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그냥 한 마리의 새가 돼요"

<빌리 엘리어트> 리뷰

by 매실


이유가 필요한 삶을 살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도 있어야 한다. 모호한 감정에 확신을 주기 위해 이유까지 만들면서.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나이부터 결혼 등 각종 이야기를 들어야 했고, 난 그들에게 괜찮다고 설득하곤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눈빛을 봐야 했으니까. 난 그 눈빛이 싫었다. 이게 전부는 아니다. 내가 아닌 그들의 말이 맞을까 봐 불안한 마음을 잡기 위해 이유와 목적을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빌리가 오디션에서 한 답이 기억에 남았다. "모르겠어요" 내가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고, 때론 헷갈리기도 한다. 빌리는 발레에 관심 갖게 된 이유를 모른다고 했고, 춤을 추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사실 이 만큼이 좋은 이유가 있을까. "그냥, 모르겠어요, 그냥 좋아요" 가끔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분이 들 때가 있으니까.



<빌리 엘리어트>는 빌리가 형의 레코드음악에 맞춰 침대를 뛰면서 시작된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을 때 할머니가 사라진 걸 보고, 집 근처 풀밭까지 찾으러 갔다. 여기저기 찾지 않고, 바로 풀밭까지 간 걸 보니 할머니가 사라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빌리는 할머니가 놀라지 않게 손을 잡고 집까지 모셔왔다. 어린아이지만, 의젓해 보이는 빌리는 11살 소년이다.



빌리는 할아버지께 받은 글러브로 복싱을 배우고 있다. 다만 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보인다. 전면 승부하라는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고, 이리저리 피하다 나머지 연습을 하게 된다. 복싱에 관심 없던 그는 연습은 소홀히 하며, 파업으로 인해 체육관 옆에선 발레 수업을 하고 있는 소리에 더 집중한다. 월킨스 부인에게 체육관 키를 전하러 갔다가 발레 수업을 듣게 된다.



빌리는 아버지가 준 50센트로 복싱이 아닌 발레를 배우다 아버지에게 들켜버리고 만다. 아버지는 발레는 여자가 하는 일이고, 남자는 복싱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뿐만 아니라 경제적 지원이 어려운 걸 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빌리는 발레를 그만뒀다. 하지만 여전히 춤추고 싶어 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월킨스 부인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다. 다행히 월킨스 부인은 빌리를 위해 특별 수업을 해주고, 로열 발레 스쿨 입시 준비까지 도와준다. 빌리는 하면 할수록 발레에 매료되어 웃음을 주최할 수 없다.


빌리는 어머니의 피아노 앞에 있거나 형의 레코드를 몰래 듣는 걸 보면 음악을 좋아하고, 즐겨하는 모습이 보인다.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진 않지만, 어머니의 음악적 감각이 빌리에게 있지 않나 싶다. 가족도 처음엔 발레를 반대하지만, "엄마라면 허락했을 거야"라고 형이 인정해주기도 했다.


아버지와 형은 파업으로 인해 매일 밖으로 나가 시위하고 있고, 가난과 싸우고 있다. 주 수입이 없다 보니 엄마의 유품인 피아노를 부셔서 땔감으로 써야 할 만큼 경제적으로 좋지 않다. 빌리는 가족들이 발레 한다는 걸 반대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자신의 상처를 거부하며 선생님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마치 내가 이렇게 좋아해도 다 소용없는 짓이에요.라고 울부짖는 것처럼.



시위하다 잡힌 형 때문에 빌리는 중요한 오디션에 가지 못 했다. 선생님은 빌리의 재능을 아버지와 형에게 말하지만, 형과 아버지는 격하게 반대한다. 빌리가 문 뒤에 숨어 춤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어림없다. 그러다 우연히 체육관에서 춤을 추는 빌리를 보고 아버지는 선생님에게 뛰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다. 자신 때문에 빌리의 재능을 펼쳐내지 못할까 봐 동료를 배신하고 탄광촌에 갔다. 함께 싸우던 아버지가 차 안에 있는 걸 발견한 큰 아들은 아버지를 다시 설득한다. 이때 아버지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어쩌면 빌리는 천재일지도 몰라
우리는 이미 끝났지만, 빌리는 아니야.
빌리는 이렇게 끝나게 할 수는 없어



사람들의 도움과 아내의 유품을 전당포에 맡긴 뒤에야 빌리는 로열 발레 스쿨 면접을 보러 갈 수 있었다. 오디션까지 왔지만, 심사위원의 시선에 빌리는 불안함을 느낀다. 자신이 떨어질 거라 생각했다. 자신을 위로하는 친구까지 때리며 불평까지 보였다. 아마 여기서 떨어지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거란 생각 때문일지도 모른다. 빌리는 심사위원이 묻는 대답마다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 했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빌리 넌 춤을 출 때 어떤 기분이니?"라는 질문을 받는다.



모르겠어요.
그냥 기분이 좋아요.
조금 어색하기도 하지만,
시작하고 나면 모든 걸 잊게 되고 사려져 버려요.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아요.
전 그냥 한 마리의 새가 돼요.
마치 감전된 것처럼.
그래요. 감전된 것 같아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릴까 봐 계속 불안해하는 빌리의 모습이 보인다. 그때 도착한 우편. 가족들은 우편을 뜯지 않고, 빌리를 기다렸다. 빌리는 조용히 우편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 글을 읽었다. "합격했어요" 합격하여 기분 좋은 아버지가 동료들에게 뛰어가 이 사실을 알렸지만, 그들은 조합원의 파업 합의에 기분이 좋지 않다. 빌리는 런던으로 떠나 꿈을 펼치지만, 아버지와 큰 아들은 탄광일을 하러 지하로 내려간다. 그 대비되는 모습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중식이의 sunday seoul 중에 "친구야 꿈이 있고, 가난한 청년에겐 사랑이란 어쩌면 사치다" 가사가 있다. 재능이 있어도 이 재능을 발견하기까지 어렵기도 하고, 경제적인 지원이 없어서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빌리도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고 싶지만, 못 할 수도 있을 거란 불안과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에 화를 내기도 했다. 그 과정을 잘 담아냈다. 이 영화가 더 좋았던 건 빌리의 성장에서만 그치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 속에서 가족의 희생, 재능, 사람들의 관계 보여준다.




마이클은 자신의 누나의 옷을 입고 립스틱을 바르는 장면이 나온다. 빌리는 이에 조금 당황스러운 표정을 보이지만, 마이클에게 다정다감하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지만, 빌리에게만 솔직하고, 이를 잘 받아주는 빌리이다.


내가 발레를 한다고 해서 호모라는 건 아니야
아무한테도 말 안 할 거지?
(웃으며) 가자




빌리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의 재능을 끌어준 월킨스 부인. 그의 재능을 무시할 수 있었지만, 그를 격려해주며 재능을 펼칠 수 있게 도움을 줬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인물이 아닌가 싶다. 좋아해도 재능이 없을 거라 스스로 판단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내게 재능이 있다고 하면 어느 순간 확신이 되어 동기부여가 생기기도 한다. 발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둘의 관계가 흐뭇하기도 했지만, 표현에 서툰 서로의 갈등이 보이기도 한다.



아빠는 작은 마을을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탄광 외에는 무언가를 해보지 못했다. 그런 아버지가 빌리의 꿈을 지원해줬기 때문에 더 울컥하다. 발리 학비를 지원하기 위해 동료를 배신할 수밖에 없는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이 영화를 봤다면 빌리의 재능을 무시하려 했던 아버지를 욕했겠지만,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는 나이가 되니, 아버지의 선택이 너무 안타까웠다. 먹고사는 일만 집중하여 탄광 외에는 생각하지 못하는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부모님이 떠올랐다.


런던은 어떤 곳이에요?
몰라, 가본 적 없어
정말 가본 적 없어요?
내가 런던에 왜 가봤어야 하지?
수도잖아요
런던엔 탄광이 없잖니
맙소사, 그게 생각하는 전부예요?




빌리는 하고 싶은 걸 드러내고 싶은 마음과 감춰야 하는 자신과 싸운다. 가난하기에 하고 싶은 걸 포기하려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화나는 감정마다 춤으로 표현하는 소년이니까. 발레를 할수록 춤에 매료되기 때문에 조금씩 춤이 좋다는 걸 표현하기 시작한다. 특히 아버지가 체육관에 왔을 때 무언가 다짐하는 듯한 표정으로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 그의 확고한 의지가 보인다.


개봉된 지 오래되었지만, 촌스러움이나 어색함이 없다. 지금 봐도 울림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며 볼수록 <빌리 엘리어트>영화 자체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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