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도 기회가 필요했을 뿐

결혼과 취업의 공통점

by Melody

여러 번의 연애를 거쳐 나름 끊임없는 장기 연애를 해오던 나도 한 3년 정도의 연애 공백기를 보낸 적이 있다. 연애 공백기의 막바지를 달리던 재작년, 3살 어린 남자 사람 동생이 “누나 연애는 해? 왜 결혼 안 해? “라고 질문했다. 서른 살, 결혼을 할 뻔했던 적이 있던 나는 그 연애가 끝난 뒤 연애를 단념했다. 그 후 나는 나를 돌보기에 바빴고, 나를 사랑해 주고 나를 더 깊이 알아가는 게 즐거웠던 시기였다. 날 위해 보내는 시간이 제일 재밌었고 기대됐다. 그래서 생각 없는 이 어린이의 질문에 “지금은 내가 나랑 노는 게 더 재밌다”라고 답했다. 그때 돌아온 대답이 아주 가관이라 아직까지 기억이 난다. “여자 서른셋은 남자 서른셋보다 더 급하지 않아? 누나 엄청 노력해야 돼 “라고 훈계하는 이 무례한 말 어린이에게 결혼할 뻔했던 여자가 해줄 말은 더 이상 없어 보였다.


이번 결혼을 준비하기 전, 잠깐 결혼을 준비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2025년 결혼 준비를 위한 예행연습 정도? 말이 거창해 보이지만 한 마디로 정리하면 장기 연애를 했고, 결혼을 할 뻔했던 구남친이 있었다는 말이다. 연애를 할 때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한다. 그렇게 2년, 3년 사귀고 나이가 차면 결혼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나이 서른 살이 됐다. 너무나도 결혼할 법한 나이. 결혼 준비를 해 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실제적인 준비가 진척되기도 전에 서로 몰랐던 모습을 알게 된다. 어떤 부분은 감당이 가능하지만 어떤 부분은 도저히 좁혀지지 않는 간극 때문에 크고 작은 충돌이 생긴다. 연애 때와 마찬가지로 싸우고 해결하는 과정을 반복하지만, 집안과 집안의 문화와 가치를 맞추는 건 쉽지 않다. 아쉽지만 그냥 그 집과 우리 집의 핏이 맞지 않아 많은 커플이 이별로 이어진다. 이혼보다는 파혼이 나으니까. 그 시절 나도 그랬다.


서른 중반이 넘어가는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게 ‘왜 결혼하지 않냐’는 질문은 늘 부담스럽다. 누구는 ‘안 한다’, 누구는 ‘못한다’, 누구는 ‘하고 싶다’ 이야기하겠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나와 딱 맞는 핏을 찾을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결혼을 간절하게 원하는 사람에게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 결혼을 '안 한 사람'은 기회가 왔을 때 결혼이 아닌 즐거움, 진로, 꿈의 다른 선택으로 결혼을 미뤄버린 것이고, '못한 사람'은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두려웠거나 원하는 게 많아 욕심이 많아서 기회를 날려 버린 것이고, '하고 싶다는 사람'은 기회가 온지도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기회가 왔지만 안 했던 사람 같다. 결혼을 위해 나를 깎고 부인하면서까지 남을 사랑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있는 내 모습 그대로 사랑해 주는 게 그렇게 어렵나?‘ 싶은 교만한 생각과 손해 보기 싫었던 마음이 가득했던 어린 시절이다. 누군가는 나이가 들어서 내려놓은 거라고 타협한 거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나는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에 나를 바꾸지는 않았다. 그저 ‘결혼’이 단순히 제도가 아니라 마음이란 걸 알게 된 것뿐이다.


hereshowmuchyoushouldexpecttopaythisweddingseason.jpg?type=w800 구글 이미지 검색


결혼 준비를 얼추 마치고 다시 취업 준비를 하며 알게 됐다. 결혼과 취업이 똑같다는 걸. 퇴사 후 결혼 준비생으로 산지 어언 1년. 원래 일하던 업계와 직무를 바꾸기 위한 퇴사였고, 이제껏 쌓았던 커리어, 연차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봤지만 업무를 완전히 바꾸는 건 쉽지 않았다. 잦은 불합격에 한동안 미친 듯이 넣은 이력서들은 마치 매주 소개팅을 나가는 기분이었다. 1, 2차의 면접은 마치 결혼을 위해 맞춰 가는 과정 같았고, 이런 과정을 거쳐 통보받은 최종 불합격은 결국 가치관과 방향성이 달라 결혼을 엎어진 사이 같았다. 업무를 바꾸는 데 있어 생각보다 많은 나이와 연차가 발목을 잡는 것 역시 '여자 서른셋이 더 급하다'는 결혼과 유사했다.


소개팅도 잦은 실패면 의기소침해지듯 한동안 미친 듯이 넣은 이력서가 줄줄이 떨어지며 나의 전의도 상실했을 때쯤 새로운 기회가 왔다. 국내 굵직한 대기업이었는데 인재풀에 등록돼 있던 이력서로 비공개 채용 제안이 온 것. 그 당시에는 가고 싶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이런 기회가 생긴 것이 좋아서 촉박한 일정 속에 면접을 준비했다. 준비하면서도 나의 핏과 맞지 않는 곳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일단 되고 고민하자라는 마음이었다. 결국 최종에서 불합격을 했지만 의외로 슬프거나, 낙담하거나, 우울하지 않았다. 제법 괜찮았다. 조금 서운하기는 했지만 후회는 없었고, 서운함보다 조금 더 큰 감정은 내 안에 평안함이었다. 생각해 보면 탈락의 고배를 연속해 마시던 나에게는 다시 일어설 기회가 필요했을 뿐이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안 한 사람도, 못 한 사람도, 하고 싶은 사람도 스스로 넘겨버린 여러 번의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까 봐 초조한 마음이 들뿐, 누구에게나 반드시 기회는 찾아온다. 결혼한 사람들이 늘 그런 말을 하지 않던가 "결혼할 짝이 다 있더라" 어딘가에 태어나서 살고 있을 내 내 짝을 만나기까지 수많은 소개팅과 연애로 핏을 맞춰 가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결혼도 이제껏 살아왔던 인생과 전혀 다른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다. 연애를 통해 나와 맞는 핏의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여러 연애 끝에 나와 핏이 잘 맞는 지금의 남자친구와 결혼은 한다. 연애를 하며 서로에게 수많은 면접 과정을 거치며 결혼에 골인하듯 나의 취업도 언젠가 다시 골인하겠지 기대하며 일단 회사보다 결혼식장에 먼저 들어가 보련다.

이전 04화값싼 결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