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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Jun 03. 2018

불안을 안고 살기보다, 여행을!

이해하는지도 치앙마이


그냥


잘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게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20대 후반이 되어도 뭐 먹고살지 고민하며 불안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 불안을 안고 하루하루 살기보다 어디론가 떠나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친구가 지나가듯 “치앙마이 빠이랑 어울리는 것 같아”라고 말해줬습니다. 그곳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치앙마이로 한 달간 여행을 떠났습니다. 시간을 투자해서 제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도 같지만 잘 모를 때가 있습니다. 아마 이런 고민할 시간이 없다고 단정 지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와 같은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불안을 가진 것처럼 저와 같이 고민이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어서 제작하게 됐습니다. 


이해하는지도 치앙마이 편은 여행 에세이라고 하기엔 여행 이야기가 없습니다. 치앙마이에서 어떤 하루를 보냈을 때 즐거웠고, 힘들었는지 적었습니다. 문득 떠오르는 여러 생각까지. 아무것도 할 일이 없으니 오로지 저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한 달이란 시간 동안 제 즐거움, 설렘, 아쉬움, 외로움, 불편, 희망 등의 감정과 에피소드가 담겨있습니다. 


어쩌면 이해하는지도 몰라, 나를


여행하면서 매일 가계부를 썼다. 돈을 세면서 오늘 얼마를 썼고 내일은 얼마를 쓸 수 있는지 적었다.
그 시간을 좋아했다. 오늘 경비를 줄인 덕에 내일 풍족할 수 있어서 웃음 나왔고, 다음 날 생활비에서 빌린 날은 오늘 풍족한 것에 만족하며 웃었다.

 내가 언제 이 많은 돈을 세어가며 먹고 노는 일만 생각할 수 있을까, 여행이 아니라면. 어쩌면 이러한 이유로 여행을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잠시나마 일에 대한 불안이나 어떠한 스트레스 없이 나를 위해 생활하고 나를 위해 무언가를 쓰는 일에 대해.


매일 뭐 먹을지 고민이다. 오늘도 역시 뭐 먹을지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이 깊어져 생각하는 게 귀찮아지기 시작할 때, 옆으로 누워 숙소 강아지에게 팔베개를 해줬다. 그때 개미 3마리가 죽은 벌레를 이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놀래서 반대 방향으로 호 하고 불었다. 벌레가 없어진 것에 당황한 개미 3마리는 주변을 빠르게 빙글빙글 돌며 온몸으로 어리둥절했다. 계속 벌레를 찾더니 폭을 넓혀갔다. 미안한 마음에 방석 아래로 들어간 벌레를 보여주기 위해 방석을 치웠다. 하지만 개미 3마리는 이미 흩어졌다. 그 벌레를 발견한 또 다른 개미가 왔다. 그 개미는 혼자 끌고 가다가 갑자기 어디론가 갔다. 그리고 다른 개미와 같이 왔다. 두 마리가 벌레 주변에서 어슬렁거리자 또 다른 개미가 왔다. 한 마리는 앞쪽으로, 한 개미는 그 죽은 벌레 위로, 한 개미는 뒤에 있었다. 이고 가면 갈수록 한 마리씩 모이더니 6마리가 되었다. 다들 함께 살고 있구나.


심심하다. 여행 왔는데 심심하다.
나에게 뭐라 하는 사람 없는 조용한 곳에 왔는데.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내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는 건지, 이 심심함을  즐기는 방법을 모르는 건지,
그저 이런 시간이 어색한 건지 

이해하는지도 치앙마이 중에서.


독립출판서적으로 10권만 출력하려 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dahyesong91@gmail.com으로 연락 바랍니다:)

(2019.6.21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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