고 싶은 말, 지금 이 타이밍에 해야 할 말, 쉬고 싶은 마음 그 사이 어딘가에 내가 있다. 그래서 자꾸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단어들을 아무렇게나 조합하여 내뱉는 게 아닌가 싶다.

 관계를 지키기 위해 말은 해야겠고, 내가 왜 이 관계를 지켜가며 말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고. 완성되지 않은 말을 상대에게 전하면서 오해가 생기는 게 아닐까. 너는 내가 이 정도만 말해도 알아줄 거지? 아니야 알아줘. 그렇게 대화의 마지막 말은 이렇다. '미안해. 그런 뜻은 아니었어.' 애초에 오해할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대화가 줄고 점차 외로워지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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