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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현 Oct 08. 2021

교환학생은 마냥 설레기만 할까?

슬기로운 교환생활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곳, 단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낯선 곳에서 혼자 지내게 된다면 어떨까?


불과 3주 전 내 앞에 닥친 상황이었다.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미국에서 아는 사람 한 명 없이, 나의 교환학생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처음에 교환학생을 지원하면서 무조건 혼자서 해보자는 것이 나의 가장 확고한 목표였다. 혼자서 시작해야 아무런 제약 없이 하고 싶은 대로 경험을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을 떠나기 전 주변 사람들한테 교환학생을 가게 되어 출국한다고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 좋겠다!"며 나보다 더 들뜬 반응을 보였다. 특히 캘리포니아로 간다고 이야기하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거기 가면 날씨도 좋고 사람도 좋을 텐데 너무 부럽다"며 더욱 격해졌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첫 번째 주는 마냥 설레지만은 않았다.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분명 교환학생이라고 하면 모두들 입을 모아 잊지 못할 경험, 생애 최고의 순간,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라며 좋은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교환학생 후기 블로그나 브이로그를 보아도 온통 행복해 보이는 모습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것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교환학생에 대한 환상을 깊게 심어주었던 것일까? 미국에서의 첫 주는 머릿속에 온통 물음표가 가득한 채 흘러갔다.


한국에서 나의 삶은 초록색 자연 풍경보다는 높은 도심의 빌딩들이, 한가하게 아침에 오늘 무엇을 할지 고민하기보다는 일주일 단위로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바쁘게 움직이는 생활이 더 익숙했다. 그러나 막상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한적한 마을이었다. 10층이 넘는 건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머물고 있는 집은 다운타운까지 걸어서 20-30분 정도 걸린다. 이 정도면 다운타운과 꽤 가까운 곳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집 앞 5분 거리에 카페, 식당, 병원 등이 있었던 나는 20분 거리가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다. 출발하기 전에는 미국에 마냥 길게만 머물고 싶었지만 막상 도착하니 앞으로 어떻게 생활할지 도무지 그림이 그려지질 않았다.


분명 나는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하기 전 나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고 여유를 만끽하러 왔는데 막상 미국에 도착한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학교 오티가 시작되고 사람들을 만나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잠시라도 일주일 간의 휴식을 누려보려고 했다. 그래서인지 처음 일주일은 마치 존재하지도 않는 '미국 고모 집'에 놀러 온 것 같았다.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다운타운을 천천히 걷다가 마음에 드는 카페에 들어가 보기도 하고, 호스트가 키우는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와이너리에 따라가기도 했다. 그러자 왠지 모를 압박에서 벗어난 기분이 들었다. 만약 이런 생활을 한국에서 일주일 동안 했다면 나는 엄청난 고뇌에 시달렸을지도 모른다. 당장 어떤 시험을 앞두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 것)에서 나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전혀 다른 곳에 와 있어서 그런지 처음 도착했을 때에 비해서 서서히 마음가짐이 편해졌다.


학교 오티 이후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도 만나고 이제는 학교도 본격적으로 시작을 했다. 사람들을 만나고 학교 생활이 시작되자 원래 내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는 것이 느껴진다. 쉴틈 없이 움직이고 시간을 쪼개서라도 최대한 많은 것에 참여하려고 애쓰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한 쿼터라는 제한된 시간이 나를 더 조급하게 만드는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온전히 나 스스로에게 집중을 한다는 것이다. 내가 해보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지금 또 다른 마음가짐으로 이전과는 다른 생활, 한 챕터의 시작에 설레는 마음으로 서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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