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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Sep 26. 2018

창문 열었을 때의 풍경

제천 청풍문화재단지

엄마랑 싸우자마자 제천으로 갔다. 정확하게 말하면 엄마랑 잠시라도 떨어져 있어야 될 것 같았다. 제천에 아는 언니가 있어서 일 도와드리며 며칠을 그곳에서 보냈다. 정말 한적한 동네다. 창문 틈으로 들어온 햇살에 눈이 저절로 떠지고, 밤에는 별이 많은 곳. 테라스에 살구나무가 있고, 거리에는 벚꽃나무가 있어 아침마다 새가 다녀가는 그런 곳이다.

 

아침 먹고 청풍 문화재단지에 갔다. 구름과 해가 동시에 있어서 좀 뜨거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구름이 해를 가려 덜 더웠지만. 평일인데도 사람은 많았다. 대부분 커플 아니면 가족단위. 나처럼 혼자 온 사람은 보이지 않다. 뭐 이런 걸 신경 쓰는 사람은 아니니까.



역시 높은 곳에서 아래를 보는 기분이란. 온통 초록 초록하다. 강까지 초록색으로 물들였다. 초록색을 보면 편안해진다. 매일 시멘트만 보다가 초록색을 보다니. 기분 너무 좋다. 초록색 틈 사이로 여러 색깔 지붕이 보였다.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 궁금해졌다. 어떤 삶을 살까.



정말 너무 좋았던 곳. 여기서 한 시간 정도 앉아있었다. 실제로 보면 더 좋은데 사진으로 담기지 않는다. 비봉산이었나? 케이블카가 생겨서 나무를 깎고 공사 중이다. 자연훼손은 너무 안타깝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이 생각났다. 땀 흘려 정상에 도착한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고. 우린 너무 편리함만 찾는 건 아닌지 싶다. 비봉산 옆에 여러 집이 보였다. [리틀 포레스트] 같은 동네. 잠깐 상상했다. 아침에 빵을 굽고 핸드드립 한 뒤에 창문을 열어 식사하는 기분을. 그 옆엔 작은 의자도 있을 거다. 우리 똘똘이 의자. 가끔 도시 소음을 피해 우리 집에 친구들이 놀러 올 거고, 글 쓰면서 좋은 남자를 만나다가 므흣.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다. 창문을 열었을 때 풍경. 거기서의 삶이. 비봉산 아래에 학교가 보였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뭘 하고 놀까? 토끼풀을 뜯어 반지를 만들까?


정상까지 올라온 사람이 많지 않아서 혼자의 시간을 잘 보내고 배고플 때쯤 내려갔다. 흙을 밟고 풀 냄새를 맡으며. 우리 집이 여기였으면 매일 올라갔을 텐데. 기분 전환하러.


2018, 제천 청풍 문화재단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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