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옷의 남루한 느낌 대신, 빈티지, 세건핸드라는 말도 있어요 :)
여름 옷을 마련했다. 물론 중고로! 12벌을 시켰다. 중고 옷이라고 다 싸지 않지만, 운 좋게 세일 기간에 딱 맞아서 23700원 밖에 들었다. 중고 옷을 입은 나는 너무 멋지다. 새 옷도 좋아하지만, 중고 옷일 때는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는 맛이 있다.
쌓여 있는 의류 폐기물 위에서 헐어버린 옷감들을 풀처럼 씹어 먹던 인도네시아의 소. 새 옷을 볼 때 마다, 그 장면이 떠올라 자꾸 목이 멘다. 새 옷을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패스트 패션에 가슴이 턱 막히는 느낌이다.
저렇게 쌓여도 괜찮은걸까? 혹시 누가 해결해주는걸까? 무한정 저렇게 옷과 쓰레기를 쌓아만 놓을 수도 없을텐데.
해결 안 된다. 그냥 쌓인다. 믿을 수 없겠지만 그 누구도 해결하지 않는다. 해결이 되겠거니 마음 편히 믿고 싶지만, 그게 아니다. 바다로 흘러가거나, 소가 씹어 먹거나, 유독 가스를 뿜어 내며 태우거나, 땅에 묻힌다.
의류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정치인의 표 혹은 기업의 매출과 관련이 있으면 된다. 그래서 내가 먼저 새 옷 말고 중고 옷을 산다. 10년 뒤의 지구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보다 더 오염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새 옷을 못 산다고. 이렇게 SNS에 글도 쓴다.
그까짓 중고 옷 몇 벌로 의류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야 나도 모른다. 하지만 중고 옷을 입기 전과 입은 후에 '의류 폐기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우리에게는 분명히 대안이 있다는 점을 확실히 알게되는 것이다.
재미 삼아 중고 옷을 한 벌 입어보는 것을 추천드린다. 새 옷 한 벌을 사서 오래 입는 것도 환경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중고 옷 구매를 '시작'하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사람은 해보지 않은 일을 한 번 시도해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나도 그랬다. 나무 칫솔과 샴푸바(비누형 샴푸), 설거지 비누, 면 생리대, 그리고 플로깅까지 넘어오는데 주춤거렸다. 알고는 있지만, 왠지 불편할 것 같고, 내 일상을 너무 많이 바꿔야 할 것 같은 마음의 벽이 컸다
하지만 나무 칫솔은 의외로 플라스틱 칫솔과 비교해 입 속의 느낌이 비슷했다. 심지어 나무의 촉감이 보드라워 따뜻한 느낌까지 들었다. 벽이 무너졌다. 그 이후 나무 칫솔만 쓴다. 샴푸바, 설거지 비누, 면 생리대, 플로깅. 다 똑같다. 안 쓰던 물건, 안 하던 일이라 시작이 어렵다. 하지만 한 번 시작하면, 그 때부턴 정말 쉽다.
중고 옷도 그랬다. 사 보니 예쁘다. 마음에 쏙 든다. 내가 사면 무조건 '품절'이라는 점도 재미있다. 게다가 새로 생산된 옷을 안 사도 올 여름 옷장이 그득하다는 점이 제일 좋다. 이렇게 죄책감 없는 옷장이라니.
중고 옷은 내가 살아갈 미래를 위한 책임 있는 행동이다. 멀쩡하게 쌓여가는 버려진 좋은 옷들을 두고, 의류 산업에 동참하면? 그 많은 의류 폐기물은 어떡하지? 새 옷에 들어간 석유, 물, 온갖 독성물질과 지구를 뜨겁게 하는 탄소배출물은? 설마 지구가 망하겠어, 누군가가 알아서 하겠지 하는 태도는 무책임이다.
나의 기분을 가장 먼저 소중히 여기는 인류는 생존할 수 있을까? 정말 기분이 삶의 전부일까?
나에게서 비롯되는 쓰레기는 줄이고, 남에게서 비롯된 쓰레기도 줍는다.
누구라도, 한 사람이라도 조금씩 해 봐야 하는 시대. 나의 원동력은 지구의 현실 그 자체다. 산호가 사라져가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은, 가뭄과 태풍, 산불, 치솟는 식량 값, 가라 앉는 육지, 우리 몸에 쌓이는 플라스틱. 누구라도 해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절실하다.
중고 의류 구매 팁!
검색창에 '중고 의류', '세컨 핸드', '빈티지'로 검색.
각 검색어 마다 다양한 중고 의류 구매 사이트가 나옵니다.
마음에 드는 사이트에서 골라 사면 끝!
저는 특별히 애용하는 사이트는 없습니다. 그 때 그 때 세일 폭이 큰 곳에서 구매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