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선택 하려고 읽고 썼지

by 최다혜

나와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주말 내내 콧바람 흥얼거리며 집쇼핑을 다녔다.


쇼핑의 갑 중 갑은 집쇼핑인 것 같다. 잘 꾸며진 모델하우스를 찬찬히 뜯어보며, 미래의 어느 즈음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 빠지는 달콤한 상상이란! 또 집은 시간이 흐르면서 값이 떨어지는 소비재가 아니라, 동결 혹은 인상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에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장 들어가는 후덜덜한 가격은 어쩔 수 없지만.


입지(학군, 교통, 상가, 환경)와 구조, 마감재, 브랜드, 가격을 요모조모 따져보니, 딱 한 브랜드만 남았다. 브랜드와 마감재 질은 떨어졌지만, 입지가 근사할정도로 좋았다. 산과 바다도 보이고, 상가 형성 잘 된 시내면서, 학군도 좋았다.


평수 선택만이 남았다. 59제곱, 75제곱, 84제곱.


84제곱... 지난 추석 연휴, 넓은 시댁에서 연우가 쾌적하게 놀던 모습이 떠올랐다. 26평 살던 녀석이, 집에서 20m 전력질주 해보더니, 얼마나 좋아하던지... 나도 인테리어 잘 된 예쁜 시댁에서 산 너머로 뜨는 해 바라보며 차 마시는 호사를 누렸기에, 84제곱이 눈에 아른거렸다.


하지만 너무 넓었다. 집안일 노동력과 가스비와 관리비가 비쌀 것이 뻔했다. 또 대출도 많이 들어갈게 뻔하다. 시부모님이야 자녀들 모두 키우셨지만, 우리는 아이 둘을 키우는 중이다. 넓은 집에 들어갈 노동력, 고정지출, 그리고 대출금을 갚아나갈 자신이 없었다.


75제곱은 뷰(view)가 너무너무 안 좋았다. 볕은 잘 드는 남향 고층이었으나, 왼쪽, 정면, 오른쪽이 모두 아파트 단지와 주차장이었다. 유유히 흐르는 전천 보면서, 아침에 커피 한 잔 마시는 낭만을 즐기다가, 시멘트 벽만 보려니 벌써 머리가 아팠다.


그렇다. 우린 59제곱을 선택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과 평수가 똑같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그리고 그 동안 써 온 '내가 살고자 하는 삶'에 대한 글들 덕분에 결정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택이 무엇인지를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그들은 이웃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정도의 집은 나도 가져야 겠다고 생각한 나머지, 가난하게 살지 않아도 될 것을 평생 가난에 쪼들리며 살고 있다.

...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을고만 끝없이 노력하고, 때로는 더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우지 않을 것인가?"

- 월든 중.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수 많은 투자 고수들의 조언을 읽었지만, 내 스타일에 딱 맞는 단 한 가지는 '미니멀리즘'이다. 미니멀리즘은 절약을 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전투적인 삶이 아니다. 유행을 조장하는 미디어의 광고, 가방과 외투의 브랜드부터 훑어보는 타인의 시선, 혹은 '4인 가족이라면 30평대 신축 아파트' 같은 관습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 필요한 것을 잘 알고 그것만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

- 이유식, 자산. 쌓아두면 마음이 편해지는 두 가지 중. (18.2.21. 블로그 포스팅)


우린 능력밖의 더 좋은 집을 내려놓았다. 넓으면 당연히 더 좋지만, 넓은만큼 감수해야 할 기회비용을 따져야 했다. 소로의 말처럼, 더 넓고 좋은 집에 살려는 욕심 때문에, 가난하게 살지 않아도 될 것을 평생 가난에 쪼들리며 살지도 모른다.


KakaoTalk_20191205_151100978.jpg 59제곱미터 작은 집, 대궐 같진 않지만, 좁지 않게 삽니다

비싸고 넓은 집을 내려놓고, TV 안 보는 4인 가족 아담히 살 수 있는 작은 집을 골랐다. 대신 남은 돈으로 맛있는 까사밍고 빵과 커피 인트로의 스페셜 티, 그리고 여행을 다니려한다. 대출금으로 예민해져 남편과 투닥거릴 감정소모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집'이라는 중요한 선택을 앞두니, 그 동안 책 읽고 글 쓰기를 참 잘 했다는 생각을 한다. 흔들리는 순간, 우리가 지향하던 삶의 모습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뚜렷해졌다. 넓지만 빵이 목에 메이는 집이냐, 작지만 남편과 여유롭게 웃으며 빵을 즐길 수 있는 집이냐.


59제곱을 선택하고 마음이 편했다.


그래, 빵순이는 빵 먹고 살아야 겠다.


+) 이 글을 쓴 후 1년 뒤, 59제곱의 아파트마저도 양도했습니다. 새 집에 들어가지 않기로 결정한거지요. 더 나은 것이 있다고 하여, 네 식구 잘 살고 있는 작은 집을 부족하다고 여겼던 마음을 돌이켜보았습니다. 이런 마음 또한, 읽고 썼던 경험이 누적된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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