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드라마] SBS 주연_최강희, 김지영, 유인영
예전(사람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K-드라마의 주인공은 대부분 남자였다. 별에서 온 남자, 이태원에서 술집 하는 남자, 경찰대학 남자, 대기업미 망나니 남자, 검사판사의사 남자, 평형세계에서 온 남자. 그런데 요즘은 놀랄 만큼 많은 여자 캐릭터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만큼 스토리의 다양성이 더해지니 업자로서는 참 반가운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한참 하던 시기 여자 셋이 크루를 이루는 드라마가 2020년 SBS에서 방송됐다. 이름도 신박했다 '굿캐스팅' 아니 얼마나 캐릭터를 잘 짜고, 배우 캐스팅을 찰떡같이 했길래 자신 있게 이름을 내걸지 싶었다.
그런데 사실 '굿캐스팅' 초고 제목은 ‘미스 캐스팅’이었다. 업계에서는 그런 말이 있다. 작품도 노래도 제목 따라간다고. '반의 반'처럼 시청률도 반의 반이 된 작품도 있고, '이미테이션'처럼 시청률도 화제성도 이미테이션이 된 작품도 있고, '맨땅의 헤딩'처럼 크게 다칠 것만 같은 시청률로 끝난 작품이 종종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제목을 바꾼 '굿캐스팅'의 최영훈 PD의 선택은 굿초이스였다. 왠지 미스 캐스팅이라고 하면 '최강희, 김지영은 똑같겠지, 유인영이 여리여리한 캐스트라니' 이런 생각을 하며 나조차도 보지 않았을 것 같다.
그렇게 시작한 '굿캐스팅'. 첫 장면부터 강렬했던 최강희, 또라이 중 상또라이 국정원으로 나온다. 평소 최강희는 쪼가 있는 배우라 생각했다. 하지만 또라이라는 설정 때문인지 최강희 특유의 말투와 쪼가 캐릭터 이미지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액션을 잘하는 여배우라 하면 대부분 하지원부터 떠올리지만, 최강희 역시 잘 부각되지는 않아 그렇지 꽤 여러 액션을 소화했던 배우다. 이번 드라마는 그런 모습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가장 의외였던 캐릭터는 유인영. 대중이 유인영을 생각하는 이미지는 센캐다. 도도하고 카리스마 있는, 재벌 딸의 회사 본부장에 남주를 좋아하는 여자 2번의 롤을 생각한다. 하지만 굿캐스팅에서는 천재 해커지만 허당끼 넘치고 소심하며 아이를 혼자 키우며 풋풋한 사랑을 보여줘 반전을 꾀했다. 유인영의 짙은 인상과 상황이 어우러져 불쌍함을 극대화했고, 어리숙한 큰 눈이 갈 곳을 잃으니 더 허당끼가 있어 보였다. 개인적으론 이번 작품이 유인영의 편견을 깨준 작품이 아닐까.
이런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과 합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앞서 말했던 것처럼 여성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점. 남녀 주인공이 있고 사랑을 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미스 캐스팅이라고 불릴 만큼 별로라 평판받는 여자들을 모아 놓았다는 설정이지만, 이 여성들은 누구보다 주체적이고 자기만의 색깔로 생활하고 일한다. 일도 사랑도 남자, 상황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닌 여자들이 상황을 이끌고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 드라마 대부분은 남녀의 로맨스가 많다. 물론 이런 이야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외 한국 작품들은 남자 투톱, 남성 중심적 이야기가 많다. 그 가운데 이런식의 드라마, 영화에서 점점 여성들이 끌어가는 작품이 늘고 있는 긍정적 바람이 나는 좋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에게 눈길이 가고 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그 사람의 마음이 보이거든요” - 굿캐스팅 ep.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