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길래, 잘 쓰기도 하는 줄 알았나보다. 난 내가 남편이랑 같이 살길래, 남편처럼 '좀 쓰는' 축인 줄 착각했나보다. 하지만 둘 다 아니었다. 그저 글을 좋아할 뿐 실력과 상관없고, 그저 남편이 잘 쓸 뿐 내 얘기가 아니었다. 이 당연한 사실을 이틀 전, 금요일 저녁에 찌질한 내 모습을 마주하면서 깨달았다.
남편과 협성 독후감 대회에 응모했다. 대상에서 입선까지, 100여명 시상하는 큰 규모 행사였다. 꽤나 여럿 상 받으니 혹시 입선이라도 하지 않을까 기대했건만.
"자기야! 나 문자왔다."
퇴근한 남편이 현관문을 열어 제끼며 핸드폰을 내 눈 앞에 들이댔다. 대회 수상 문자였다. 3등, 100만원.
'본선 수상자입니다. 제출 서류와 수상일을 확인...'
"오! 발표났어? 난 문자 온거 없나? 없어? 진짜? 없어?"
남편한테 '축하해!' 말 할 정신도 없이 내 독후감 결과는 어찌됐나 확인하기 바빴다. 없다! 수상 축하 문자가 안 온건 물론, 홈페이지 수상자 명단에도 내 이름이 정말 없었다.
그 날 저녁. 비루한 인간 최다혜의 지질한 질투심은 손으로, 발로, 입으로, 온 몸으로 튀어나왔다. 수상 축하 삼겹살 파티에서 구운 버섯과 양파를 다 먹어버렸다. 애들 맡기고 오래오래 샤워했다. 집안일도 제일 쉬운 빨래 널기를 내가 선점하고 남편에게 아침부터 쌓인 설거지와 3일치 분리수거를 맡겼다.
상 못 탄 사실에 소심하게 화풀이 하는데 갑자기 웃음이 났다. 남편이 퇴근 하자마자 수상소식을 알리고, 내 이름은 수상 명단 없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쭉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거 소재네? 같은 대회 다른 결과, 축하도 못 해주는 저질스런 마음!'
글쓰기는 잘 못 해도, 일상 틈틈이 블로거의 촉을 달고 소재를 생각하는 즐거움. 책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해서 다듬어 쓴 글로 상을 타거나, 작가가 된다면 더욱 좋을거다. 그래도 돈이나 명예는 결국 행복으로 교환하는 매개물이다. 그러니 이런 인센티브 없이도 즐거우면 된거 아닐까. 쓸모없는 즐거움이라 해도 말이다.
비루했지만, 좋은 소재였다. 일상이 소재라는건 매일 다음 글을 기대하게 한다. 다행히 공자도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노력파는 즐기는 마음을 따라올 수 없다고 했다. 취미로 매일 읽고 자꾸 쓰자. 글쓰기 잔근육이 단단해지도록!
+) 2018년의 일입니다. 2019년에도 협성독후감 대회에 응모했는데 또 떨어졌습니다. 소재가 하나 더 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