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책을 참 많이도 읽었다.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며 읽고 싶은 책들을 요리조리 잘도 골라 읽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현실에 이리저리 치이면서 책과는 점점 멀어졌다. 자연스럽게 멀어졌다는 표현보다 일부러 멀리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의 기억이 바래질 정도로 책과 거리를 두며 꽤 오랜 시간을살아왔다.
그렇게 지금의 내가 되었다. 꽤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거리 두기로 인해 집 안에 있는 시간이 예전보다 현저하게 많아지게 되면서,나는 혼자 사부작 거릴만한 취미를 열심히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책을 읽는 것에 다시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너무 빠르게 움직이는 것들에 이미 지쳐있었던 나는 가만히 앉아 책을 읽으며 안정감을 되찾았다.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오묘하게 나는 책 냄새가 그리도 좋았다. 그러다 보니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하나 생기기도 했다. 바로 독서노트를 채워나가는 일이었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오면 주로 사진으로 담아왔었는데, 그 수가 점점 방대해지자 고민 끝에 독서노트를 장만하기로 마음먹었다. 방법은 간단하다. 내 마음을 빼앗은 문장들을 마음껏 옮겨 적기만 하면 된다. 독서노트에 고스란히 적혀있는 문장들을 보니 펼쳐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펼쳐볼 수 있는 나만의 책이 생긴 것 같아 좋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미 지나간 나날들에 많은 책들을 흘려보냈으리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아무리 기억하려 애써도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 까닭이다. 이렇게 마음에 담아두지 못하고 잊혀졌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독서노트는커녕 아직 책조차와도 익숙지 못한 이도 있겠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없어 책을 안 읽어 버릇 했다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책은 당신을 절대 재촉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하게 그 자리에서 기다려줄 뿐이다. 오히려 책을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당신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핑계를 대며 책을 가까이 두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당신의 어지러운 일상을 잠시나마 쉬어가게 해줄 수 있는 해답은 바로 책 속에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이 다시 돌아온 만큼, 오늘은 고요히 새어 나오는 가을빛 아래 조용히 책 한 권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책 속에서 반짝이고 있는 수많은 문장들이 당신을 밤새 지켜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