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영화]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대중매체에서 보이는 아버지는 대부분 무뚝뚝하고 말 수 적은 가장으로 비친다. 그런 아버지 모습이 외롭고 쓸쓸해 보이기도 한다. 우리 아빠도 비슷하다. 무뚝뚝하면서 표현 서툰 모습이. 술 드시고 온 날이면 평소에 하지 못했던 얘기를 하곤 했다. 자주 전화하려고 하지만 뒤돌면 잊는다. 다짐을 가볍게 여기는 건 아니지만, 어렵다. 그래서일까.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이 생겼다. 다른 아버지는 어떤지.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의 아버지는 어떤 모습일까.
아버지의 미션을 수행하는 아이
료타부부와 케이타가 선생님 앞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케이타는 아버지가 잘 놀아주고 연 날기도 엄청 잘한다고 선생님한테 말한다. 인터뷰가 끝나고 그런 적 없는데 어떻게 그런 대답을 했는지 묻자, 선생님이 시켰다고 한다. 그런 케이타를 칭찬한다. 여기까지만 봐도 료타는 일이 바쁘며 아들과 함께 놀아주지 않지만 평범한 가정처럼 보이길 원하는 것 같다.
케이타는 늘 어두워 보인다. 위축되어 있다고 해야 할까. 또래처럼 아이다운 모습보다 늘 아버지의 미션을 수행해야만 하는 아이처럼 보인다. ‘모든 일은 스스로 한다.’는 아버지의 교육 아래 자라고 있다. 케이타는 피아노를 배운다. 이 역시 료타가 피아노 치는 본인을 칭찬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다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6년간 키워온 아이가 친아들이 아니란 말에 료타의 첫 말은 “역시 그랬군”이었다. 자신과 다르게 항상 뒤떨어진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내뱉어버린 것이다.
아버지도 아버지가 아니면 안 된다
유다이 가족과 만나게 된다. 서로 아이의 사진을 공유하면서 소개한다. 여기서 아이가 어떻게 자라왔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증명사진의 케이타와 놀고 있는 류세이 모습. 류세이를 키워준 부부는 금전적인 보상에 대해 생각한다. 작은 전기 상화를 운영한다. 그런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료타는 주말에 서로의 아이를 재우다가 결국 친자를 택한다. 그 사이 몸이 좋지 않았던 아버지 소식을 듣고 료타는 아버지에게 간다. 아버지 역시 핏줄을 선택해야 되지 않냐는 말을 한다. 아버지의 냉정함을 닮은 료타. 그래도 6년간 자식처럼 키워온 아이를 어떻게 쉽게 보낼 수 있단 말인가. 료타 부부와 유다이 가족은 자주 만나면서 친해지고 아이에 대한 이야기와 아이와 함께 놀아준다. 유다이는 아이들 사이에서 잘 놀아주지만 료타는 앉아서 아이를 볼뿐이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달라는 유다이 말에 료타는 일이 바쁘다고 한다.
아버지란 일도 다른 사람이 못하는 거죠.
단체 가족사진을 찍는데 엄마에게만 붙어있는 케이타와 달리 유다이와 동생들은 아버지와 엄마 사이에서 장난치며 사진 찍는다. 케이타에게 이제 유다이 가족에게 엄마, 아빠라고 부르면서 살아야 한다고 기한 없는 미션을 말한다. 어떠한 의문도 없이 알겠다는 케이타와 달리 류세이는 료타부부에게 왜 엄마, 아빠라고 불러야 하는지 이유를 묻었다. 류세이는 엄마, 아빠 그림 그리기 숙제에 유다이 아빠와 엄마를 그렸다. 료타는 그런 류세이에게 혼을 낸다. 자신들 만큼이나 상처받은 아이의 입장은 되어보지 않았다.
점 점 아이다워 지는 케이타
창문으로 연 날리는 가족을 보며 류세이는 유다이 아빠 집으로 간다. 류세이를 데리러 온 료타 목소리에 케이타는 잠깐 지켜보더니 장문 안으로 숨는다. 무심하게도 케이타를 찾지 않고 류세이만 데리고 나온다. 어떤 아이여도 상관없고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유다이 가족에게 료타는 알아서 하겠다며 집으로 간다. 료타와 류세이 사이가 조금 나아진 것 같다. 미도리는 류세이가 사랑스러워졌다며 케이타에게 미안해한다. 다음 날 아침 료타는 사진을 찍던 중에 케이타가 찍은 사진을 본다. 사진 속에는 잠만 자는 자신의 모습뿐이다. 아버지로서 해준 게 아무것도 없음에 미안해한다. 케이타에게 유다이 집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을 때 아줌마, 아저씨가 ‘아버지보다 더’ 사랑한다고 말했었다. 케이타는 항상 아버지의 사랑을 기다렸는데. 아버지는 늘 바빴다. 마지막까지. 케이터가 받은 상처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케이타는 함께 목욕하는 게 이상하다. 그런 케이타에게 유다이는 장난치며 함께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려준다. 점 점 아이다워지는 것 같다. 료타는 미도리에게 말한다. 자신도 진짜 엄마를 보고 싶어서 가출 한 적 있다고. 아이의 모습에서 자신을 보게 된다. 새어머니에게 전화하며 예전 일을 사과하려 하지만 지나간 일이 아닌 소소한 얘기를 하고 싶다며 료타를 이해한다. 료타부부는 케이타에게 간다. 케이타는 료타를 보자마자 도망간다.
아빠는 아빠가 아니야
항상 아버지 말만 따랐던 아이가 드디어 자신의 속마음을 말한다. 케이타에게 사과하며 자신도 피아노 치기 싫었다고. 미션이 끝났음을 말한다. 화단 사이로 서로 걷기만 하다 화단이 사라지면서 케이타와 마주 보게 된다. 케이타를 안아준다. 핏줄이 아니라며 보냈던 케이타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아버지처럼 케이타를 본 것이다.
우리 아버지는 연 날리기 같은 걸 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굳이 그런 아버지를 닮을 필요도 없겠죠.
완벽할 수 없는 아버지
아버지의 사랑을 바라던 아이 케이타와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자신도 케이타의 아버지라는 것을 느낀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뒤에야 서로를 다독인다. 초반에 료타를 보면서 생각했다.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살고 있다고. 케이타가 이렇게 자라야 미래가 더 편할 거라고. 같이 놀아주는 시간보다 더 열심히 하라는 말이 일방적일 수 있다. 료타도 아버지 입장에서 이런 생활이 케이타에게 도움 준 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인 입장은 위험하다. '이렇게 살면 네가 미래에 편할 거야' 정말 미래에 케이타가 아버지 말처럼 살다가 행복하지 않음을 느껴도 료타는 케이타 인생을 책임질 수 없다. 책임질 수 없다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마지막에 료타가 케이타에게 '나도 그랬어'라는 말 한마디에 아버지도 나처럼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것 같다. 좀 더 편해졌을 것이다. '나는 왜 엄마, 아빠처럼, 다른 친구처럼 살 수 없을까?' 가 아니라 다름을 알려주고, 케이타의 입장을 들어가며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케이타는 본인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좋아할 것만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하면 아버지가 좋아할 거야. 그래서 좋고 싫음의 구분을 어려워하는 것 같다. 우린 모두 완벽할 수 없다. 아버지도 아버지가 처음이고 아들 딸도 아들 딸이 처음이다. 그렇기에 서로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맞추고 배려해야 한다. "남들을 이렇다는데, 너는 왜" 이런 상처되는 말은 하지 않아야 한다. 남들은 남이고, 나는 나니까. 그렇게 아버지가 되고 그렇게 난 아버지의 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