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무시한 노력의 천재
박정민 배우를 처음으로 알게된 때를 어렴풋이 떠올려본다. 아마도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피아노 천재 진태 역할을 위해 전혀 치지 못하는 피아노를 연습해 대역 없이 피아노 연주를 소화했다는 소식을 들은 날부터였던 것 같다. 그렇게 나에게 있어서 박정민 배우의 첫인상은 연기를 뛰어나게 잘하는 배우였다. 수많은 사람들 또한 박정민 배우의 연기력 하나 만큼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조차 그렇게 알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박정민 배우는 놀랍게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듯해 보인다. 자신이 한 노력에 대해 이 정도는 다른 배우들도 하는 거라며 별 것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오히려 그 캐릭터의 설정값이 기본적으로 몸에 배어있어야 비로소 연기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모든 것을 직접 소화해야 관객로 하여금 더 벅찬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고정된 이미지를 가지고 비슷한 느낌의 역할을 계속 맡는 보통의 배우들 속에서 홀로 반짝이며 매번 새로운 캐릭터를 탄생시킨다. 선물 상자를 열었는데 다시 선물 상자가 나오고 그 선물 상자 안에서 또 다른 선물 상자가 나오는 것처럼, 그는 계속해서 나에게 새로운 선물을 안겨준다. 희준, 효민, 몽규, 진태, 학수, 나한, 일출, 택일, 유이라는 알록달록한 선물들을 말이다.
박정민 배우는 끊임없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책을 읽게 하고, 글을 쓰게 하고, 영화를 보게 한다. 만나서 인사를 나눈 적도, 내 이름을 알려준 적도 없는 그가 나에게 이렇게까지 거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을 보면 그는 정말 크나큰 사람임이 분명하다.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 하며 의심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언제나 진심을 다하며, 그 누구보다 단단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 연기 천재이자 노력의 천재이기도 한 박정민이라는 사람을 닮고 싶다. 정말 온 마음을 다해 그를 닮고 싶다.
먼 훗날 그를 만나게 되는 날이 온다면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연기를 해주어서, 나를 쓸 만한 인간으로 만들어 주어서 고마운 마음을 두 눈을 마주보며 전하고 싶다. 그와 나 사이의 거리가 모두 고마움으로 채워질 만큼, 딱 그만큼이라도 내 진심어린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것이 없겠다.