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결혼식

결혼하는데 얼마 들어?

by Melody

결혼을 준비한다고 하면 많이들 물어보는 질문 중에 하나가 "결혼하는 데 돈 얼마나 들어?!" 이런 질문의 대부분은 결혼 생각이 없다 보니 아예 모르는 사람이 궁금해서 물어보거나, 이제 결혼에 관심이 생기고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어서 내가 모아놓은 돈으로 가능할지 대략적으로 나마 가늠에 보는 사람들의 질문이다. 물론 궁금하겠지. 얼마나 돈을 가지고 있으면 여유롭게 결혼을 할 수 있는지. 나도 결혼한 친구들에게 물어봤지만 명확한 대답을 해주는 친구는 없었다. 그때 당시의 나는 '얼마!' 이렇게 명확하게 이야기해 줄 법도 한데 안 하는 이유가 뭐지 싶었는데 이제는 결혼을 준비하니 안다. 그들이 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가정과 가정이 합쳐지는 결혼. 부모님들의 명예와 보임도 있을 것이고, 내가 원하는 로망도 있을 것이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게 바로 결혼이다. 그러다 보니 어디에 기준을 두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뿐인가? 친구 역시 지나고 보니 허례허식 비용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서 밝히기 싫었을 수도 있다. 막상하고 나면 별거 아닌 30분도 안 되는 결혼에 뭐 그렇게 돈을 드렸나 싶기도 하고. 이미 유부의 세계에 들어간 그들은 안다. 내 결혼식을 나 말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니. 당사자인 나조차도 그 사진을 잘 보지 않았다는 것을.


두 번째는 결혼 준비하던 그 과정이 길고 생각나는 숫자들이 많아서 생각하기 싫은 이유일 것 같다. 물어보는 친구들은 단순히 스드메, 웨딩홀, 식대를 생각하고 물어보는 거겠지만 결혼식에는 스냅, DVD, 혼주 한복, 정장 등등 항목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의 수도 없는 부대 비용이 들어간다. 그렇게 힘겹게 다 끝낸 결혼식을 굳이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마지막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결혼식 비용 때문일 듯하다. 신랑신부의 등을 쳐 먹는 웨딩 업체가 많아지면서 한국 소비자원에서 공개한 스드메 가격. 신랑신부보다 배테랑인 업체들은 가격 공개 전 모두가 상향 평준화로 가격을 올려 공개했다. 그렇게 매년, 계절마다, 날짜마다 가격이 올라가는 걸 아는 유뷰들은 '나 때랑은 많이 올라서 다를 거야'라고 넘겨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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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이유였구나. 대답을 회피하던 친구들의 속사정을 알게 된 요즘 나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 봤다. 친구들이 말해주지 않는 결혼식 비용을 네이버에 검색하며 찾아보면 모든 블로그들이 알려줄 것처럼 써 놓고 결국은 알려주지 않는다. 몇 번의 클릭의 화났던 나는 잠시 넣어뒀던 나의 행사력을 꺼냈다. 웨딩홀을 남자친구랑 같이 보러 간다는 예신들이 많았지만 나는 그런 거 모르겠고.....! 백수로 결혼준비생을 보내고 있는 나는 남자친구 회사 일정을 언제 다 맞추고 있겠는가? 싶었다. 생각해 보면 아마 이때부터 나 홀로 결혼 준비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엔터업계에 있으면서 수도 없이 많은 제작발표회, 쇼케이스, 팬미팅을 준비하며 일반 예비 신부보다 월등히 높은 행사력. 플래너의 추천에 따라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니라 나다운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안 쑤셔 본 곳이 없었다. 아펠가모, 빌라드지 같은 찍어내는 공장형 웨딩식 장부터 한복 드레스의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웨딩이 가능한 서울 시내 한옥 섭외까지 발품이란 발품은 다 팔았던 올해 초. 식대는 어디가 얼마에 대관료랑 꽃장식은 얼마인지 하나하나 다 조사하며 다녔다.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모은 내가 대견했다. 플래너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제 웨딩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만큼은 도움 될만한 가이드와 가격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뽕도 차 올랐다.


이렇게 알아본 정보들이 무색할 정도로 나는 다니던 교회에서 결혼을 하게 됐다. 결혼식 7개월 전 준비를 시작한 나는 너무 늦게 결혼 준비를 시작한 탓에 원하는 원하는 날짜의 웨딩홀은 이미 풀방, 한옥은 너무 비쌌다. 식대 없이 대관만 3-4000만원으로 시작하는 결혼식은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많이들 하는 공장형 웨딩홀도 도남아 있는 시간대로 예식을 진행하면 싸다는 얘기에 잠시 혹하기도 했지만 너무 이른 시간 혹은 늦은 시간대이거나 일요일이 대부분. 지방에서 올라오는 친척들이 있고 양가 모두 교회를 다니는 우리 둘은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제외하다 보니 우리에게 남은 괜찮은 선택지가 우리가 다니는 교회였다. 서울 중심부 중구에 있고 주차장도 넓고 공장형의 찍어내기 예식도 아니고 우리가 만난 곳이라는 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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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교회 결혼식도 만만치 않았다. 요즘 누가 결혼을 안 한다고 했냐고... 교회 결혼식도 사람이 많아서 추첨이었고 우리는 결국 우리가 원하는 시간대를 선점하지 못했다. 3번 째로 뽑는 바람에 염원하고 있던 1시 30분 예식이 아닌 3시 30분 예식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결혼식 준비의 시작이 장소도 시간도 원하던 곳이 아니라니 뭔가 시작부터 불행한 신부가 된 기분이었다. 웬만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는 편인데 도무지 긍정 착즙이 되지 않았다. 교회 본당의 빨간 카펫 위에서 찍힌 사진을 상상하니 결혼식의 모든 로망이 사라졌다. 아무리 드레스가 예뻐도 빨간 카펫이 주인공일 텐데 라는 마음이 들면서 '결혼식'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았다.


드레스도 결혼식장도 로망과 멀어진 후부터 결혼식에 최대한 돈을 투자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로망으로 가득 찼던 환상의 나라를 만들 수 없다면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결혼식을 만드는 것으로 목표 설정을 다시 했다. 행사의 방향성이 바뀐 것이다. 그때부터 결혼식에 돈을 줄일 수 있는 모든 품목을 정리했다. 대관료가 저렴한 게 교회의 장점이지만 그만큼 준비되는 게 없다 보니 포토테이블, 연주자, 순서지 등 모두 직접 섭외해야 했다. 그럼 똑같이 돈이 들겠는데...? 그때부터 손품을 팔기 시작한 것 같다. 웨딩드레스, 부케, 스냅, DVD, 포토테이블, 연주자 등등. 모두 정리하고 나니 많이 아낄 수 있겠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열심히 아껴서 이 돈 신혼여행 몰빵 한다.


열심히 블로그를 쓰며 할인받고, 얼굴을 공개해서 협찬받으며 결혼식 쓰는 돈을 아껴 나갔다. 모든 여자의 로망이라는 드레스 투어도 하지 않았다. 그냥 가장 많은 종류를 보유한 드레스 샵 중 지정으로 했을 때 가장 할인율이 높은 곳을 골랐다. 그렇게 점점 싼?! 결혼식이 되는 맛을 즐기며 남자친구에게 자랑했다. 나보다 더 근면절약 하는 스타일이라 처음에는 함께 즐거워해 줬다. 준비가 계속될수록 나는 점점 더 싸게, 싼 거를 외치고, 꼭 해야 하나를 반복했다. 결혼식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허례허식 없이 하고 싶어 했던 남자친구라서 더 좋아할지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결혼반지에서 아껴 보려는 마음에 승부수를 던졌다.


“우리 결혼반지 꼭 해야 하나?”


어떤 커플은 명품 브랜드로 반지를 맞춘다. 하지만 우리는 둘 다 액세서리를 일절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비싸게 할 필요가 있나 싶은 게 솔직한 나의 마음이었다. 순간 변하는 남자친구의 얼굴을 보고 아차 싶은 마음에 다음 플랜비를 꺼냈다.


“아니, 우리는 둘 다 액세서리 안 하고 있어도 안 할 것 같다고 얘기한 게 있어서. 굳이 비싸게 맞추지 말고 공방 같은 데서 만들고, 3년이나 5년마다 다시 만들면서 의미도 되새기고 디자인도 바꾸는 건 어때?”


얼마나 기막힌 솔루션인가. 돈도 아끼고 의미도 챙기고 반지도 있고. 사실 액세서리 안 좋아하는 친구라 무조건 동의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런 나의 확신과 달리 표정이 좋지 않았다. 반지는 결혼한 것을 가장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건데 무조건 싸게 하려는 게 서운하다고 했다. 그리고 할 건 하자며 싸게만 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자친구 눈에는 점점 대충 하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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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남자친구의 반응에 가성비 결혼 준비를 잠시 중단했다. 고민하는 기간 동안 결혼으로 나가던 모든 지출을 스탑 했다. 내가 느껴도 분명 목적과 마음이 바뀐 것 같았다. 싸게 싸게만 외치던 진짜 이유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분명 처음에는 결혼식 로망이 없어져서 신혼여행에 쓰자는 마음으로 가성비를 찾아다녔지만, 준비하면서는 모아놨던 돈이 줄어가는 것에 대한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결혼을 준비하며 공용 통장을 만들었고 그곳에 일정 금액 돈을 넣고 사용했다. 다 쓰면 다시 같은 금액을 모으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결혼에 대한 로망이 없어져서. 블로그 협찬으로 할인받는 게 재밌어서였지만 결혼이 가까워질수록 결혼 통장에 돈 채우는 속도는 빨라지며 심리작 압박이 생겼던 것 같다. 10년간 열심히 일하며 모았던 돈이 아직 아무것도 일어나서 보이지 않는 결혼에 사용되고, 이로 인해 허리띠를 조금 더 졸라매야 하는 생활비가 압박됐나 보다. 그는 모은 돈을 써도 월급으로 다시 채우지만 일을 쉬고 있는 나는 아니었으니까. 결혼 통장의 돈이 빨리 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성비'라는 이름을 달고 '궁상'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었을까.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 돈이 진짜 없는 것도 아니고, 없다 한들 남자친구에게 이야기하면 너무나 흔쾌히 이해했을 텐데.ㅡ그렇다고 내가 남자 등골 빨아먹고 결혼하겠다는 게 아니다. 결혼 준비 기간 동안 나는 자취 전세 집에 살고 있어서 돈이 묶여 있던 것뿐ㅡ그런데 어디 쓸데도 없는 자존심 때문에 혼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대충 준비한 게 아니라 지질하게 준비하고 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지질함이 남자 친구의 마음을 서운하게 만들었다. 아마 착한 남자친구가 그렇게 브레이크를 걸어주지 않아 다면 '나는 가성비 결혼식 잘했어!'라고 생각하며 지질함을 잘남으로 둔갑해 떠들고 다니지 않았을까.



일이던 일상이던 한 번 꽂히면 달리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도록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사람이다. 모두가 워커 홀릭이라고 말하던 내가 일을 쉬면서 준비한 결혼식은 오랜만에 만난 잘 끝내고 싶은 프로젝 트였나 보다. 회사에서 '잘'은 저비용 고수익을 내거나 대서특필할 만큼 성공적인 행사 마무리인데 '내' 결혼식이 아닌 '우리'의 결혼식은 서로가 마음이 다치지 않고 행복한 부부가 되는 게 성공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그래서 이 친구와 결혼하나 보다. 앞만 보고 달려 나가는 경주마 같은 나의 고삐를 잡고 나를 멈춰 세울 수 있는 기수 같은 친구라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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