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갈 수 없는 시간, 아무튼 젊음 전시 리뷰

[아무튼 젊음] 전시회 리뷰

by 매실


나이 드는 게 무섭다. 늙음의 장점을 잘 모르겠다. 친구들과 대화할 때도 흔히 느낀다. 과거의 추억을 꺼내면 웃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한숨부터 내뱉었으니까. 30대여도 젊은 느낌이어서 괜찮다곤 하는데, 그런 괜찮음을 떠나 뭔가 20대라서 할 수 있는 일을 못 하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나이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산책을 좋아하지만, 잠깐만 걸어 다녀도 다리 아파서 앉을 곳을 찾고, 나가 놀았던 것과 달리 젖은 빨래처럼 축 쳐져 집에만 있고 싶을 때도 많아졌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어가지 않고, 집에 있는 시간만 늘어가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그렇게 생각할 시간에 나가 놀면 되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몸이 너무 힘들어서 그냥 아무것도 하지 못할 뿐이다. 엄마랑 걸어 다닐 때마다 자꾸 벤치를 찾는 엄마 심정을 빨리 알아버린 기분이다. 나이 들수록 아픈 곳도 많을 테고, 그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라면서 살게 될까 봐 걱정이다. 걱정을 사서 하는 편이라 그럴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 20대는 나가서 밖을 경험하고, 연애하고 결혼해야 할 적령기인데, 그러지 못함에서 오는 불안 이 아닐까 싶다. 사람마다 다른 삶이 있고, 시기가 있는데 우리는 그런 적령기를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주입되어 버렸으니까. 적령기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나도 모르게 비교하고 있으니까.



아무튼 젊음

빠르게 나이 들고 있는 고령사회임에도 우린 젊음을 권한다. 때문에 젊지만 더 젊어지려 하고, 나이 듦을 감추려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젊은 외모에 대한 갈망과 강박, 나이 듦과 젊음 등 폭넓은 세대의 시각을 보면서 현대사회에서 젊은은 20대 청춘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첫 번째 전시는 세대 간의 틈을 보여주는 짧은 영상이다. 약 2분짜리인데, 그 안에서 우리는 소통하려 하지만 자꾸 어긋나고, 지레짐작하면서 대화를 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소통하지 않아서 오해가 쌓이고, 그 오해로 인해 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예술가들에게 나이에 대해 물었다. 예술가라면 생각이 조금 다를 줄 알았는데, 그들 역시 지금 나이를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만족하는 사람도 있고, 두려워하고, 나이가 멈추기를 바라면서. 자기도 모르게 이맘때쯤이면 아이를 낳고, 결혼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흐름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닌 척 해도 아닌 척하기 어려우니까. 그래서 인터뷰 하나하나 다 공감됐다.


인터뷰는 얼굴이 아닌 말하고 있는 입술을 찍었다. 작가가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입모양을 유심히 본다고 하는데. 그래서 입술 모양을 찍었을 수도 있고, 어떤 선입견을 갖지 않고, 오로지 말 자체에만 집중하기 바라는 마음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린 젊지만, 자꾸 더 젊어지기 위해 더 예뻐지기 위해 노력한다. 화장품을 바를 때도 피부결을 따라 바르곤 한다. 이 작품은 얼굴에 화살표 방향을 그리고 손으로 지우는 영상이다. 왼쪽은 40년 전 모습이고 오른쪽은 40년 후 똑같은 영상을 찍은 것이다. 이 영상을 같은 자리에 두지 않고, 약간의 거리를 두며 마주 보고 있다.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40년이 지나도 우리는 예뻐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려 했다.



여자가 젊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남자들은 주로 파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얼굴에 주름이 있지만, 얼굴보다 큰 근육을 볼 수 있고, 약간의 흐뭇한 표정도 보였다. 오른쪽 사진 역시 역기를 들며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대중매체를 비판한 것이라 한다. 항상 대중매체에서는 근육 있는 남자들을 보여주면서 당연히 몸이 좋아한다는 선입견을 만들어 주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미녀와 야수라고 했을 때 젊으면 미녀, 나이 든 여성을 야수라고 말한다. 다들 젊은 한 때가 있었는데 왜 나이 드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할까? 어른들은 사진 찍는 걸 싫어하신다. 사진이나 거울을 볼 때면 늙어가는 모습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오른쪽 작품은 사진 찍기 망설였을 텐데 화장하지 않고, (본인이 말하는) 콤플렉스인 이빨이 드러나게 웃고, 약간 떡진 머리와 흰머리가 있는 할머니 사진이 크게 걸려있다. 자연스러움을 찍지 않았나 싶다. 작가는 카피에서 이중적인 의미를 전달한다. 카피는 나도 내가 무섭다고 쓰여있는데 또 다른 의미로는 나이 든 여자를 억척스럽다, 기가 세다 라고 흔히 말하는 그때가 와서 무서움을 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여자와 남자, 20부터 70까지의 다양한 시선에서 나이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작은 방에선 약 2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있는데, 이는 게이의 시선에서 보는 나이의 느낌이다. 몇십 년 전에 찍은 영상이다. 그때는 에이즈에 걸리면 치료하지 못하고 다 죽을 수밖에 없어서, 나이 드는 것에 대해 훨씬 더 무서워했다고 한다. 그래서 더 젊어지려고 화장이나 헬스 등 뷰티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한다. 솔직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속담은 그 시대의 배경을 조금씩 나타내기 마련이다. 전시회에 걸려있는 속담을 읽어보면 늙으면 다 볼품없음을 보여주는 말들이 많다. 글을 읽기 위해 가까이 가면 거울 속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사람들이 거울 속 모습과 속담을 함께 찍어서 SNS에 올리길 바라셨다고 한다. 시대별로 너무 젊음만 강요하는 것은 아니었을까를 보여주는 작품인 것 같다.



여기서부터 아래층 전시다.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3개의 영상이 보이는데 이는 차례대로 재생하지 않고, 3개가 동시에 재생되거나 2개가 재생되기도 한다. 하나하나 인터뷰를 듣고 싶었는데 왜 이렇게 재생하게 했을까 생각하며 영상을 관람했다. 그때 결혼에 대해 기대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대편 사람은 결혼 후에 오는 불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생각은 생각의 꼬리를 물고, 기대를 하는 한 편 그에 따른 불안도 동시에 겪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한 사람과 어떻게 평생을 같이 살까 고민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사랑을 꿈꾸는 것처럼.


어렸을 때 할머니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길거리 패션을 주로 찍었다고 한다. 포인트는 젊은 사람이 아닌 나이 든 사람을 주로 찍었다는 점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알고, 한 껏 꾸민 모습이 멋있었다. 사진 중에서는 실제로 모델로 활동하고 계신 분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개성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이별로 다운로드하는 어플과 사용주기 등을 볼 수 있다. 뉴스 카테고리에서 20대가 JTBC 어플을 다운로드하였다면, 연령이 있으신 분은 TV조선부터 다양한 매체를 다운로드한 걸 볼 수 있었다. 금융에서는 인터넷뱅킹은 20대가 많았고, 나이 들수록 속도나 다운로드 수가 떨어지는 것도 알 수 있다. 매체나 수단 등이 발전하면서 편리함을 누리고 있지만,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세대가 있으면 보여준다.



무용가는 30대가 넘어가면 은퇴해야 할 시기라 한다. 너무 빨리 정령기가 찾아오는데, 이는 몸과 건강과 관련이 있다. 나이 들수록 느려지기도 하고, 젊은 사람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이 영상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해달라는 미션을 받고 현직 무용가가 다양한 방식으로 사운드에 맞게 지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체 화면을 보여줄 때와 이를 확대하여 보여주는데, 카메라가 가까울수록 노련함과 주름 등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오히려 그 주름과 움직임이 아름다워 보였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우린 모두 스케이트를 탔다. 그래서 작가는 롤러스케이트가 젊음의 상징이라 생각했다. 참여형 포퍼먼스였는데, 작가님께 가면 7080, 90년대, 20년대의 과거의 노래를 들려준다. 음악을 들으면서 롤러브레이드를 타면 된다. 특이한 점은 오른쪽은 롤러브레이드지만, 왼쪽은 그냥 운동화이다. 이는 앞으로 나아가려는 것과 안정적인 걸 원하여 멈추게 되는 걸 표현하지 않았다 싶다. 지금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고 싶고, 시도하고 싶지만, 한 편으론 안정적인 삶을 꿈꾸는 것처럼.


[아무튼 젊음] 전시를 준비하면서 참고했던 책을 볼 수 있다. 건너편에는 사람들의 나이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마지막은 셀카 찍은 작가의 모습이 담겨있다. 여러 어플 보정을 이용하여 약간 이상한 듯 하지만, 생각의 표현이기도 하다. 추운 나라에 와서 얼굴이 갈라지는 걸 표현하기도 하는 것처럼.


나와 같이 나이 듦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많았다. 영화 [원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누구나 얼굴에 흔적이 있어. 얼굴은 우리가 갈 길을 보여주는 지도이자, 우리가 지나온 길을 보여주는 지도야" 웃는 얼굴에 맞게 주름이 생기고, 힘들면 얼굴이 어두워지는 것처럼 내 감정을 가장 먼저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이 얼굴이다. 이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데, 시간이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이 전시를 봤다고 하더라도 나이 드는 건 여전히 무섭다. 다들 기대와 두려움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고 조금 안심했을 뿐이다.


우린 대중매체에서 보이는 젊음 때문에 늙음을 자연스럽게 두려워할 수밖에 없게 된 건 아닐까? 나이 들수록 더 노련해지고, 새로운 가치를 찾고, 더 나 다움을 알아갈 수 있는데. 그런 좋은 장점들은 보지 않고, 몸에 생긴 주름을 먼저 두려워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어떻게 늙어가고 싶은지 생각하게 한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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